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30
염진민
바깥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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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은 작가 김애란의 단편 7편을 엮어놓은 책이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한 책. '바깥은 여름'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은 어쩌면 청량하기까지 하지만 표지는 어쩐지 스산한 느낌이고 그 안의 내용은 너무 아린 느낌의 차가움이다.
입동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 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에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과 경험을 풀어놓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슬픔이겠지만 이런 작품을 통해 깊이 상상해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배려심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노찬성과 에반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엇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찬성 또한 훌쩍 자라 아무 데서나 울지 않는 소년이 됐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울지 않을 도리가 없는 열 살이 됐다." 가난할수록 아이의 순수함을 일찍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 현실적인 얘기들로 아이의 욕구를 잠재우고 본인의 고단함으로 인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순수함을 지켜주지 못하는 어른들로 하여금 그렇게 될 것 같다.
건너편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이날 두 사람은 평소보다 달게 잤는데, 저녁상에 오른 나물 덕이었다. 도화는 밤새 내장 안에서 녹색 숲이 오래 타는 기운을 느꼈다.', '단어 하나에 여러 기억이 섞여 뒤엉키는 걸 알았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안에서 여러 번의 봄과 겨울을 난, 한 번도 제철을 만끽하지 못하고 시들어간 연인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장기 연애랑 가족의 연과 비슷해서 싫어도 헤어질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돼버린다.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는 척 연기를 계속해서 하는 느낌이랄까. 마음 가는 데로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견뎌낼 수 없는 시간일 것이다. 그 불편하고 복잡한 공기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