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과 두께를 보고 '도대체 무슨 신사이길래 이렇게 할 말이 많았던 것인가' 라는 압박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장을 펴자마자 나오는 법정에서의 묘사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신사의 모습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유쾌하지만 예의바르고 바르게 서있다.
호텔의 작은 다락방이 삶의 장소가 된 신사는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옆의 다락방을 터 본인의 공간을 확장하고, 식당에서 만난 소녀와 호텔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간을 더 확장했다. 신사는 다락방 신세였지만 한편으로는 호텔 전체가 신사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신사가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들 혹은 신사가 읽는 책에서 인용하는 글귀가 인상깊다. 신사 삶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말이었겠지만 어느 표현들은 독자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예를들어, "삶의 상황이 우리 자신의 꿈을 추구하지 못하게 할 경우, 우리는 어떤식으로든 그 꿈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 "첫째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몽테뉴의 격언이었다." 와 같은 것들이다. 작가 자신이 자신 혹은 타인에게 전하는 말이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지루하고 나른하면서도 재미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나에게 매우 재밌는 책은 아니었다. 먼저, 이 책은 모든 것을 상세히 묘사한다. 줄거리에 집중해 주인공의 행동이나 주변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신사가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는 그 '식당'의 상징적인 의미, 분위기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지배인의 옷차림 생김새 말씨, 음식의 재료 풍미 식감 등을 설명한 활자를 읽고 있자면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전지적 작가와 같은 시점으로 신사와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 책의 이러한 특징은 앞서 설명한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원하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유투브나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요즘, 활자를 통한 공감각적인 시각의 확장은 나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