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헛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완독 후 꼭 나의 생각을 정리하리라 마음먹었다. 그 중 곱씹고 싶은 내용은 작 중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아무 상관 안 할테니 집에서 당신 하고 싶은 대로 살라는 말을 했다. 아버지는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어째서 일까. 나도 가족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다. 당시 나는 모욕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비참이 곧 모욕인 것 같다.
결국 어머니의 말 속의 본질은 사랑일 것이다. 나도, 아버지도 이를 안다. 그렇다면 왜 모욕으로 느꼈는가. 진진은 본인 속에 아버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술꾼이었던 아버지처럼 술을 마신 후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도 사랑하는 김장우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사랑했기에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진에게 볼 수 있듯이 아버지도 같은 이유에서 모욕을 느끼고,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길을 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비참과 모욕 사이에서 나의 정확한 감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말엔 동의한다. 나 역시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모욕을 느껴 집을 떠난 것일까? 나를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형편없는 모습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비참한 것일까?
진진은 이모를 사랑했다. 이모부의 삶을 예견하는 나영규,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의 삶을 예견하는 김장우 중 진진이 선택한 것은 모순적이게도 나영규였다.
이모를 사랑했지만, 이모가 진진에게 본인의 자식을 더 사랑한다는 것에 사과했듯이, 진진도 이모보다 몇 번 보지 못 한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렇기에 이모의 죽음보다 아버지를 향한 감정이 무너진 것이 진진에겐 더 큰 비극이었다. 진진에겐 사랑하는 이모의 죽음을 반추하지 않아도 지리멸렬한 것들이 많다. 죽지 않은 그의 아버지가 그렇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이모를 죽음을 내몬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나영규를 선택했다.
사랑하는 이모의 죽음은 크지만 진진에겐 결국 수많은 비극 중 하나이다. 이모가 자신의 자식을 더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만큼, 진진은 몇 번 보지 못한 아버지를 이모보다 더 사랑했기에 아버지의 삶과 같은 비극적인 엔딩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나영규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사랑했기에 결혼을 포기했다. 모순적이다.
사랑했기에 떨어져 산다.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혼자 죽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은 내가 위로받고 싶은 방향으로 나를 사랑하는데 모순적이게도 가족은 내가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사랑을 준다. 원망은 없다. 부모님이 최선을 다 해 나를 사랑했음을 안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도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해 준다. 너무 고맙고 복에 넘치는 삶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모순들이 나를 살게하고 죽게한다.
[출처] [모순]-양귀자 독후감|작성자 sjan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