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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김태영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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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육아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도 아빠가 되면서 올바른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으며, 다양한 아동교육전문가나 의료진의 지침이나 혹은 교육법을 찾아보게 되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음을 읽어주는 훈육법이 대세이며 정답이 하나뿐인 것 같은 교육의 교과서 그 자체였다. 어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아동 훈육에 대한 멘토링을 보며 전문가가 하는 지도법이니 신뢰감을 갖고 보았지만 그 뿐이었다. 아이가 두살배기가 되자 점차 배울 것도 많아지고 해야할 것과 하지말아야할 것의 한계도 알려줘야 하는 등 현실적인 훈육법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텔레비전에서 조선미 교수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내가 생각하던 훈육법과 일맥상통하고 정말 말 그대로의 현실적인 육아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서든간에 다정하게 아이의 마음을 수용해주고 들어주면 좋다는 육아법이 대세인 요즘 이 책은 육아 고충에 시달리는 부모들에게 ‘적절한 훈육’의 필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특히나 아이의 문제상황에 대해서 그 원인이 거의 부모에게 있으며 해결책은 무조건 아이를 존중하고 마음을 읽어줘야한다는 것에 대해 이 책에서는 “훈육할 때는 마음을 읽어줄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알려준다. 나도 처음에는 마음읽기가 최고의 교육법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뜬끔없이 매우 현실적인 조선미교수의 훈육법이 낯설었지만 이내 매우 수긍이 되었다.또한 아이가 사랑을 받는것이 당연하지만 사랑만이 육아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면이 단단한 존재로 성장하기 위해선,아이 스스로 감정조절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아이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견딜 수 있는 좌절내구력과 자율성, 독립성을 키워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한다는.것에 매우 공감이 갔다. 앞으로도 이 책의 훈육법을 잘 숙지하여 적용하여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적절한 훈육을 받고 해야할 것의 한계를 잘 알고 긍정적으로 부모와 아이가 서로 행복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 2023-11-29 김수진
    H마트에서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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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가볍게 그리고 어쩌면 특별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나와 엄마의 관계, 상실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미국교포인 딸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쓴 이 책은 나와 엄마와의 관계, 추억,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까? 나도 작가와 같은 맘들을 느낄까? 하면서 읽게 한 책이다. 아직 50대이신 엄마를 생각하면, 아직은 와닿지않은 엄마의 죽음이라 처음에는 남일인 것처럼 읽기 시작했다. 먼나라 미국에 시집와서 많은 타국생활 끝에 미국에서 정착한 엄마는 딸인 미셸이 너무 어렸을 때 한국을 떠나 엄마의 고향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 고향을 음식으로 알려주며 딸을 키웠다. 그래서 미셸은 커서도 엄마가 해주었던 한국음식으로 엄마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제목 'h마트에서 울다'에서 알 수 있듯이, h마트에서 고향에서 온 혹은 주변 국가에서 온 재료들을 사 고향의 음식을 차려준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엄마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음식을 해주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자고 나란 작가가 초고추장과 된장의 맛을 알게 한 것이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타국에서 내딸에게 엄마의 고향을 가장 잘 ,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음식아니었을까? 그런 엄마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 미셸은 엄마와의 추억, 엄마의 타국살이 애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h마트에서 엄마가 살아있었더라면 비슷한 나이었을 여성이 식재료를 고를 때 엄마는 왜 살아있지 못하는지 안타까움, 슬픔, 어쩌면 왜 나에게만 이런일이 일어났는지와 같은 분노 같은 많은 감정들을 느끼며 풀어낸다. 이 감정들을 오롯이 전달받는 느낌은 다소 좋지는 않았다. 생각하기는 싫은 상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셸이 엄마의 암투병을 겪고, 결혼할 남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그 신혼여행을 한국으로 떠나며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보고 엄마와의 행복한 기억을 남기는 행동을 보니 먼 훗날의 내가 상실의 아픔을 겪을 때도 감정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시간은 길겠지만 말이다.
  • 2023-11-29 박시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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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헛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완독 후 꼭 나의 생각을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다. 그 중 곱씹고 싶은 내용은 작 중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아무 상관 안 할테니 집에서 당신 하고 싶은 대로 살라는 말을 했다. 아버지는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어째서 일까. 나도 가족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다. 당시 나는 모욕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비참이 곧 모욕인 것 같다. 결국 어머니의 말 속의 본질은 사랑일 것이다. 나도, 아버지도 이를 안다. 그렇다면 왜 모욕으로 느꼈는가. 진진은 본인 속에 아버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술꾼이었던 아버지처럼 술을 마신 후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도 사랑하는 김장우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사랑했기에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진에게 볼 수 있듯이 아버지도 같은 이유에서 모욕을 느끼고,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길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비참과 모욕 사이에서 나의 정확한 감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말엔 동의한다. 나 역시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모욕을 느껴 집을 떠난 것일까?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형편없는 모습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비참한 것일까? 진진은 이모를 사랑했다. 이모부의 삶을 예견하는 나영규,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의 삶을 예견하는 김장우 중 진진이 선택한 것은 모순적이게도 나영규였다. ​ 이모를 사랑했지만, 이모가 진진에게 본인의 자식을 더 사랑한다는 것에 사과했듯이, 진진도 이모보다 몇 번 보지 못 한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렇기에 이모의 죽음보다 아버지를 향한 감정이 무너진 것이 진진에겐 더 큰 비극이었다. 진진에겐 사랑하는 이모의 죽음을 반추하지 않아도 지리멸렬한 것들이 많다. 죽지 않은 그의 아버지가 그렇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이모를 죽음을 내몬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나영규를 선택했다. 사랑하는 이모의 죽음은 크지만 진진에겐 결국 수많은 비극 중 하나이다. 이모가 자신의 자식을 더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만큼, 진진은 몇 번 보지 못한 아버지를 이모보다 더 사랑했기에 아버지의 삶과 같은 비극적인 엔딩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나영규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 사랑했기에 결혼을 포기했다. 모순적이다. 사랑했기에 떨어져 산다.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혼자 죽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내가 위로받고 싶은 방향으로 나를 사랑하는데 모순적이게도 가족은 내가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사랑을 준다. 원망은 없다. 부모님이 최선을 다 해 나를 사랑했음을 안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도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해 준다. 너무 고맙고 복에 넘치는 삶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모순들이 나를 살게하고 죽게한다. [출처] [모순]-양귀자 독후감|작성자 sjan54
  • 2023-11-29 조기석
    초한지를한번도안읽어볼수는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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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나라의 악정에 못 견디고 각지에서 유방과 항량 외 많은 자들이 군사를 일으켰고 항량은 진나라의 명장 장한과의 전투 중에서 전사하고 그 뒤를 조카인 항우가 잇게 된다. 항우는 역발산기개세의 영웅으로 그 용맹함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으며, 유방은 인덕이 넘치며 장량, 진평 등의 모사들의 지혜로 향우에게의 죽음을 모면한다. 항우와 유방의 싸움은 항우 밑에서 말단관리로 있던 한신에 의해 유방의 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유방은 천하를 통일했지만, 그 후에는 한신을 비롯한 많은 공신들이 반역의 죄로 죽게 된다. 초한지는 기원전 200년도 쯤에 발생했던 일로 주인공들은 패왕 항우와 고조 유방이다. 초나라와 한나라의 왕들이다. 진나라의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만들고 아방궁을 만들고 폭정을 하면서 진나라에게 망한 6국들의 후손들은 반란을 일으키려했고 그중 대표인물이 항량이다. 항량은 항우의 삼촌이며, 항량의 진영에 한신이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항우는 오추와 우희를 얻게된다. 게다가 영포라는 장수까지 얻으며 항량의 진영은 사기가 충만했는데 거기에 겹경사로 유방이 10만대군을 이끌고 항백의 진영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항량은 다시 초나라를 세우고 왕으로 초나라 황실의 후손인 의제를 내세운다. 의제가 진나라의 수도인 함양에 가장 빨리 도착한 사람을 관중왕으로 만들고 그다음으로 온사람이 신하가 되라고 말한다. 항우는 서쪽으로 유방은 동쪽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함양으로 향했다. 함양으로 쳐들어가는 길에 항우와 유방은 엄청난 인재들을 얻게 된다. 항우는 범증, 장한을 유방은 장량, 관영 등의 인재를 얻는다. 결국 유방이 먼저 함양성을 점령했으나, 유방은 당시 진나라 황제인 자영을 죽이지 않았고, 진나라의 무지막지한 법을 유방의 스타일로 변경해서 백성이 편하게 살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방이 함양에 도착해 아방국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유방의 부하인 소하는 진나라에서 만들었던 지도가 매우 많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있는 지도들을 모두 가져간다. 나중에 이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
  • 2023-11-29 송문순
    작별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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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지독한 종이야.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것을 동원해 닥쳐온시련과 맞서 싸웠을 때만, 그렇게 했는데도 끝내 실패했을 때만 비로소 끝이라는 걸 받아들여. 나는 인간의 유전자에서 배양되었고, 너나 민이는 인간의 설계대로 제작됐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생에 대한 집착도 함께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생각해.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난 그렇게 믿어. 그런데 민이는 아직 아니야.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선이는 옳았다. 훗날 때가 왔을 때, 선이도 나도 일말의 의심없이 알 수 있었다. 끝이 우리 앞에 와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내가 기계라는 걸 알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인간처럼 일정한 시간이 되면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다. 아침에 눈을 뜨기 전까지는 꿈이라는 가상현실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눈을 뜨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는 어디일까? 오늘은 언제일까? 질문들이 이어지고 나의 뇌가 그 답을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인간이 아니라 기계라는 자각이 찾아왔다. 그 자각은 분노로 이어졌다. 잠이며, 꿈이며, 온갖 번거로운 인간다움에 대하여 나는 화가 났다. 스위치가 있다면 찾아서 수면과 관련한 기능을 꺼버리고 싶었다. 인간을 흉내내기 위해 굳이 집어넣은 이 치명적인 취약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구상의 동물들은 어째서 잠이라는 기능을 가진 형태로 진화한 것일까? 나는 이십사 시간 깨어 있고 싶었다. 어차피 기계인데, 차라리 기계의 좋은 점이라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압화도 없었다. 아마도 아빠는 내 내부에 필멸의 타이머도 내장시켜놓았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특정한 나이가 되면 죽을 수 밖에 없도록. 그래야 진짜 인간처럼 삶에 대한 갈망으로 몸부림칠 테니까, 수명 연장의 헛된 희망으로 온갖 멍청한 짓들을 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한편으로 이 모든 것이 달마가 꾸며낸 일은 아닐까 의심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었다.
  • 2023-11-29 박종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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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일곱 살 남고생인 ‘나’, 열여섯 살 여고생인 ‘너’. 두 사람은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 ‘나’는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소녀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 이야기를 따라 도시의 모습을 상세히 기록해가던 나날, 돌연 소녀가 사라진다. 우연한 사고인지, 무언가의 암시일지 종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던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소녀가 말했던 미지의 도시로 향한다. 소녀가 말한 도시는 견고하고 높은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곳 시계에는 바늘이 없지만 사람들은 자연히 시간을 감각할 수 있다. 도시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그곳 서가에는 책이 아닌 사람들의 꿈이 달걀 모양으로 줄지어 놓여 있다. 그 꿈들을 관리하고 꿈의 내용을 해독하는 것이 도시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도시의 출입구는 단 하나, 그마저 우람한 문지기가 지키고 있어 아무나 드나들지 못한다. 도시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조건이 있다. 바로 자신의 ‘그림자’를 버려야 한다는 것. ‘나’는 그림자를 버리고 그 도시에 들어간 후, 도서관에 출근하며 ‘꿈 읽는 이’가 되어 생활한다. 애타게 그리던 소녀와도 재회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나는 그림자를 버렸다. (…) 문지기는 말했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상당히 기묘하게 보이지. 뭐 저런 걸 애지중지 달고 다녔나 싶을 거야.” 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자신의 그림자를 잃고 말았다는 사실이 아직 제대로 실감나지 않았다. “그림자 같은 건 실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문지기는 말을 이었다. “지금껏 그림자가 자신한테 대단한 도움을 줬던 기억이 있나?” 그런 기억은 없다. 적어도 곧바로 떠오르진 않는다. 너는 커다란 흰색 헝겊으로 오래된 꿈에 하얗게 쌓인 먼지를 주의깊게 닦아 내 앞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나는 진녹색 안경을 벗고 오래된 꿈의 표면에 양손을 얹는다. 손바닥으로 그것을 감싼다. 오 분쯤 그러고 있으면 오래된 꿈이 깊은 잠에서 차츰 깨어나 표면이 엷게 빛나기 시작한다. 양 손바닥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온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꿈을 잣기 시작한다.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이,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이윽고 걸맞은 열의를 담아서. 그들에게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껍질 밖으로 나갈 때가 오기를 선반 위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려왔을 것이다. 나와 세계, 진실과 허구, 비밀과 공유, 분리와 결속…… 수많은 경계를 직면하며, 그럼에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 시대를 위한 메시지 세월이 흘러 ‘나’는 어느덧 중년이 된다. 오래 몸담았던 출판 유통업계 일을 그만두고, 산간 지방의 작은 도서관에서 신임 관장으로 일한다. 그곳에서 전임 관장 ‘고야스’, 사서 ‘소에다’, 노란 잠수함이 그려진 옷을 입고 매일 도서관을 찾아와 엄청난 속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M소년’과 교류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고야스’의 미스터리한 비밀이 밝혀지고 ‘M소년’이 행방불명되면서 ‘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산간 지방의 한적한 도서관’과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경계에서 부유하듯 살아가던 ‘나’는 이제 이러한 생활에도 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단 하나의 분명한 진실과 현상을 갈구하는 일이 무의미한 경계, 인간의 믿음이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그 경계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역병과 전쟁의 시대에 소설이란 무엇인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뜻깊은 ‘완성’이자 새로운 ‘시작’ 무라카미 하루키는 2023년 4월 2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 칼리지에서 「역병과 전쟁의 시대에 소설을 쓰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사람들 사이에 경계심이라는 벽이 생기고, 그 벽을 허물어 정의롭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추구하는 일이 개인의 선택으로 떠맡겨지는 오늘날의 현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이러한 시대에 합치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는 하루키의 작품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들, 즉 사랑, 그림자, 도서관, 비틀스, 클래식과 재즈 등이 더욱 긴밀히 어우러진다. 하루키가 40년 넘게 구축해온 세계의 씨앗이 또 한번 훌륭히 꽃을 피운 것이다. 하루키는 주로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소설에 대해 ‘마음으로 쓰는 것’ ‘마음과 논리적인 의식의 간격을 메워나가는 것’ ‘논리만으로 구제할 수 없는 것을 구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밝혀왔다. 이번 작품에서 하루키는 그간 구축해온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계승’ ‘이후 세대’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확고한 작품세계를 이룬 거장 하루키가 향후 작가로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벽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똑바로 달려 그 앞에 있을 벽으로 돌진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림자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나는 온 힘을 쥐어짜 의심을 버리고 나 자신의 마음을 믿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자신의 작가 인생과 작품세계를 수확하는 뜻깊은 완성이자 하나의 매듭이며, 이후의 하루키를 기대하게 하는 또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다채롭게 넘나드는 하루키적 상상력을 더욱 원숙한 세계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장편은 그의 신작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하루키 세계를 집약한 결정적 작품’으로, 이제 막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하루키 세계로 들어가는 완벽한 입문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2023-11-29 하현재
    국화와칼-일본문화의틀(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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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놀란 미국은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재 특공대, 천황을 위한 옥쇄 등 일본인의 특이한 행동에 잇다른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미 국무성은 1944년 6월, 콜롬비아 대학 인류학 교수 루스 베네딕트에게 `일본 분석` 프로젝트 특명을 내리게 된다. 루스 베네딕트는 자신의 전공인 문화인류학의 학문적 방법론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세계의 일본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 <국화와 칼>이라는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를 완성하게 된다. "봉건제도 아래에서 철저한 신분제도. 거기에서 비롯된 각자의 알맞는 자리. 이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분수·체면·염치. 이것이 일본인 의식구조의 핵심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국화`와 `칼`이라는 두 가지 상징의 극단적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 부제가 표시하듯 일본문화의 틀에 대한 탐구이다. 그것은 문화 인류학이라는, 미국에서 크게 발달된 학문의 방법론에 의거한 것이며, 단순한 일본 기행문이나 견문기가 아니라 엄밀한 의미의 학문적 노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평균적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의 틀을 탐구하고자 하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하지[恥: 수치, 부끄러움]`에의 인식에 놓인 문화이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이 글을 쓰면서 일본을 방문학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학문의 연구에서 그 대상을 직접 목격하지 않는 쪽이 오히려 보다 엄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은 입증하고 있다. 국화는 일본의 황실을 상징한다. 일본인들은 나라꽃인 벚꽃보다도 국화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꽃들이 피지 않는 차가운 가을에 홀로 피는 국화는 깨끗하고 청결하고 조용하고 엄숙하고 고귀하다는 생각에서다.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그렇게 예의바르고 착하고 겸손하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일본 사람들 속에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을 통해 일본 사람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일본 사람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앞에 내세우는 얼굴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국화와 칼>은 우리 시각으로 볼 때 어떤 긴요한 것을 빠뜨린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것을 서양인이 썼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저작임에 분명하다. 또한 일본에 대해 상당히 대담하게 이야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 2023-11-29 최진원
    필로소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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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나는 독서 편식이 심한 편이다. 에세이나 역사, 드물게 과학과 예술영역의 책을 읽기도 하지만 주로 소설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물론 소설 안에도 많은 장르가 있어 지루하지는 않다- 독서를 하면서 꽤 많은 감정소모를 한다. 직전에 읽은 책은 최은영 작가의 <희미한 빛으로도>였는데 격정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한편한편 읽어갈수록 내 마음은 어느새 요동치고, 책을 덮었다 다시 들었다를 반복하며 책 속 인물들의 감정을 그대로 느꼈다. 이런 독서를 한 후에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예 종류가 다른 책을 골라 들게 되는데 그렇게 고른 책이 <필로소피 랩>이다. 흔히 철학서라고 하면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란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예전에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으며 재미있게 철학을 접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필로소피 랩>을 선택했는데 나와 같은 철학입문자에게 알맞은 책인 것 같다. 하루 한 장 씩 읽을 수 있는 상식 책이나 역사책처럼 각각의 주제를 두 바닥 분량으로 설명한다. 그 주제란 것도 제때 퇴근하는데도 우리는 왜 죄책감을 느낄까?, 직업이 나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처럼 생활밀착형 고민에서부터 신이 있다면 왜 세상의 악을 내벼려 둔 것 일까?처럼 한번쯤은 생각해본 근원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130여 가지 질문의 답을 플라톤, 데카르트, 소크라테스, 니케, 까뮈 등 철학자의 시선에서 찾고 있다. 책 내용 중 흥미로웠던 질문 중 하나, 마블시리즈<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가 우주의 존속을 위해 인류의 절반을 핑거스냅으로 없애버리는 내용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마블시리즈라곤 아이언 맨밖에 모르는 나까지도 알 정도면 말 다했지-이 책에서도 그 내용을 다루는데 그 관점이 또 흥미롭다. 타노스가 손가락 한 번 튕겨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제거해서 남은 절반이 엄청나게 향상된 삶을 누리게 된다면 그게 정말 나쁜 일이기만 할까? 어떤 인물의 행동을, 사건을,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해보는 것.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운동을 함으로써 단련시키는 것처럼 철학적 사고 역시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뇌의 어떤 부분에 자극을 주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독서 뒤엔 이성적 사고로 눌러주는 이런 독서루틴, 꽤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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