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배경으로 다룹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얽히고 설킨 이야기 속에서 우리나라 70년대 현대사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누비고 다닌 빨치산 이었습니다. 그는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싸웠지만 동지들은 죽어나갔으며 위장 자수로 조직을 다시 일으키려 했지만 그마저 실패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본주의 한국에서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습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한 마당에 혁명을 눈 앞에 둔 듯 행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노동절 새벽에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이야기는 크게 네 줄기로 이뤄집니다.
첫번째는 아버지와 평생을 냉담하게 살아온 그의 동생인 작은아버지와의 이야기입니다. "니는 그리 잘나서 집안 말아묵었냐? 동상 벵신 만들고 잠이 처오드냐?" 망한 집안의 이유는 '빨갱이'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작은아버지는 죽은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두번째는 구례에서 아버지가 사귀어온 친구들의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시계방을 운영하는 박선생, 아버지의 담배 친구라는 샛노란 머리의 소녀, 아들같이 지내왔다며 찾아온 사람들, 함께 투쟁했던 친구들 등 '나'는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빨치산의 딸로 힘들게 살아온 ‘나’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가장 큰 핵심 줄거리입니다. 아버지는 사회주의자고 혁명가였기에 집 안에 있는 날이 없었고 생활력조차 형편없습니다. 보증을 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나'는 내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아버지는 아주 합리적이고 담대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사회주의자였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보다 현실적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투덕거리는 모습은 어찌 보면 서로 미워하는 것 같지만 이념 앞에서는 경건하게 하나가 됩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나'는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아버지는 다시 태어납니다. '나'에게는 능력 없는 아버지, '나'를 빨치산의 딸로 고통받게 했던 아버지는 그의 굳은 심지처럼 기어코 다시 일어나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념이 휘몰아치던 70년대에 배척과 갈등을 몸에 얹고 살아간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각국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분쟁하고 종종 전쟁도 일어나는 시대지만 민주주의를 배우고 그것이 세계관인 현재에는 매우 특이하고 치열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다시 아버지를 봅니다.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죽음을 통해 떠오르는 것일까 생각이 듭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해명할 수 없습니다. 죽은 사람만 탓하기에는 산 사람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늘 죽음은 나와 타인에 대한 깨달음이자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구슬프고, 웃기고, 씁쓸한 일화를 통해 70년대 사회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잊고 살았던 소중함, 나의 인생과 가치관을 두루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며, 이것이 바로 소설의 큰 매력이자 장점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