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4
김태룡
우리말 어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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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다룬 시기가 재작년 8월로 기억된다. 한 누리꾼이 "토, 일, 월 3일인데 왜 사흘이라고 하느냐" 하는 글을 게시했으며, 다른 누리꾼들은 "뉴스 오보 아닌가요", "오타 수정 부탁한다" 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사흘' 연휴를 '4일'로 잘못 알아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본인이 몰랐으면 하나 하나씩 배워가면서 익히면 될 내용을 가지고, 어려운 용어를 쓴다는 등 21세기 신문맹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최근엔 '심심한' 사과를 가지고 난 심심하지 않다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한자를 모르면 우리 말을 제대로 할 수 가 없다. 한자를 알면 우리 말을 풍성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한자를 혼용해 가식적인 표현을 즐겨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류의 사람들이 도처에 많아서 그러한지 한글을 제대로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소위 말해서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은 것이다. 문해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서점에 많은 책이 나와 있다. 문해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해력에 관심이 많아 최근에 읽어 본 '우리말 어감사전' 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표현을 상세하게 풀어 설명해 주고 있다. 어감이라는 것이 말의 느낌을 말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얼마만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이 책에서는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에 대해 다룬다. 가면과 복면 차이, 국가와 나라 차이 등 80여가지 다양한 표현을 통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표현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대표적인 것 하나 소개하면, 경험과 체험 차이를 들 수 있다. 방학을 이용하여 농촌체험 활동을 다녀왔다고 하지, 농촌 경험을 다녀왔다고 하지 않는다. '체험'은 비일상적이고 이색적인 것이면서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점에서 경험과 구별된다. 운전 경험이나 연애 경험을 운전체험이나 연애 체험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운전이나 연애가 비일상적, 이색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기획된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걱정과 근심과 염려' 또한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이 드문 편이다. '걱정' 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까 봐 편치 않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고, '염려'는 잘못되지 않을까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근심'은 해결되지 않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소풍날 비가 오면 불안을 느끼는 것은 걱정이나 염려일 수 있어도 근심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남모르는 근심이나 걱정이있다' 라고 하지, 염려라고 하지 않는다. 한편, 걱정과 근심은 나란히 붙어서 쓰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 근심이 늘어 간다." "집안에 근심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와 같이 순서가 바뀌어 쓰이기도 하는데, 한글의 같지만 다른 표현을 제대로 이해하고 폭 넓은 한글을 사용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