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5
이명수
다정한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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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 교수이며 실험물리학자이면서 입자물리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Large Hadron Collider) 실험 프로젝트 멤버가 되어, 수많은 하위 시스템(LHCb, 대형강입자가속기뷰티) 최상 상태 유지 관리 임무를 맡고 있다. 물질의 기원을 파헤치는 일은 자연의 근본 구성요소와 그들의 출처를 밝히고 그로부터 우주를 만든 '조리법'을 알기 위한 지적 여정이다.
1장의 기본 조리법은 사과파이 구성요소부터 분석하기다. 1801년에 존 돌턴의 원자론이 등장하면서 원자 단위의 탐색이 시작되어 100년 동안 숱한 논쟁이 있었지만 아인슈타인에 의해 정설로 굳어진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과파이 하나를 계속 반으로 82번 자르면 원자 크기에 도달한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원자가 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조지프 존 톰슨은 원자모형을 '건포도 박힌 푸딩'으로 제시했고 전자까지 발견했다. 원자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어니스트 러더퍼드 때문이고, 그는 원자가 '작은 태양계' 같고 원자에는 원자핵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양자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건 닐스 보어에 의해서다. 원자핵에 양성자 이름을 부여한 러더퍼드, 중성자를 발견한 채드윅. 영욱에 있는 JET(유럽공동핵융합실험장치)는 세계 최대 핵융합로로서, 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이산화탄소나 방사능을 방출하지 않아 완벽한 청정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역학 핵심 개념 중 하나다. 양자터널효과로 태양과 별은 두 개의 양성자를 밀착시킬 정도로 뜨겁다. 수소를 연료 삼아 수십억 년 동안 헬륨을 만들어온 태양은 열핵융합로의 용광로다. 별 내부에서의 헬륨 생산 과정은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태양에너지의 99%가 생성됨)과 탄소-질소-산소 순환(태양의 1.2배 이상인 별에서의)이다. 질량이 0에 가깝고 전기전하는 없는 뉴트리노는 태양에서 엄청난 양이 발산되어 지구를 통과한다. 세계 최대 지하 실험시설인 이탈리아의 그랑사소 국립연구소에는 '브렉시노'라는 지구에서 방사선 방출량이 가장 적은 물체인 뉴트리노 감지 탱크가 있지만, 환경 문제로 인하여 2년 후에는 가동이 멈출 예정이다.
1949년, BBC 라디오 방송에서 프레드 호일은 '빅뱅' 이론을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가장 먼저 '빅뱅'이라는 말을 언급한 이다. 그는 헬륨으로 탄소와 산소 제조법을 밝혀냈다. 1957년, 호일 등의 네 명은 '별의 원소 합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별의 일생을 소개했다. 헬륨이 바닥나면 탄소 원자핵이 서로 융합하여 네온, 마그네슘, 나트륨, 산소 등이 만들어진다. 이후 별은 철과 니켈이 생성된 후 초신성 폭발로 이어진다. 레이저 간섭계 이용한 중력파연구소인 LIGO에서는 2017년 8월 17일, 질량이 큰 물체들이 서로 충돌할 때 '시공간에서 생기는 파문'인 중력파를 감지했다. 두 개의 중성자 별이 충돌하면서 방출한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수십억 년 전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조지 가모프는 가장 큰 공헌을 세웠지만 빅뱅이론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서서히 완성된 이론이고, 정상상태 우주론의 거센 반격을 이겨냈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75%는 수소이고 나머지 25%(반올림해서)는 헬륨이다.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는 1%보다 훨씬 적다는 의미다. 모든 원소는 별의 내부와 빅뱅의 불구덩이 속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빅뱅과 별의 후손인 것이다.
뮤온, 강력을 매개하는 파이온 등의 입자들이 계속 발견되면서 입자물리학은 활기를 띤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는 물질 구성요소이고 뉴트리노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로 상대방으로 변신하는 데 일조한다. 머리 겔만이 주장했던 '쿼크', 1970년대에 실존 입자로 인정된다. 입자 감지기(충돌기)의 발전으로 인해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는 언제든 만들 수 있고, 빅뱅 후 처음 100만 분의 1초 동안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 위쿼크, 아래쿼크, 광자, 글루온이라는 입자는 대체 무엇일까. 1928년, 폴 디랙의 방정식이 논문을 통해 발표하면서 특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반영한 '반물질' 세계가 열렸다.
물질의 진정한 구성요소는 양자장이다. 보이지 않고 맛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유체 같은 물질이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입자는 바로 양자장에 일어난 잔물결이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은 불연속 아닌 연속적인 존재다. 세상에 단 하나의 전자장과 단 하나의 업쿼크장과 단 하나의 다운쿼크장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모든 피조물과 하나인 셈이다
입자물리학의 최신 이론은 '표준모형'으로 정리된다. '신의 입자'라는 별명이 붙은 힉스보손(힉스입자)는 강력과 약력 기원과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입자다. LHC(대형강입자충돌기)의 첫 번째 목적은 바로 이 힉스보손을 찾는 것이었다. 약력은 한 종류의 입자를 다른 입자로 변환시키는 유일한 힘이다. LHC에서 두 개의 양성자가 충돌하자 불꽃과 함께 쿼크와 글루온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2012년 7월 4일, 드디어 피터 힉스가 1964년 예견한 스핀이 0이고 전기전하가 없는 질량뿐인 힉스입자가 발견되었다. 이로써 빅뱅 이후 1조 분의 1초까지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표준모형을 완성하기에는 아직도 2%가 부족하다. 도대체 물질은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는 말이다.
이제 최초의 1조 분의 1초 이전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우주 만물의 존재 여부가 그 시기에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물질과 반물질 중에서, 우주 탄생 직후 스팔레온의 역할로 인하여 반물질보다는 물질이 미세한 차이로 끝까지 남아 지금의 우주가 만들어졌다. 전자 질량의 100만 분의 1도 안 되는 뉴트리노에는 전자뉴트리노, 뮤온뉴트리노, 타우뉴트리노의 세 종류가 있다. 전자, 뮤온, 타우와 함께 6종 입자를 렙톤(경입자)로 부른다. 초경량급인 뉴트리노가 물질과 반물질 대칭을 깨뜨렸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중우주'와 '초대칭' 이론 같은 것들은 표준모형 이론이나 혹은 통일장 이론을 대체할 이론으로 떠올랐지만 너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힉스장의 기적 같은 값을 같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다중우주 설은 무(無)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전자, 쿼크, 뉴트리노 같은 물질입자를 광자, 글루온, 힉스입자 같은 힘입자와 연결시키는 대칭인 초대칭 이론 역시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아직 힉스보다 무거운 입자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양자장이론과 중력이론은 빅뱅의 순간으로 가면 오작동을 일으킨다. 우주 전체를 아원자 규모로 환원시킬 '양자중력이론'이 필요하다. 최후의 이론인 '만물의 이론'으로 말이다. 1970년대에 양자중력이론으로 떠오른 끈이론은 10에 500승의 다중우주가 존재해야만 설득력을 얻는다. 1980년대에 부활하여 199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린 이유가 있다. 2015년 이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를 감지한 것으 새로운 형태의 천문학을 창조하고 있다. 빅뱅 이후 매우 짧은 시간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밝힐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난 500년 동안 물리학은 환원주의에 입각한 자연현상을 설명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블랙홀 등 여러 이유로 난관에 빠진 상태다. LHC가 찾아낸 것은 힉스입자뿐이라는 것도 분명한 한계를 보여준다. LHC는 2035년에 은퇴 예정이고, 차세대 충돌기의 건립은 절실하다. 수십 년 안에 중력파 관측소, 최신 천체망원경, 지하 암흑물질 관측소, 초대형 뉴트리노 관측소 등이 완공될 예정이다. 물리학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은 중력, 시간, 공간, 양자장 등이 하나로 통일된 순간이었다. 그것은 곧 물질의 구성요소와 기원을 알려주는 순간이었고. 이제 입자물리학은 1조 분의 1초까지 상황을 알아내었지만 그 이전의 시간을 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사과파이로 시작하여 물질의 기원까지 파헤치기로 한 여정은 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심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호모 데우스'가 되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 누가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의 비밀을 알고 싶기는 하지만 더 나아가 우주로 어서 나가고 싶다. 어쩌면 그런 욕망이 인간이 영원히 존재할 이유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