2025-07-08
전재현
식탁위의일본사-음식으로읽는일본역사이야기
0
0
식탁 위의 일본사 – 음식으로 읽는 일본 역사 이야기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단순히 연대기적 사건이나 정치사로 접근하지 않고, ‘음식’이라는 친숙하고 구체적인 매개를 통해 풀어낸 흥미로운 역사서다. 이 책은 일본인의 일상 속에서 먹는 음식들을 중심으로, 그 음식이 생겨난 배경과 변화 과정을 따라가며 일본 사회와 문화, 경제, 정치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일본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시대적 맥락과 외부 문물의 영향을 세심하게 짚어낸다. 예를 들어, 초밥이나 라멘과 같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음식들이 사실은 외국에서 유입된 기술과 재료에 기반해 일본식으로 변형된 산물임을 설명한다. 초밥은 에도시대에 등장한 패스트푸드의 일종이었으며, 현대식 라멘은 메이지 유신 이후 중국 음식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다. 이러한 음식들이 일본의 산업화, 도시화, 대중소비 사회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온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이 한 사회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문화적 상징임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전통과 근대, 자급과 수입, 고급과 서민 사이의 긴장을 음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통적으로 간장이나 된장, 쌀과 같은 기본 식재료는 자급의 상징이자 자국 문화를 나타내는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개항 이후 서구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소고기나 빵, 우유와 같은 외래 식품이 점점 대중화되며 ‘일본적인 것’과 ‘외래 문화’ 사이의 긴장과 융합이 음식에도 드러나게 된다. 이는 결국 일본 사회가 외부의 문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창조해 나가는지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음식이 단지 먹는 것을 넘어 사회적 지위와 권력, 이데올로기와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천황이 소고기를 먹었다는 사건은 단순한 식습관 변화가 아닌, 일본 사회가 서구 문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상징화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주둔과 경제 부흥기 동안 등장한 즉석 식품이나 도시락 문화 등은 일본인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결국 『식탁 위의 일본사』는 일본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음식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음식은 문화와 역사의 결정체이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하면서도 그 민족의 정체성과 생활 양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드러내주는 요소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을 단지 여행지나 음식으로만 소비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그 이면에 담긴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