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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30 박혜민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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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세이가 나왔길래, 이건 50%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 남은 절반은 책 표지가 멋있어서 골랐다. 하루키의 세계관 속에는 늘 두 가지 세계가 공존한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소설을 읽고 있으면 현실은 휘발되어 날아가 버리고 소설 속에 동화되어버린 날 발견하게 된다. 소설과 에세이를 둘 다 잘 쓰는 작가는 드물다고 한다. 소설이 재밌어서 에세이를 사서 읽었더니 실망했다는 경우도 있는데, 하루키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73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취미 부자이다. 그는 한 가지에 관심이 생기면 아주 넓고 깊고, 그리고 즐겁게 그 일을 한다. 레코드를 모으는 게 취미인 작가가 60년 가까이 레코드숍을 들락거리며 부지런히 모은 레코드를 소개해 주는 책이다. 스스로가 '레코드에 집착이 있다.'라고 말한 거 치곤 레코드를 산 이유가 너무 제각각이다. 그는 레코드, 그중에서 클래식 레코드를 모은다. 체계적으로 모으기보다는 재킷이 멋있어서, 싸서 즉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그냥 닥치는 대로 사 모았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레코드를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당연히 레코드판으로 들어본다는 것은 아니고 대 정보 홍수의 세대. 유튜브에는 없는 게 없다. 검색하면 다 나온다. 나는 클래식보다는 뉴에이지 쪽으로 더 흥미가 있지만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움에 덮여버린, 오래된 내 취향이 떠올랐다. 그 계기로 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여러 개 들어 보았다. 그러면서 나도 용기가 생겼다. ' 나도 하루키처럼 연주단의 특색을 읽어내고, 그중에서 더 명확한 내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겠는걸? ' 그리고, 책 읽는 시간보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길어진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때, 그 순간에는 나도 하루키 못지않은 전문가가 된 기분이었다. 전문가라는 표현보다, '라흐마니노프를 탐구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나도 60년을 한 가지 관심사에 몰두하고, 끈기 있게 쥐고 나간다면 하루키처럼 굉장한 컬렉션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가르칠 건 아니지만 멋지고 근사한 취미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 2022-08-30 김정훈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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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담긴 새로운 세상, 디지털화된 지구를 메타버스라 부른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게으른 뇌를 깨워내는 수단으로 등장한 게 증강현실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정보는 버려지니, 버려지지 않도록 정리, 요약된 정보를 눈에 띄게 만들어서 던져주는 방식이다. 이런 증강현실 장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특정 상황에서 우리에게 강한 실재감을 전해준다. 스마트폰에 달린 여러 개의 고성능 렌즈가 하는 역할은 우리의 라이프로깅용 이미지 촬영이다. 현실의 나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를 빼고, 이상적인 나의 이미지를 조금 추가해서 즐기는 라이프로깅이 대세인 셈이다.(라이프로깅 세계: 내 삶을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다) 소셜미디어에 무언가를 올리면, 타인이 내게 반응해주리라는 기대감에 도파민이 분비되며, 실제 타인이 내가 기대했던 반응을 보여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기록을 올리고 타인의 반응을 통해 행복해하는 순환과정에는 끝이 없다. 인간의 보상기대시스템에는 ‘이제 충분해요!’라는 완전한 만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인공지능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이 일부의 소유가 되어, 일부가 전체를 더 쉽게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처럼 인간과 대립하는 인공지능이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기에 앞서,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보면 좋을 거 같다. 메타버스를 만든 목적이 무엇이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놀이, 재미를 원한다. 게임 프로그램이나 웹툰이 아닌 배달의 민족 앱이 재미와 풍자 코드를 플랫폼에 녹여 넣는 이유, 그런 것들을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놀이에 있다.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이상 더 다양한 메타버스가 끝없이 등장하며 그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누군가는 메타버스를 새로운 사업 플랫폼으로, 누군가는 새로운 놀이터로, 누군가는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통제 불가한 고민, 불행이 당신을 짓누른다면 메타버스에서 잠시 기분을 전환하며 잊어도 좋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현실을 완전히 잊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메타버스 속 삶이 아무리 빛날지라도, 현실이 있기에 메타버스가 존재한다.
  • 2022-08-30 원남경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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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런의 생김새부터 의식의 깊은 곳까지, 뇌과학 전반을 80쪽이라는 가벼운 분량에 담아 다채롭고 재미있는 만화책 이다. 뇌의 기본적인 특징(크기, 무게, 모양, 영역)부터 신경세포(뉴런)와 신경교세포, 기억과 해마, 시냅스 연결, 신경전달물질, 일명 ‘멍 때리기’라 불리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뇌-기계 인터페이스, 각종 뇌 질환, 뇌를 젊게 유지하는 법, 역사적으로 유명한 뇌(피니어스 게이지, 아인슈타인) 등등 뇌의 구조와 기능, 진행 중인 연구들과 최신 성과, 역사적 사실들을 만화적 상상력과 은유, 유머, 여러 과학자와의 인터뷰 등을 동원한 갖가지 방식으로 담아내, 보는 즐거움이 크다. 뇌에 관심은 있지만 기존의 뇌과학 교양서가 어렵게만 느껴졌던 성인 독자는 물론,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뇌과학 책을 찾는 독자에게도 맞춤책이다. 우리는 뇌를 호두 모양 등으로 연상하곤 한다. 저자는 뇌의 전체적인 모양을 볼 때마다 '낙담한 채 고통에 사로잡혀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처럼 독특한 시각으로 뇌의 기본적인 특징부터 뉴런, 신경교세포, 기억과 해마,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 등 뇌의 전반을 만화적 상상력과 은유, 유머, 인터뷰 등으로 담아냈다.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에 시적인 아름다움과 유머를 솜씨 좋게 결합하여 뇌를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이 책은 재치 있고 빠르게 읽히는 과학 대중화의 성공적인 사례. 매혹적이고 중요한 신경과학 분야와 대중을 매개하는 역할을 영리하고도 완벽하게 수행한다. 뇌 속을 탐험하는 여행 일기이자 작가 자신의 이야기.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이 과학의 대중화가 예술의 경지에 올라 과학적으로 엄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그래픽적으로도 훌륭한 이 책을 펼치는 일은 두뇌의 신비를 펼치는 일이기도 하다. 정말 성공적인 작품이다. 내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뇌의 구조와 기능, 역사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만화적 상상력과 유머로 그려낸 뇌 탐험 만화 책으로 온 가족이 뇌과학에 관해 함께 읽고 한바탕 수다를 떨기 위해서는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 2022-08-30 김혜진
    마지막몰입:나를넘어서는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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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넘어서는 힘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짐 퀵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한 성공 전략 뿐만 아니라, 그의 극적인 인생 스토리에 있다. 어렸을 때 뇌를 크게 다쳐 평범한 학교생활과 학업이 어려웠던 그는 결국 대학교 중퇴를 결심한다. 책 한 권을 다 읽기 힘들 정도로 어떤 것을 배우고 익혀도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인생에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짐 퀵은 나이, 배경, 교육, IQ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뇌, 추진력, 기억력, 집중력, 습관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인드셋, 동기부여, 방법 이 세 가지 영역을 아우르는 성공 전략을 직접 밝혔다. 자기개발서와 뇌 과학을 잘 정제하여 쓴 책이다. 하루 만에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서술하였으며 실천 가능한 항목을 단계 별로 나타내어 변화를 이루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었으며 읽기 좋았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비슷한 자기개발서 여러 권을 읽는 효과가 있었다. 1. 공부하는 동안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음악, 향기, 포모도로 기법을 활용한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바른 음악으로 더 빨리 배우고 기분을 향상 시킬 수 있다. 저자는 분당 50-80 비트 사이의 바로크 음악을 제안한다. 2. 시각화는 집중력과 기억력을 즉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억은 훈련과 시각화를 통해 향상 시킬 수 있는 두뇌의 또 다른 부분이다. 3. 더 잘 읽고 더 자주 읽는다.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야 한다. 또한 페이지의 각 단어를 발음하지 마라. 이렇게 하면 말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읽고 배우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으나 독서 능력도 연습하면 향상된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시도를 하느냐 않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당장의 실천을 얼마나 오래도록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개발서에 매달리지만 정작 그 개발서가 원하는 바를 끝내 오래도록 실천하는 주체는 몇 되지 않는다. 성공하는 자가 소수인 이유이며, 지속적인 꾸준함이 중요한 이유이다.
  • 2022-08-30 김유정
    행성어 서점(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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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서 책을 보던 중 우연히 "행성어 서점"을 발견했고, 최근에 아주 재밌게 읽은 "지구 끝의 온실"을 쓴 김초엽 작가가 이 책을 썼다는 사실에 언젠가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다.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과 생화학을 전공한 사람 답게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공상과학과 미래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구 끝의 온실"과 마찬가지로 "행성어 서점"도 중간중간 정확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작가의 과학적 상상이 표현된다. 하지만 처음에 낯설게 느껴졌던 그러한 표현들도 책을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면 나에게도 즐거운 상상으로 다가왔고 그 매력에 빠져 김초엽 작가의 책을 계속 읽게 되었다. "행성어 서점"에는 김초엽 작가의 단편 소설이 14개 실려 있다. 김초엽 작가는 그 단편소설들을 2가지 주제("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와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로 나누었고, 이를 통해 공통적으로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에게는 각각의 주제속에서 기억에 남는 하나씩의 단편소설이 있다. 먼저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에서는 첫번째 소설인 "선인장 끌어안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엇인가에 닿으면 아픔을 느끼는 "접촉통증"이라는 병을 가진 한 남자는 봉사활동을 하며 그와 똑같은 병을 가진 한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어야 안전한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며 적당한 거리를 알게된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지만 여자아이는 병에 걸려 죽게된다. 이 짧은 소설은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친밀한 사이에서 어느정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며 그 거리는 과연 얼마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두번째 주제인 "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 에서는 "시몬을 떠나며"가 기억에 남는다. 시몬이라는 행성의 사람들은 그 행성의 환경으로 인해 가면같은 물질로 얼굴을 뒤덮힌채 살아간다. 소설 속 시몬을 여행하는 여자는 그러한 시몬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이 진짜 표정과 모습을 볼 수 없어 떼어내고 싶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몬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가면은 시몬 사람들이 억지웃음을 짓지 않게 해주며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였다. 나는 시몬사람의 말을 읽으며 놀랐다. 보통 우리는 가면 속에 진실이 감추어져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가면을 쓰지 않아도 거짓 표정을 지으며 진심을 숨김다. 우리는 가면을 쓰지 않아도 서로의 진심을 모르는 것이다. 가면이 진심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 진심을 보이고 또 숨기는 것은 우리의 마음인 것이다.
  • 2022-08-30 최지원
    불편한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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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거리 청파동에서 편의점을 하는 염여사는 어느날 서울역에서 중요한 것이 담긴 파우치를 잃어버리고, 파우치를 찾아준 독고와 만나게 된다. 말을 어눌하게 하고 덩치가 큰 알콜중독자 독고에게 술을 끊을 것을 조건으로 야간 편의점 알바에 고용하게 된다.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독고는 의외로 편의점 일을 해나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독고로 인하여 마음이 풍족해지고 용기를 얻게 된 사람들은 어느덧 자신의 자리에서 멋지게 성장하고, 성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삶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만이라도 귀기울여주는 자세, 추운 사람에게 따뜻한 전기난로를 내어주는 마음을 나누며 독고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다. 독고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잊어버렸던 기억을 서서히 찾게 되고,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깨닫고, 본인의 자리인 의사로써 의료인 봉사를 위해 대구로 떠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 감상 표지가 예뻐서 생각없이 고른 불편한 편의점은 표지만큼 예쁜 에피소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다. 내 주변 어느 편의점에서 실제 일하고 있을 것만 같은 독고를 상상하며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해지는 시간이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을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그 어떤 글보다 솔직하게 풀어내어 절로 공감하게 만드는따듯하고 잔잔하며, 현실적인 동시에 가장 이상적인 소설. 떠돌이 홈리스라는 처지 탓에 꾀죄죄하고 볼품없는 몰골로어렵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진실하고 온정 충만한 독고 씨, 그리고 무수한 이들의 외면을 받던 그를 향해 기꺼이 손길을 내민 진정한 교육자이자 성자인 염 여사.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 집 옆에 누가 사는지 관심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이 오히려 내 상상이 아닌가 의구심을 들게 할만큼 기묘하고도 아름다웠으며 묘하게 현실스러웠다. 이 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따스한 시너지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 2022-08-30 박상아
    모스크바의 신사(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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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과 두께를 보고 '도대체 무슨 신사이길래 이렇게 할 말이 많았던 것인가' 라는 압박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장을 펴자마자 나오는 법정에서의 묘사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신사의 모습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유쾌하지만 예의바르고 바르게 서있다. 호텔의 작은 다락방이 삶의 장소가 된 신사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옆의 다락방을 터 본인의 공간을 확장하고, 식당에서 만난 소녀와 호텔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간을 더 확장했다. 신사는 다락방 신세였지만 한편으로는 호텔 전체가 신사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신사가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들 혹은 신사가 읽는 책에서 인용하는 글귀가 인상깊다. 신사 삶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말이었겠지만 어느 표현들은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예를들어, "삶의 상황이 우리 자신의 꿈을 추구하지 못하게 할 경우, 우리는 어떤식으로든 그 꿈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 "첫째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몽테뉴의 격언이었다." 와 같은 것들이다. 작가 자신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전하는 말이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지루하고 나른하면서도 재미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나에게 매우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먼저, 이 책은 모든 것을 상세히 묘사한다. 줄거리에 집중해 주인공의 행동이나 주변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신사가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는 그 '식당'의 상징적인 의미, 분위기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지배인의 옷차림 생김새 말씨, 음식의 재료 풍미 식감 등을 설명한 활자를 읽고 있자면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전지적 작가와 같은 시점으로 신사와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 책의 이러한 특징은 앞서 설명한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원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유투브나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요즘, 활자를 통한 공감각적인 시각의 확장은 나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좋은 기회였다.
  • 2022-08-29 심진걸
    가불 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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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저자가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인물로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하지만, 심도 있는 학술 연구서가 아니라 서울대 교수로서, 일국의 장관으로 오랫동안 고민하며 틈틈이 메모해둔 것을 정리한 책이다. 또한, 대부분의 내용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며 논조를 이어가고 있어 완전히 편향된 시각으로 저술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암튼, 이 도서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 직선제 개헌 이후 정치적 민주화 이후 안착한 '자유권'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권 선진국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경제력과 국방력,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K-POP, 오징어 게임 등 문화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인권의 다른 축인 사회권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나도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70~80년대 가장이 회사로부터 가정에 큰 돈이 필요할 때, 급여를 선지급 받아 사용하던 의미의 '가불'이라는 단어와 경제력 등으로 유엔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현실을 제목으로 삼은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많은 국민들은 의무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여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통해 기본적인 삶은 영위하며 살아가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육아 · 교육 · 주택 · 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보장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불안하고 피폐해 지는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양극화로 경제 선진국의 그늘이 점점 넓어지는 형국이다. 서민들을 대표한다는 진보개혁 진영도 역시 이 사회권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사회권을 보장하려면 어떠한 운동을 벌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권위주의 체제와 무능한 정권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리고 정치적 민주화를 쟁취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회적 · 경제적 민주화다. 정치적 민주화의 요체가 자유권이라면, 사회적 · 경제적 민주화의 요체는 사회권이다. 이제 연대와 공존의 원리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되었고, 그 법률적 표현이 사회권이다. 국가와 시민사회 모두에게 사회권 보장이 핵심 화두가 되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사회권 보장을 위한 경쟁에 나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 경제적 약자에게 사회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유권이 유명무실해짐을 직시하고, 사회권 강화를 위한 새로운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 모두가 잘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를 소원한다.
702 703 704 705 706 707 708 709 710 711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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