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4
권순구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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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도 너무 보고싶어했지만 역사기록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왕조차 보지 못했던 「조선왕조실록」, 차례로 쌓아 올리면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록물을 토대로 태조에서부터 마지막 황제인 순종까지 27대에 걸친 조선의 왕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파노라마 같은 책이었다. 생물과 같은 조선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의지로, 혹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등용되거나 죽임을 당하는, 다이나믹한 왕들의 삶 속에서 단순한 역사적 지식뿐만 아니라, 오늘날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파워싸움, 처세술과 같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제2대 정종이 이방원을 의식하여 격구를 즐겨하며 정사에 무관심하며 몸을 낮추는 생존 처세를 발휘하여, 상왕이 된 후에도 63세까지 유유자적한 삶을 살며 천수를 누릴 수 있었던 점이흥미로웠는데,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빠른 상황 파악과 실리적인 처세술이 태종으로 하여금 정종을 오래도록 곁에 두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또한, 제4대 세종은 32년 동안 재위하는 동안 한글 창제뿐 아니라, 애민사상을 바탕으로 노비에게 100일의 출산 휴가를 주는 등 시대를 앞서는 많은 정책들을 펼쳤는데, 세종 밑에서 일하는 신하들을 쉬지 못하게 하고, 몸이 아파 사직을 청하는 신하의 청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 ‘악덕사장’?의 면모도 있었다는 사실도 인상깊었다. 오늘날로 따지면, 갑질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조선 최고의 폭군인 연산군, 피로서 왕권을 강화한 세조, 오랑캐에서 무릎을 꿇은 인조의 삶을 목도하면서,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반드시 순혈 장자가 세자로 책봉되지 않았던 역사가 말해주듯, 왕이라는 자리는 하늘이 점지해줘야 하는 무거운 자리이며, 그렇게 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해도, 본인의 자질과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그 무게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문종, 예종, 인종, 현종, 경종과 같은 왕들을 보았을 때,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삶의 진리를 다시금 깨우칠 수 있었다. 또한, 왕의 자리에 앉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따르고 도와주는 주변인들이 매우 중요하므로, 독불장군처럼 혼자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것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를 통해 도움을 받으며 뜻을 모으고 함께 도모해나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것 같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선 시대에도 제각기 다른 입장과 비전, 생각을 가진 세력들이 존재했고, 상호간의 갈등이 있었으며, 치열한 파워싸움이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