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박지현
아비투스(양장)-인간의품격을결정하는7가지자본
0
0
아비투스는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를 설명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사회적 요소들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왜 어떤 사람은 쉽게 성공의 길을 걷고, 다른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도 그 자리에 닿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답을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통해 풀어내며, 사회적 성공이 단순히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의 산물이 아님을 분명히 일깨워주었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시한 아비투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자라면서 겪는 모든 경험, 듣는 말, 보는 행동들이 모여 만들어진 내면화된 자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치 내가 살아온 환경과 나의 모든 행동들이 세밀하게 분석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정말 나의 의지로 지금의 내가 된 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자주 가는 장소, 입고 다니는 옷, 말할 때 쓰는 단어들조차 모두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다가왔다.
책은 이러한 아비투스가 우리 인생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명문대 졸업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상류 사회로 진입한다. 그들이 가진 것은 단순한 학력이나 스펙이 아니다. 그들은 말투와 태도, 심지어는 대화의 주제 선택까지도 상류층에 적합한 방식으로 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아비투스가 바로 그들이 지닌 일종의 문화적 자본인 것이다. 반면,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떤 사람들은 사회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그들이 가진 잠재력조차 펼쳐보이지 못하고 꺾인다.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이 아비투스가 도제적 관계를 통해 대물림된다는 사실이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비투스를 전수하는 과정 속에서 상류층은 그들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하류층은 그들만의 패턴에 갇혀버린다. 이것은 단순한 경제적 자본의 대물림이 아니라, 문화와 태도, 사고방식까지 전수되는 무형의 자본의 대물림이다. 나는 그동안 “누구에게나 기회는 평등하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평등은 경제적 조건만이 아니라 문화적 자본의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있다는 것을 배운 순간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복잡하고, 성공의 기회가 얼마나 비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노력만으로는 뚫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과 무력감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같아 의미 있는 깨달음이었다.
아비투스는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나와 우리 사회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드는 거울과도 같은 책이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진정한 평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이 책을, 나는 앞으로도 종종 꺼내 읽으며 나의 사고를 다시 정립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