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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28 함태광
    확장된표현형-출간40주년기념리커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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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꼽으라면 아마도 저자의 '만들어진 신'일 것이다. 종교가 있는 분들에게는 아마도 불편하겠지만, 만들어진 신 은 ‘신이 존재한다는 가설(God hypothesis)’이 왜 설득력이 없는지를 논증하고 있다. 가령, 무언가를 설계할 정도로 충분한 복잡성을 지닌 창조적 지성은 그것 자체가 점진적 진화 과정의 최종 산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 존재 가설은 참일 개연성이 ‘0’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신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 가령 인생의 의미, 도덕성, 사랑, 책임감등이 어떻게 자연적 과정을 통해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그동안 무신론적 진화론자(진화론은 무신론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들의 단골 메뉴였다. 그런데 그의 책에는 새로운 이야기도 있다. 그는 부모의 절대적 영향 아래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종교에 따라 ‘무슬림 아이들’, ‘그리스도교 아이들’과 같은 꼬리표를 달아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종교에 관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더 큰 혼돈에 빠뜨리는 일종의 ‘아동 학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아이들’이나 ‘자유주의 아이들’이 얼마 나 어색하냐는 것이다. 이렇듯 만들어진 신은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무언가 불편한 느낌들을 (다른 사람의 멋지고 어려운 말들을 빌려) 구체화 객관화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이기적 유전자'도 알게 되었고,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 혹은 운반자일 뿐”이라는 주장이 과하기는 했지만 또한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다소 어렵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여러번 읽지는 못한채로 현재까지 이르렀다. 이기적 이전자 이후 불과 5년 후에 자신만의 독창적 생각을 숙성시켜 확장된 표현형 (1982)을 내 놓았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 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기계 혹은 운반자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와 우리를 또 한번 고민에 빠뜨린 격이다. 왜냐하면 “유전자가 그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개체(운반자)를 고안했다”는 주장을 넘어서 “그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 운반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개체가 집단을 위해 존재하다는 집단주의에도 거부감을 느끼지만 개체가 유전자의 통제를 받는다는 생각에도 불편함으로 느낀다. 이기적 유전자 는 그래서 ‘불편한’ 진실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확장된 표현형 은 그 ‘불편’을 넘어 ‘불쾌’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들은 대개 문명을 만든 건 집단도 유전자도 아닌 우리 자신, 즉 개체라고 믿는데, 그의 논리를 인간에까지 적용해보면 우리의 문화와 문명도 결국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 조용한 휴양지에 가서 집중해서 여러번 읽고 싶다..
  • 2024-06-28 조영웅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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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게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쇠똥구리는 쇠똥밭에 굴러도 쇠똥구리로 사는 것이 나을까? 「번쩍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 비스코비츠」에서 가난한 집안의 쇠똥구리로 태어난 비스코비츠는 어린 시절, 똥 쟁탈전 중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게다가 비스코의 어머니는, 그 똥을 빼앗아 달아나는 놈들과 함께 떠나 버린다. “서둘러 승자의 마차에 올라탄” 것이다. 비스코비츠는 악에 받쳐 쇠똥을 모으며 자수성가한다. 모은 쇠똥이 자본이 되어 더 많은 쇠똥이 되고, 그 쇠똥을 보고 모여든 다른 쇠똥구리들은 비스코 아래에서 굽신댄다. 하지만 비스코는 행복하지 않다. 비스코비츠 아버지의 말처럼 “똥은 우리들보다 강”해서 “우리 영혼을 먹어 치”워 버리기 때문이다. ‘똥’을 ‘돈’으로 바꾸어 쓰고 읽고 생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화다. 뿐만 아니라 「기똥차게 더럽구나, 비스코비츠」에 등장하는 돼지 비스코는 춤추는 재능으로 서커스단에 팔려 갔다가 거세당한다. 육체적 욕망을 반강제적으로 잃은 비스코는 더 이상 ‘돼지처럼’ 게으르고 불결하지 않았다. 이는 돼지 비스코의 주가를 더욱 올려 주었다. “매일 저녁 조명 아래서 리우바를 포옹할 때마다 나는 피부 접촉보다는 영혼의 화합을 추구했다. 하지만 리우바의 눈 속에서 내가 읽은 것은 거세당한 뚱뚱한 광대에 대한 몸서리쳐지는 혐오감이었다. 그러자 관중은 내 눈물과 리드미컬한 동작이 주는 숭고한 비극성에 환호했다.” 결국 사기극으로 유산을 타 내려는 한 노부인의 손에 넘어간 비스코비츠는 “샴페인에 고통을 적시고, 쿠바 산 시가를 씹고, 멍청한 스크린 스타 여배우들이나 부패한 정치인과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대통령이 되길 꿈꾸기에 이른다. 돈, 명예, 권력에 대한 탐욕부터 나르시시즘, 마약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거기다 사랑과 평화로운 삶에 대한 욕구까지,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는 인간에게 내재된 온갖 본능과 욕망을 은근히, 하지만 날카롭게 그려 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평범한 과학자였던 한 무명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우리의 ‘비스코비츠’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충격과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 2024-06-28 우형균
    벌거벗은 세계사 : 경제편 - 벗겼다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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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거벗은 세계사는 총10개의 경제와 관계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개별 주제를 가지고 국가를 뒤흔든 흥망성쇠 이야기를 재미나게 기술하고 있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을 시작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메디치 가문은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가장 많이 듣던 가문이었다. 평민출신 메디치 가문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축척한 부를 통해 권력을 쥐락펴락했고 예술에 눈을 뜬 메디치 가문은 금융업과 무역업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예술과 학문에 투자하여 중세 르네상스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다. 신성 로마 제국이 이탈리아를 쳐들어오면서 피렌체를 위협했고 메디치 가문은 궁전들과 방대한 미술품을 모두 국가에 기증하되 피렌체에서 옮기지 않는 조건으로 메디치 가문의 모든 권력을 넘겨주었다. 메디치 가문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그 역사와 예술품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다. 두 번째 노예무역 이야기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흑인 노예무역의 시작과 폐지에 이어 노예해방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회 인식이 어떠했을 지를 짐작하게 한다. 세 번째 오스만 제국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였던 오스만 제국이 커피 종주국으로 커피와 함께 흥망성쇠를 누렸으며, 기독교 연합군을 내세웠던 유럽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결국 커피의 장악력도 잃고 말았다. 서서히 커피는 유럽으로 다시 미국으로 전해져 현재는 커피를 유럽이나 미국의 문화로 많이 들 알고 있지만 사실 커피를 퍼뜨린 건 오스만 제국이다. 네 번째 달러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장악했나를 다루는 기축통화 이야기 다섯 번째 산업혁명 이야기는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한 이유에서부터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영국 이야기와 그 속에 노동자의 피, 땀, 눈물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슬럼가가 등장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환경이야기 등을 다루었다. 여섯 번째 뻘밭에서 황금의 땅으로, 수난과 반정의 역사 상하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하이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열쇠와 같은 도시이다. 아편전쟁으로 서양인과 중국인의 동거가 시작됐으며 중일전쟁을 끝으로 개항의 문을 닫았다. 일곱 번째 유가를 움직이는 검은 손의 진실 석유 패권 전쟁 이야기다. 석유를 둘러싼 국가 간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여덟 번째 미국의 지하 세계를 지배하는 검은 조직 마피아에 대한 이야기다. 아메리칸 드림을 통해 마피아 출신들이 미국으로 이민하여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 멋있진 않은 권력의 마피아 악은 어느 곳에서나 생겨난다. 아홉 번째 라틴 아메리카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으로 멕시코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어 경찰과 치안예산이 줄어 범죄와 테러가 늘어났다. 마약의 혼상인 남미, 그리고 주 공급처 미국, 마약이 없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 생겨나서 사람들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경제 붕괴와 잃어버린 20면을 다른 일본의 버블 경제 이야기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를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이웃나라 일본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 이 책은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을 통해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 2024-06-28 하수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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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전 화재사건으로 인해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유찬, 우연히 같은 동네로 전학 온 하지오와 가까이 있기만 하면 고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한다. 어떤 속마음도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태어나선 안되었다고 생각하는 하지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유도를 시작했을 만큼 엄마를 향한 애정이 각별하다. 엄마의 병환으로 존재조차 몰랐던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떠밀리듯 번영으로 오게 되는데, 우연히 마주친 유찬이 어딘가 이상하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두 아이는 같은 반이 되고 유찬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이 하지오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와 둘이 살아오며 엄마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유도를 시작했던 하지오는 엄마의 병환으로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서울에서 번영으로, 억지로 떠밀려 전학 온 지오에겐 아빠라는 사람도, 아빠와 함께 사는 아줌마도, 그리도 외지인을 차갑게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도 모두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독심술을 한다는 같은 반 친구 유찬을 만난 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는다. 이유 모를 화재사건으로 부모님을 잃고 장례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듣게 된 유찬은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속마음에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공부에만 몰입한다. 그러던 어느날 전학 온 하지오와 함께 있으면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고요를 경험한다. 단순한 호기심이자 작은 희망으로 유찬은 지오에게 다가가고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햇살 뜨거운 여름날, 운명처럼 만나 서로의 아픔을 보아주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용기를, 누군가에겐 찾아올 첫사람에 대한 설렘을 전해주고 또 누군가에겐 다시금 돌아온 계절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리워하게 되는 유난히 덥지만 찬란하고 벅찬 여름날의 풍경, 지오와 유찬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그러한 순간들도 떠올려 보면 좋겠다. 이꽃님 작가의 기존 소설처럼 전개가 빠르고, 대화체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소설을 잘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 2024-06-28 박호철
    풍수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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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주인고은 김은하수로 고시를 패스한 수재 행정관으로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으로 근무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대통령에게 이상한 문자가 온다. 그넌 바로 나이파 이한필베라는 단어로 기괴한 단어들로 그 뜻을 알수가 없다. 김행정관은 이게 무슨뜻인지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도저히 알수가 없어서 대학동기인 지인 형연을 만나물어보게 된다. 김행정관의 부탁을 받은 형연도 도저히 이 비밀을 풀지 못한다. 그러던중 박수무당과 풍수사 등을 찾아가 물어 보게 되지만 그래도 해답을 찾지는 못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이 단어들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 비밀은 바로 나라 이름의 첫글자를 딴것이다. 2050년이 되면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보다 국가 경쟁력이 뒤지게 된다는 이야기다.그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사실은 대통령도 알고 있고, 장관들도 알고 있지만 어떠한 대책도 내 놓지 못한다. 뜨거운 감자처럼 그냥 자신의 임기 기간에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지지율이 낮아지는 일을 스스로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자가 있다. 회시령지만축고선 이라는 단어다. 행정관과 형연은 이 단어의 의미를 함께 풀어나간다. 그려와 조선의 국경을 철령에 잡아매어 영토를 줄여라, 요동의 철령을 강원도의 철령으로 잡아매어 역사로 가르쳐라 이렇게 해서 조서사편수회는 요동에 있는 철령을 강원도와 함경도 사잉에 있는 철령으로 왜곡했고,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그 지침에 따라 70년동안 변함없이 충실하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다 형연은 교육부 장관을 납치해 철령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전국의 언론들이 교육부장관이 납치된 사건에 집중하게 되고 교육부 장관이 철령에 있다는 사실이 공개됨으로서 전 국민들이 철령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다. 이책은 이런식으로 점점 읽는 동안에 관심과 궁금중을 증가 시키면 흥미와 재미를 키워준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가 관심있어하고 재미있어할 주제인거 같다.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 재미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잘못된 역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다.
  • 2024-06-28 황신순
    지울 수 없는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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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작가 홍애자의 수필집으로 단편단편 으로 이루어진 수필집이다 문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가족사진, 낮은 지붕아래 사는 사람들, 닫힌문, 공초 군단과 청동다방, 시루에 핀 사랑, 태어날 아가에게, 내말 좀 들어주실래요? 그녀의 손톱, 평형수, 걸레질을 하며, 겨울을 기다리는 남자,봄을 기다렸던 여인, 개구멍 친구들, 까지 부부의 위로, 쓸쓸한 그림, 콧물 고드름, 소대장과 훈련병, 미니카 계보, 골짜기의 꿈, 축, 존재의 끈, 생명, 행복의 초상화, 사랑의 승리, 남편의 방, 해바라기, 가야금과 바이올린, 50일의 작은 소망, 고개숙인 시간, 느림 그 아름다움, 지울 수 없는 기억들, 다듬잇돌, 두얼굴, 고모님 텃밭, 봄비, 땅따먹기 제목들만 봐도 그 느낌들이 정서를 따뜻하게 했다 그중 수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낮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 어느 해인가 집 근처 이 온 친구네를 찾아가는라 골목길로 들어섰다. 널빤지를 아무렇게나 듬성듬성박아 놓은 허술한 담을 끼고 걷다가 우연히 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듯 잡풀이 무성한 공터 한 귀퉁이에 뜻밖에도 배추며 무, 붉은 갓이 심어져 있었다. 누가 여기에다 밭을 이룩었을까 궁금해서 둘러보니, 공터 둔덕 밑으로 길과 맞닿은 판잣집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 비닐과 천조각을 씌워서 군데군데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지질러 놓은 모양이 잠시 내 마음을 무겁게 만그었다. 바람만 불어도 언덕길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쓸 납작한 지붕들, 화려한 주택가 한가운데 이런 판자촌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벽에 스티로폴과 헌 담요 조각을 둘러치고 여기저기 판자를 대어 못을 박아 놓은 것이 곧 다가올 겨울 채비인 듯 보였다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동안 말을 떼지 못했다. 내가 찾아가려는 친구 집은, 여기 이낮은 지불들 바로 옆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우람하게 서 있는 13층 고급 빌라였기 때문이다. 잘 지어진 초현대식 건물은 이 일대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이었다. 문양을 넣어장식한 커다란 철문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정원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잘 정된어 있어 그들의 부를 자랑하는 듯했다
  • 2024-06-28 박성용
    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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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은 처음 보지만, 문학의 나라 아일랜드, 그곳에서 현재 최고의 주목과 찬사를 받는 작가하고 한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 같은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와 견주어지며 국제 문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꼽히는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이야기다. 섬세하고 감동적인 필체로 유명한 키건은 24년의 활동 기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으로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천재 소설가라는 칭호와 함께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으며 특히 지금, 세계의 독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번역 출간되는 키건의 책 『맡겨진 소녀』는 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도 개봉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어느 여름 친척 집에 맡겨진 소녀이 이야기로, 그곳에서 처음으로 겪는 다정한 돌봄과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어린 소녀가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보내는 어느 여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책에는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지만 소설 속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일랜드 단식 투쟁”이라는 말로 1980년대 초반이 이야기의 배경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소녀는, 또 다른 아기를 임신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 집에 도착해 마주하는 것들은 소녀가 그동안 겪어온 일상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는 무심한 아빠와는 달리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어른을 만나, 소녀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을 마주한다. 살뜰한 관심과 배려로 소녀를 돌보는 아주머니와 겉으론 무뚝뚝해 보여도 다정히 마음을 전하는 아저씨가 있는 집.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소녀가 난생처음 겪어보는 사랑과 다정함이 더욱 따뜻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러한 줄거리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 할 수는 없는데, 작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이 오히려 바로 이 지점이다. 키건은 이 오래되고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들려줌으로써 그 어떤 이야기와도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아이를 화자로 하는 대개의 소설들이 ‘아이의 조숙함’을 편의적으로 채용하는 것과 달리, 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키건의 소설이 지닌 특징 중 하나다. ‘어린이를 화자로 한 소설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찬사에 걸맞게, 키건은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기라도 한 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는, 자신이 등장인물을 둘러싼 디테일을 발견해냈는데 그중 하나가 ‘어느 날 밤 킨셀라 부부가 자신들의 침대에 누워 이 가엾은 소녀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충분히 감동적인 순간을 떠올리고도 그 장면을 본문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그는 “화자인 어린 소녀는 그 일을 모른다. 소녀가 알 수 없는 것은 나 또한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소녀는 어른들의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규칙에 익숙하지도 않고, 킨셀라 부부가 지닌 과거의 슬픔을 완벽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 대신 순수하면서도 불안으로 가득찬 눈으로 어른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욱 깨끗한 희망과 생생한 슬픔을 품게 한다. 즉, 등장인물이 원했던 바를 독자가 함께 기대하도록 만들고, 그들이 바람을 이루지 못했을 때 엄청난 비통을 독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키건의 소설 중 한 가지 특징은 짧은 분량이라 할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내 많은 작업은 나의 노동의 흔적들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고 고백했듯이, 키건은 그의 모든 작품에서 본질만이 남을 때까지 주변에 있는 것을 덜어내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양이 제한되어 있기에, 그만큼 자신이 이 좁은 공간에서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를 쥐어짜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맡겨진 소녀』 역시 짧은 분량 속에 디테일과 장치들이 대단히 빡빡한 밀도로 들어차 있는 덕분에,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고 읽을수록 보람을 안기는 짧고도 긴 작품이다.
  • 2024-06-28 신준범
    선더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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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의 시대는 인공지능인 선더헤드가 모든 행정업무와 건강관리,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일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을 한다. 죽은 인간을 다시 살리는, 전능한 능력까지 행할 수 있다. 단 한가지, 인간을 죽이는 행위(수확하는 행위)만은 하지 않는다. 인간을 수확하는 행위만은 인간이 직접 해야한다. 여러 면모를 통해 선택받은 고결한 인간 수확자들 만이 합법적인 살해(수확)이 가능하다. 그들의 세계에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진정 고결한 수확자와 고결하려고 노력하는 수확자와 고결 하려하지 않은 수확자와 고결하는 척만 하고 싶어하는 수확자 모두가 있다. 수확자와 평범한 사람들과 종교인과 인공지능이 인류의 크나큰 위기를 어떻게 극복 하려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SF소설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었다. 이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선더헤드는 인간보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긍정적인 인공지능으로 등장한다. 인간에 대해 인간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기에 선더헤드는 인간의 비극 앞에 인간보다 더 슬퍼한다. 이 점이 오히려 인공지능의 한계(?)를 더욱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선더헤드가 인류의 보전을 위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앞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로 표시한 것은, 이것이 인공지능 선더헤드의 한계인지 선더헤드를 만들어낸 인류의 한계인지 딱 꼬집어 내기 어려워서이다. 선더헤드를 수확령에게 관여하지 못하게 한 것이 인간이다. 인공지능에 대해 한 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시리즈 내에서는 많은 학살이 일어난다. 이 학살은 그동안의 우리 역사(사망시대)와 유사한 형태다. 가장 핍박받는 이들이 가장 먼저 대량학살의 타겟이 된다. 수확자와 선더헤드를 읽는 동안 이 책이 우리가 이미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꼈던 것은 그 점 때문이다. 선더헤드는 슬퍼하지만 인류의 종을 더 번성하게 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인간적이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존재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수확자들과 함께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세계 어딘가에는 안락사를 합법화 하는 곳이 있고, 절차를 걸쳐 자살을 지원해 주는 기관도 있다. 이것은 정확히 따지면, 이 책 속의 수확과는 다른 행위이긴 하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다고 느껴진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어떻게 촘촘히 만들어 가야할지 더더욱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398 399 400 401 402 403 404 405 406 407 408
도서 대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취소 확인
알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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