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3
이원희
100 인생 그림책(Dear 그림책)(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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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인생>
책은 그 사이의 나이듦과 성장,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1살로 시작된 삶은 어릴수록 느리게 가는 시간을 반영하듯, 처음부터 한 살씩 먹어가지 않는다. 2분의 1이 존재하고, 그 이후에서야 오롯한 한 살을 먹어간다.
이후에는 가속된 시간이 나타난 듯 순식간에 쌩쌩 흘러가기도 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나이가 삶의 속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책에서는 한실 한살에 대한 정의와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한 살에는 무슨 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10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20대에는 주로 무엇에 집중을 하는지, 30대에는 또 어떤 일로 삶이 변화하는지.
그렇게 40대, 50대, 쭉 나아가 100살까지의 삶을 끝마치며 독자들은 책을 덮게 된다.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일이다. 왜 이런 형식의 글을 처음 보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한 우리가 모두 생각하고, 친숙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책은 자신만의 나이듦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100살로 이야기를 끝마치기 때문에 작가도 100살 언저리는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작가는 50살의 언저리라고 한다.
그 이후의 나이듦은 여러 인터뷰와 사색을 통한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이 나올 수도 있겠다.
게다가 우리의 삶은 모두 다르니까, 어쩌면 이 책을 보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인생 책을 만들어
나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100 인생이 아니라 1000인생도, 10000인생도 나올지도
모르겠다. 세상 사람들 수를 전부 합친 인생들이 우리의 삶 가까이 존재하고있으니까.
<놓치기 쉬운 장면>
어렸을 때의 나는 토끼로 표현된다.
부모는 토끼인 나를 보호하고, 사랑하고, 토끼와 같이 연약한 존재로 나를 대하지만
어린 나 일 때는 그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나를 똑같이 사람으로 대해주지 않는
엄마아빠가 답답하고,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엄마아빠에게 영원히 토끼 같은 존재다.
연약하고, 늘 지켜줘야만 하는 나의 사랑스러운 토끼.
그리고 시간이 지나 51세의 페이지에서는 이제 나의 눈에도 엄마아빠가 토끼로 보인다.
글귀에서는 이제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제 서로가 서로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어린 자식일 나와, 이제는 나이가 들어버린 부모.
이제 둘은 서로에게 똑같은 존재가 되었다.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책 속에서는 반복되는 요소들이 있다.
주의를 기울여 읽다보면 앞선 토끼였던 나와 토끼가 된 부모의 존재도 나오지만,
딸기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엄마에게 배워서 만들게 된 딸기잼은 이별의 상징으로 쓰이고, 누군가와 헤어짐을 망설일 때 때마침 빈 딸기잼통을 발견하고,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딸기잼을 만들어 선물하고, 나이가 든 내가 다시 누군가에게
딸기잼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필요할지 모를 딸기잼 통을
지하실에 오롯이 보관해둔다. 이 모든 순환이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기에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아직 100살을 살지 못한 작가는 그 결말과 이야기를 독자에게 던진다.
애벌레에서 시작되어 나비가 된 우리에게, 날아오르는 그 순간을 다시 묻는다.
세상에 저마다의 수억의 삶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다.
단순히 삶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은 그 어느 때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이 질문은 우리의 삶 내내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고,
정해진 답은 없고, 막상 답을 정한다 해도 늘 그 답이 바뀐다.
그림책 안에서 각각의 나이에 드러나는 삶의 변화가 모두 다르듯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우리의 삶은 다른 누군가들과 비슷하게 순환하고 있다는 일이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인 이유는 이렇듯 나 혼자만의 힘으로 삶을 이어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서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삶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지금은 어떤 시기이고, 나아가 또 어떤 방향으로 달라질까?
그 삶을 살아가야만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나이에 맞는 시기를 책에서 찾는 것도 재미있는 점술법이다.
마치 점을 보듯이, 나는 지금 기나긴 인생에서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지,책을 슬쩍 펴보는 것도.
우리는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