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작가 홍애자의 수필집으로 단편단편 으로 이루어진 수필집이다
문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가족사진, 낮은 지붕아래 사는 사람들, 닫힌문, 공초 군단과 청동다방, 시루에 핀 사랑, 태어날 아가에게, 내말 좀 들어주실래요? 그녀의 손톱, 평형수, 걸레질을 하며, 겨울을 기다리는 남자,봄을 기다렸던 여인, 개구멍 친구들, 까지 부부의 위로, 쓸쓸한 그림, 콧물 고드름, 소대장과 훈련병, 미니카 계보, 골짜기의 꿈, 축, 존재의 끈, 생명, 행복의 초상화, 사랑의 승리, 남편의 방, 해바라기, 가야금과 바이올린, 50일의 작은 소망, 고개숙인 시간, 느림 그 아름다움, 지울 수 없는 기억들, 다듬잇돌, 두얼굴, 고모님 텃밭, 봄비, 땅따먹기
제목들만 봐도 그 느낌들이 정서를 따뜻하게 했다
그중 수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낮은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
어느 해인가 집 근처 이 온 친구네를 찾아가는라 골목길로 들어섰다. 널빤지를 아무렇게나 듬성듬성박아 놓은 허술한 담을 끼고 걷다가 우연히 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듯 잡풀이 무성한 공터 한 귀퉁이에 뜻밖에도 배추며 무, 붉은 갓이 심어져 있었다. 누가 여기에다 밭을 이룩었을까 궁금해서 둘러보니, 공터 둔덕 밑으로 길과 맞닿은 판잣집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 비닐과 천조각을 씌워서 군데군데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지질러 놓은 모양이 잠시 내 마음을 무겁게 만그었다. 바람만 불어도 언덕길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쓸 납작한 지붕들, 화려한 주택가 한가운데 이런 판자촌이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벽에 스티로폴과 헌 담요 조각을 둘러치고 여기저기 판자를 대어 못을 박아 놓은 것이 곧 다가올 겨울 채비인 듯 보였다
얼른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동안 말을 떼지 못했다. 내가 찾아가려는 친구 집은, 여기 이낮은 지불들 바로 옆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우람하게 서 있는 13층 고급 빌라였기 때문이다. 잘 지어진 초현대식 건물은 이 일대에서 제일 높은 건축물이었다. 문양을 넣어장식한 커다란 철문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정원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잘 정된어 있어 그들의 부를 자랑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