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딸아이가 추천해서 읽게 됐다. 아이는 아빠가 소설이 아닌 다른 책만을 읽는 것에 대해 언제나 의문은 갖고 있었고 드디어 자기가 최근에 읽는 책 중 범죄 추리소설 하나를 추천했는데 바로 그 책이 고독한 용의자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범죄소설을 아빠가 읽게 된다면 이제부터는 재미없는 다른 책들은 보지 않게 될꺼야. 아이는 이렇게 얘기하며 이 책을 권했다.
중국 작가의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랑을 받은 사회파 정통범죄 추리소설이다. 배경은 누구나 약간의 정신병을 앓고 있는 복잡한 작은 도시 홍콩이다. 도입부는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인 단칭맨션에서 41세 남성 ‘셰바이천’이 숯을 피워 자살한 채로 발견되는데, 타살 혐의가 없는 이 사건에 처음에는 특별한 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무심코 열어본 옷장에서 스물다섯 개의 유리병이 나타나고 옷장을 가득 채운 그 유리병 속에는 보존액에 담긴 시신 토막들이 들어 있었다. 더 특이한 점은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사람”의 얼굴 부분도 토막 중 하나였다.
고독한 용의자, 이 책은 기존의 추리소설과 다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사건을 해결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주도하기 때문에 언제나 주인공은 경찰이나 탐정인 셈이다. 당연히 통상의 범죄소설은 경찰이나 탐정의 입장에서만 내용을 전개하지만, 이 책은 용의자의 입장에서도 책 중간 중간 이야기를 주도해 나가고 있어서 휠씬 더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범인도 결말도 뻔하지 않게, 쉽게 예상할 수 없도록 스토리가 멋지게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생동감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써 몰입감과 흥미를 한 층 더 높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재미에만 치중한 작품이 아니라, 사회적인 메세지도 담고 있다. 경찰들과 시민들 사이의 고착화된 깊은 불신, 쉽게 잊혀지는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소설 안에 녹여냄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넌지시 던져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소재로 삼은 토막살인 범죄가 한 사람에게 또 그 사람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다시 느꼈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현대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돌아보며 살아야 겠다는 교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