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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5 임지숙
    합법적으로 세금 안 내는 110가지 방법: 개인편(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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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세금 문제. 아는 만큼 챙길 수 있는 분야라 절세 공부를 하지 않을수가 없어 읽게 된 책이다. 개인, 직장인, 자영업, 부동산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세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지루하지 않도록 작가는 책 속 인물 설정을 통해 대화하는 듯한 내용으로 써놓았다 연말 정산 때, 어떤 보험은 공제가 되며 어떤 것은 되지 않는다. 또 직장인들은 자신의 식비 지출 기타 모든 정산들을 생각 없이 다 써버리고 무조건 공제에 해당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무조건 비교해봐야 한다. 그렇게 아껴지는 돈이 매년 수십에서 수백이 될 수 있음을 꼬집어준다. 이 책 서문 내용 중 부자들은 모두 절세 방법을 알고 있고, 실제로 똑같은 샐러리맨이라고해도 연말정산을 누가 더 얼마나 꼼꼼히 챙기느냐에 따라 환급받는 세금이 한 달 월급만큼 차이가 나기도 한다. 부동산 또한, 조정 지역과 비조정 지역의 차이가 크다. 부동산 세금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첫 실마리를 잘 풀어야 재산을 지킬 수 있고, 실제 투자 수익률이 높은 사람들은 세습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부동산은 일단 단위가 크기 때문에 수익만큼이나 세금에 대한 공부가 필수라고 본다. 세금에 무지한 나머지 무방비 상태로 있다 보면 그동안 공들여 쌓아 놓은 재산이 어느 순간 세금으로 뒤바뀌어 버리는 어이없는 경험을 겪을 수 있으니,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을 최대한 담기 위한 노력들이 책의 곳곳에서 엿보이고, 특히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취득세 중과세 제도를 집중적으로 설명하였으며, 더 나아가 고가주택에 대한 비과세 기준금액 상향 조정 등 새롭게 개정이 예고된 내용들도 최대한 추가했다고 한다. 한 나라에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그 나라에서 사는 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세금 규율과 법이 규정되어 현명하게 절세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알린다. 사실 한 번으로 부족해 다시 한번 내 상황과 대입하여 봐야 할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적용 대상이다.
  • 2022-10-25 김주리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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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뒤 체포된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 검찰관과 나눈 문답인 “신문조서”를 읽고말 못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함께 의거에 나선 우덕순과의 만남, 하얼빈으로 향하는 여정, 그사이 둘이서 1909년 10월26일의 계획을 논하던 기록을 전율하며 읽었다고 기록했다. 작가는 안중근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었고 오랜 기간 방치와 준비 끝에 드디어 소설로 옮길 수 있었다. 소설 ‘하얼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초점을 맞추어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행로를 따라간다. 이로써 ‘하얼빈’은 안중근의 삶에서 가장 강렬했을 며칠간의 일들을 재구성했다. 소설은 1908년 일본 제국 천황이 도쿄의 황궁에서 한국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데려온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을 접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1910년 안중근이 죽고, 관동도독부가 안중근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 사형집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애쓴 관리들에게 상여금을 주는 것으로 끝난다. 즉, 안중근의 마지막 여정 2년여 기간 동안 그의 삶과 고뇌, 선택을 그렸다. 이토는 폭력과 야만성의 대리인이었고 안중근은 그러한 이토를 저지하려고 했다. 그러는 가운데 ‘살인’을 해야 하는 한 인간으로서 고뇌를 볼 수 있었다. 안중근은 곧바로 의병 활동을 함께했던 동지 우덕순을 찾아가고, 우덕순 역시 안중근의 의중을 간파하고 두말없이 동행을 결정한다. 훗날 공판에서 재판장의 질문에 답한 우덕순의 답변을 보면 그가 어떤 마음으로 동행했는지 알 수 있다. 거사 후 신문과 재판과정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안중근 사건의 신문과 공판 기록은 소설적 재구성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긴장되어 있다. 그 짧은 문답 속에는 고압전류가 흐르고 있고, 그 시대 전체에 맞서는 에너지가 장전되어 있다.“라고 묘사했다.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섰다. 그에게는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권총 한자루, 그리고 강제로 빌린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 2022-10-25 하수민
    어서오세요휴남동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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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미진 골목길에 새로 들어선 평범한 동네 서점. 동네 사람들이 길을 걷다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오지만, 어딘가 아파 보이고 우울해 보이는 주인 때문에 곧 발길을 끊는다. 서점을 연 영주는 실제로 자신이 손님인 듯 어색하게 서점에 들어서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다. 자신도 모르게 자주 울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물을 닦으며 몇 안 되는 손님을 맞았다. 그렇게 맥없이 앉아 몇 달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꽤 건강해졌음을 깨닫는다. 그제야 휴남동 서점은 진짜 서점의 꼴을 갖춰가기 시작한다. 반도 채워져 있지 않았던 책장도 채우고, 자기 대신 커피를 내릴 바리스타도 채용한다. 책도 늘고, 독서 모임도 생기고, 글쓰기 강의도 시작되지만, 건강해진 휴남동 서점을 완성하는 건 역시 사람들이다. 끝없는 구직 실패에 취업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알바로 일하기 시작한 바리스타 민준, 남편 때문에 화날 일이 많은 로스팅 업체 대표 지미, 사는 게 아무 재미가 없다는 고등학생 민철과 그런 아들이 걱정되지만 닦달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희주, 서점 구석에 조용히 앉아 뜨개질과 명상을 하는 정서, 삶이 공허해져 한국어 문장 공부에 매달린 작가 승우 등이 모여 휴남동 서점을 한 번 오면 영원히 머무르고 싶게 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그리고 그들이 주고받는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에 우리를 초대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러한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 무심히 앉아 책을 읽고, 커피도 마시고, 독서모임도 하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코로나 시국에 간절해지는 따스함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아프게 한 시간들이 있었다면 그 때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읽기 편하면서도 잔잔한 위로와 공감이 되는 책이였다.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겠지만 이 책은 나에게 깊은 울림이 되어 주는 책이였다. 이 책이 나의 휴남동 서점이 될 것 같다.
  • 2022-10-25 이지훈
    당신을 위한 클래식-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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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쁘고 분주한 세상살이, 느리게 노래하듯이 살 수는 없을까. 많은 이가 바쁨 자체가 목적인양 살면서 마치 바쁘지 않으면 죄를 지은것처럼 느낍니다. 가끔 다시보기 화면을 보듯 천천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아마도 그런 시간에 클래식은 느리게 노래하듯이 살아볼수도 있을것처럼 귀에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클래식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을것입니다. 도무지 이해 안되고 길고 지루하며 졸린 음악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멋진 콘서트홀과 비싼 티켓 가격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반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마음을 차분히 안정시켜주는 내 삶의 동반자 라고 여기거나 은발을 휘날리며 지휘하는 카라얀의 모습도 떠올릴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든 분명한 사실은 클래식은 생명력이 강한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수백년 지속되어 왔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스며들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또 좋아한다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없어도 그저 좋은 선율은 굳이 의미를 포착하지 않더라도 지친 영혼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어쩌면 클래식 이라는 또 다른 고요속에 일상에 지친 심신을 행구는 시간은 아닐까요. 클래식이 왜 좋은 친구인가에 대한 답은 각자가 다를 것입니다. 삶의 근원적 정서를 파고드는 힘, 언어나 국경, 시대의 경계를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클래식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 클래식은 이해타산의 치열함에 찌든 정신을 아이처럼 맑고 순수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많은 음악중에 클래식만을 만병통치약처럼 숭배하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에 클래식이 파고들 여지도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무려 한시간이 이르는 교향곡 4악장 전곡은 3분내외로 한 곡 감상이 끝나는 대중음악과는 호흡이 다르니까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클래식은 바쁘고 쫓기는 마음을 추스르고 느리게 생각하는 역발상의 지혜를 가르쳐준 음악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음악평론가인 이즈미야 간지의 말을 인용하며 이책을 읽고 또 감상한 클래식들을 기억하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사람이 정말로 성숙해간다는 것에는 예술의 의미를 찾고 즐길 수 있게 되어간다는 의미도 포함되지 않을까. 이것이야 말로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지니는 풍요로움이다. 따라서 예술은 많은 사람이 오해하듯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품이 아니다. 인간의 영혼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이른바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교양도 아니며, 공허한 생활을 메우기 위해 꾸미는 장식품도 아니다. 즉 예술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며 결코 남아돌아 몸에 걸치는 사치품도 아니다.
  • 2022-10-25 손홍진
    판사유감(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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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느끼기에 가장 현생과 이질적인 직업 3가지는 정치인과 대기업 CEO 그리고 판사라고 생각한다. 나쁜 뜻은 아니고 그냥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느낌 그런데 약 23년 경력의 전직 부장 판사의 이 책은 마치 초등학생이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적은 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글의 수준이나 분위기, 문체 등이 초등학생 같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그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과 애정이 글에 듬뿍 담겨있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 몰입도 잘 돼서 술술 읽혔다. 책의 전체적인 틀은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작가님이 판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들에 작가님의 생각을 한 스푼씩 얹으면서 진행된다. - 시어머니를 독살하려 했던 외국인 며느리 - 절도 전과 n 범의 재판 - 패싸움의 한복판에서 자신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폭력 전과자 이 글만 봤을 때는 "사람을 죽이려고 해? 무조건 15년 이상의 처벌은 필수지!" "절도 전과가 이미 여러 번 있으니 당연히 가중처벌해야지!" "저게 말이 되는 건가.. 당연히 거짓말이지!"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이러한 사건들을 접했다면 당연히 저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과, 판례, 모든 법을 검토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와 기구한 사연, 가정 환경 등 언론에서 단 몇 줄의 기사로는 보지 못하는 이 모든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기에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과 법조인과의 괴리가 자주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 중에 국민 참여 재판의 경우 배심원단이 더 큰 양형을 제시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다양하다고 하다. 물론 요즘처럼 성범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끊임없이 나오고 흔히 말하는 솜방망이 처벌이 자주 내려지는 것에는 본인 또한 항상 강하게 분노하고 판사들을 욕했지만 결국 판사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 텐데 그런 선고를 내리면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냐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그런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판사님들이 많을 테고 우리는 지금처럼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좋은 판결이 있을 경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면 세상은 매일 조금씩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한줄평] 볼 때는 가볍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점점 많은 생각이 드는 책
  • 2022-10-25 박영환
    불편한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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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편의점의 역설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따뜻한 관심을 불편함으로 여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혹은 관심을 의심하고 이면의 다른 모습이 있지 않을까 경계하기도 한다.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서로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어 서로를 알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경험한다. 특히 김밥을 안주삼아 편의점에서 소주를 마시던 한 남성을 통해 나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듯 했다. 삶에 지쳐서 편의점 김밥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소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위안 삼는다. 그 남자에게는 나와 같은 쌍둥이 딸이 있다. 삶에 지쳐 잊고 지내던 작지만 소중한 것들, 쌍둥이 딸이 무슨 초코릿을 좋아하는지 아빠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편의점 야간알바생 독고를 통해 듣게된다. 독고는 어쩌면 편의점 알바생으로 비추어진 내면의 또다른 나 '자아'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져 든다. 자신의 넋두리를 독고에게 풀어놓게 되는 남자는 술을 끊게되고 집에 일찍들어가게되면서 가족들의 환영을 받게된다. 남자를 가족의 삶속으로 되돌려 보낸 독고 조차도 알콜 중독으로 삶을 잃고 길거리를 방황하던 노숙자였다. 작지만 꼭 필요한 것들 다시말해 있을건 있고 없을 건 없는 편의점은 우리의 일상과도 비슷하다. 삶에 애환이 있고 사연이 있으며 다소 불편하기도 하고 늘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잊고 사는 많은 것들. 우리의 삶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많은것 같다. 이를테면 가족.......늘 곁에 있고,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부족하기도 하면서 없으면 안되는 것들. 가족의 소중함과 삶속에서 소소한 것들의 중요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은 각박한 사회와 현실에 상처 받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해 준다. 힘든 현실이지만 그래도 비관적이며 않고 우리 주위에서 사람을 돕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 자신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도움은 도움으로 이어진다. 힘든 현실을 버틸 수 있는 힘은 가족이다.
  • 2022-10-25 이명수
    다정한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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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 교수이며 실험물리학자이면서 입자물리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Large Hadron Collider) 실험 프로젝트 멤버가 되어, 수많은 하위 시스템(LHCb, 대형강입자가속기뷰티) 최상 상태 유지 관리 임무를 맡고 있다. 물질의 기원을 파헤치는 일은 자연의 근본 구성요소와 그들의 출처를 밝히고 그로부터 우주를 만든 '조리법'을 알기 위한 지적 여정이다. 1장의 기본 조리법은 사과파이 구성요소부터 분석하기다. 1801년에 존 돌턴의 원자론이 등장하면서 원자 단위의 탐색이 시작되어 100년 동안 숱한 논쟁이 있었지만 아인슈타인에 의해 정설로 굳어진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과파이 하나를 계속 반으로 82번 자르면 원자 크기에 도달한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원자가 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조지프 존 톰슨은 원자모형을 '건포도 박힌 푸딩'으로 제시했고 전자까지 발견했다. 원자의 비밀이 밝혀진 것은 어니스트 러더퍼드 때문이고, 그는 원자가 '작은 태양계' 같고 원자에는 원자핵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양자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한 건 닐스 보어에 의해서다. 원자핵에 양성자 이름을 부여한 러더퍼드, 중성자를 발견한 채드윅. 영욱에 있는 JET(유럽공동핵융합실험장치)는 세계 최대 핵융합로로서, 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이산화탄소나 방사능을 방출하지 않아 완벽한 청정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역학 핵심 개념 중 하나다. 양자터널효과로 태양과 별은 두 개의 양성자를 밀착시킬 정도로 뜨겁다. 수소를 연료 삼아 수십억 년 동안 헬륨을 만들어온 태양은 열핵융합로의 용광로다. 별 내부에서의 헬륨 생산 과정은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태양에너지의 99%가 생성됨)과 탄소-질소-산소 순환(태양의 1.2배 이상인 별에서의)이다. 질량이 0에 가깝고 전기전하는 없는 뉴트리노는 태양에서 엄청난 양이 발산되어 지구를 통과한다. 세계 최대 지하 실험시설인 이탈리아의 그랑사소 국립연구소에는 '브렉시노'라는 지구에서 방사선 방출량이 가장 적은 물체인 뉴트리노 감지 탱크가 있지만, 환경 문제로 인하여 2년 후에는 가동이 멈출 예정이다. 1949년, BBC 라디오 방송에서 프레드 호일은 '빅뱅' 이론을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가장 먼저 '빅뱅'이라는 말을 언급한 이다. 그는 헬륨으로 탄소와 산소 제조법을 밝혀냈다. 1957년, 호일 등의 네 명은 '별의 원소 합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별의 일생을 소개했다. 헬륨이 바닥나면 탄소 원자핵이 서로 융합하여 네온, 마그네슘, 나트륨, 산소 등이 만들어진다. 이후 별은 철과 니켈이 생성된 후 초신성 폭발로 이어진다. 레이저 간섭계 이용한 중력파연구소인 LIGO에서는 2017년 8월 17일, 질량이 큰 물체들이 서로 충돌할 때 '시공간에서 생기는 파문'인 중력파를 감지했다. 두 개의 중성자 별이 충돌하면서 방출한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수십억 년 전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조지 가모프는 가장 큰 공헌을 세웠지만 빅뱅이론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서서히 완성된 이론이고, 정상상태 우주론의 거센 반격을 이겨냈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75%는 수소이고 나머지 25%(반올림해서)는 헬륨이다.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는 1%보다 훨씬 적다는 의미다. 모든 원소는 별의 내부와 빅뱅의 불구덩이 속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빅뱅과 별의 후손인 것이다. 뮤온, 강력을 매개하는 파이온 등의 입자들이 계속 발견되면서 입자물리학은 활기를 띤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는 물질 구성요소이고 뉴트리노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서로 상대방으로 변신하는 데 일조한다. 머리 겔만이 주장했던 '쿼크', 1970년대에 실존 입자로 인정된다. 입자 감지기(충돌기)의 발전으로 인해 쿼크-글루온 플라즈마는 언제든 만들 수 있고, 빅뱅 후 처음 100만 분의 1초 동안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 위쿼크, 아래쿼크, 광자, 글루온이라는 입자는 대체 무엇일까. 1928년, 폴 디랙의 방정식이 논문을 통해 발표하면서 특수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반영한 '반물질' 세계가 열렸다. 물질의 진정한 구성요소는 양자장이다. 보이지 않고 맛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유체 같은 물질이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입자는 바로 양자장에 일어난 잔물결이라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은 불연속 아닌 연속적인 존재다. 세상에 단 하나의 전자장과 단 하나의 업쿼크장과 단 하나의 다운쿼크장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모든 피조물과 하나인 셈이다 입자물리학의 최신 이론은 '표준모형'으로 정리된다. '신의 입자'라는 별명이 붙은 힉스보손(힉스입자)는 강력과 약력 기원과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입자다. LHC(대형강입자충돌기)의 첫 번째 목적은 바로 이 힉스보손을 찾는 것이었다. 약력은 한 종류의 입자를 다른 입자로 변환시키는 유일한 힘이다. LHC에서 두 개의 양성자가 충돌하자 불꽃과 함께 쿼크와 글루온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2012년 7월 4일, 드디어 피터 힉스가 1964년 예견한 스핀이 0이고 전기전하가 없는 질량뿐인 힉스입자가 발견되었다. 이로써 빅뱅 이후 1조 분의 1초까지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표준모형을 완성하기에는 아직도 2%가 부족하다. 도대체 물질은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는 말이다. 이제 최초의 1조 분의 1초 이전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우주 만물의 존재 여부가 그 시기에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물질과 반물질 중에서, 우주 탄생 직후 스팔레온의 역할로 인하여 반물질보다는 물질이 미세한 차이로 끝까지 남아 지금의 우주가 만들어졌다. 전자 질량의 100만 분의 1도 안 되는 뉴트리노에는 전자뉴트리노, 뮤온뉴트리노, 타우뉴트리노의 세 종류가 있다. 전자, 뮤온, 타우와 함께 6종 입자를 렙톤(경입자)로 부른다. 초경량급인 뉴트리노가 물질과 반물질 대칭을 깨뜨렸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중우주'와 '초대칭' 이론 같은 것들은 표준모형 이론이나 혹은 통일장 이론을 대체할 이론으로 떠올랐지만 너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힉스장의 기적 같은 값을 같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다중우주 설은 무(無)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전자, 쿼크, 뉴트리노 같은 물질입자를 광자, 글루온, 힉스입자 같은 힘입자와 연결시키는 대칭인 초대칭 이론 역시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아직 힉스보다 무거운 입자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양자장이론과 중력이론은 빅뱅의 순간으로 가면 오작동을 일으킨다. 우주 전체를 아원자 규모로 환원시킬 '양자중력이론'이 필요하다. 최후의 이론인 '만물의 이론'으로 말이다. 1970년대에 양자중력이론으로 떠오른 끈이론은 10에 500승의 다중우주가 존재해야만 설득력을 얻는다. 1980년대에 부활하여 199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린 이유가 있다. 2015년 이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를 감지한 것으 새로운 형태의 천문학을 창조하고 있다. 빅뱅 이후 매우 짧은 시간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밝힐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난 500년 동안 물리학은 환원주의에 입각한 자연현상을 설명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블랙홀 등 여러 이유로 난관에 빠진 상태다. LHC가 찾아낸 것은 힉스입자뿐이라는 것도 분명한 한계를 보여준다. LHC는 2035년에 은퇴 예정이고, 차세대 충돌기의 건립은 절실하다. 수십 년 안에 중력파 관측소, 최신 천체망원경, 지하 암흑물질 관측소, 초대형 뉴트리노 관측소 등이 완공될 예정이다. 물리학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은 중력, 시간, 공간, 양자장 등이 하나로 통일된 순간이었다. 그것은 곧 물질의 구성요소와 기원을 알려주는 순간이었고. 이제 입자물리학은 1조 분의 1초까지 상황을 알아내었지만 그 이전의 시간을 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사과파이로 시작하여 물질의 기원까지 파헤치기로 한 여정은 끝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심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호모 데우스'가 되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 누가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주의 비밀을 알고 싶기는 하지만 더 나아가 우주로 어서 나가고 싶다. 어쩌면 그런 욕망이 인간이 영원히 존재할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 2022-10-25 유주연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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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의 노래』를 넘어서는 깊이와 감동 김훈이 반드시 써내야만 했던 일생의 과업이라는 책 설명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안중근을 다룬 기존의 도서들이 위인의 일대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는 데 주력한 것과 달리, 김훈은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초점을 맞추어 안중근과 이토가 각각 하얼빈으로 향하는 행로를 따라간다. 이로써 『하얼빈』에는 안중근의 삶에서 가장 강렬했을 며칠간의 일들이 극적 긴장감을 지닌 채 선명하게 재구성된다. 구한말, 쇠약해져가는 조국을 바라보기만 할 수 없었던 청년들의 결기가 들끓고, 세상의 흐름에 맨몸으로 부딪친 민중들이 공허하게 스러지던 어두운 시대상도 김훈 특유의 단문으로 하드보일드하게 형상화된다. 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안중근이 좇는 대의와 그가 느끼는 인간적인 두려움은 더욱 효과적으로 대비를 이룬다. 동양의 평화를 위해 자신과 타인의 희생을 불사하면서도, 집안의 장남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며 천주교에서 세례 받은 신앙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수시로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은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되지 않았던 낯선 면모이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기로 결단하는 순간은 우연과 운명이 뒤섞여 빚어지는 전율로 가득하다. 암울한 미래에 고뇌하며 간도와 연해주 일대를 떠돌던 안중근의 하숙집으로 신문지 한 조각이 흘러드는데, 그 위에는 통감 공작 이토가 대한제국의 위상을 격하하고 일제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교묘히 연출한 순종 황제의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에 암시된 일제의 야욕을 감지한 안중근은 즉시 마음을 정하고 이토가 방문할 하얼빈을 향한 생애 마지막 여정에 오른다. 안중근은 곧바로 의병 활동을 함께했던 동지 우덕순을 찾아가고, 안중근을 맞은 우덕순 역시 안중근의 의중을 간파하고 두말없이 동행을 결정한다. 동일한 목적을 공유한 두 청년의 망설임 없는 의기투합이 간결한 대화를 통해 전달되며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일본인 검찰관과 법관들이 거사를 단행한 안중근 일행을 조사하며 남긴 신문조서와 공판 기록 또한 적재적소에 활용되어 소설의 현장감을 높인다. 극도로 정제된 공문서의 이면에서 인간사의 비극을 읽어내는 것은 김훈의 특기 중 하나이다. 일면 건조해 보이던 이 문서들은 소설의 맥락 속에 절묘하게 배치됨으로써 당시의 뜨거웠던 현장을 증거하는 절절한 기록으로 다시 읽힌다. -그대는 안의 명령에 따른 것인가? -아니다. 나는 안에게 명령을 받을 의무가 없다. 또 명령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내 마음으로 한 것이다. -이토 공은 고관高官으로 수행원과 경호원이 많은데, 그대는 암살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가? -그것은 사람의 결심 하나로 되는 일이다. 결심이 확고하면 아무리 경호가 많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공술들은 소설적 각색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긴장되어 있고, 안중근과 우덕순의 답변은 단순하고 정확해서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김훈은 이 기록들에서 유불리를 떠나 오직 스스로의 신념을 밝히기 위해 거침없이 발화되는 청춘의 언어를 읽는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짧은 생애를 바친 청년들의 모습이 동경심과 슬픔, 안타까움 등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신념을 지키는 일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한 이들이 뿜어내는 순수한 빛 소설에서 안중근과 이토의 갈등만큼이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안중근에게 세례를 준 빌렘 신부와 한국 교회를 통솔하는 뮈텔 주교의 갈등이다. 일본 형법에 근거한 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안중근은 죽음을 앞두고 신에게 죄를 고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빌렘은 그런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어주려 하고, 뮈텔은 한국에 겨우 자리잡은 천주교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빌렘의 뜻에 반대한다. 한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애쓰는 빌렘과, 교회의 안위를 위해 역설적으로 세속과 결탁한 뮈텔의 대치는 성聖과 속俗의 대립이라는 갈등을 더하며 소설의 결을 더욱 풍부하게 일구어낸다. 안중근과 마찬가지로 빌렘은 뮈텔의 권위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안중근을 만나러 감옥으로 간다. 이러한 빌렘의 용기는 안중근의 거칠었던 영혼을 평온한 안식으로 인도하는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안중근이 몸을 앞으로 굽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빌렘이 몸을 앞으로 굽히고 들었다. 안중근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사형수의 머리와 사제의 머리가 가까워졌다. 안중근의 목소리는 숨소리처럼 들렸다. 옥리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목소리가 끊기고,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빌렘은 침묵 속에서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베풀었다. 김훈이 그리는 안중근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온몸으로 길을 내며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안중근이 지녔던 젊음의 패기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환상은 그의 생명과 함께 부서져간다. 안중근이 부딪혔던 벽은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한 듯하다. 청년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고, 때로는 시류와 타협하여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버릴 것을 요구받는다. 그렇기에 거대한 세상에 홀로 맞선 안중근의 생애는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과 탄식을 자아낸다. 책의 말미에 실린 ‘후기’에는 안중근의 사형이 집행된 후 남겨진 이들이 겪어야 했던 수모와 배반의 이합집산이 펼쳐진다. 안중근의 외로운 고투가 일으킨 변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져간 비극을 담담하게 서술한 이 후일담 형식의 글은 소설 바깥의 현실과 맞닿으며 또다른 울림을 준다. 『하얼빈』은 동양 평화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안중근을 비롯한 인물들이 선택한 길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려 한 책 속 많은 이들의 모습은 각자가 만들어낸 명장면 속에서 순수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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