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
김경란
결혼과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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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결혼과 도덕》(원제: The Subjection of Women)은 19세기 중반의 영국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중요한 저작이다. 밀은 이 책을 통해 당시 결혼 제도와 사회적 규범이 여성에게 얼마나 불평등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주장했다. 2024년 현재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제기한 문제들 중 일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여전히 크다고 느꼈다.
밀은 책에서 결혼을 단순한 개인적인 결합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한 제도로 보고 그것의 불평등성을 지적한다. 당시 결혼 제도는 여성에게 거의 모든 면에서 불평등한 위치를 부여했다. 여성은 결혼 후 자신의 재산과 자유를 남편에게 양도해야 했고, 법적으로도 남편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밀은 이를 “여성의 예속”이라 명명하며, 여성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경제적, 법적으로 종속되면서도 그들의 결혼 생활에서 겪는 고통과 불만을 무시당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밀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결혼이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들이 결혼을 통해 자신의 성격과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결혼 내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게 될 때, 사회 전반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인간다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결혼을 정의로운 관계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여성에게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밀은 결혼 외의 관계에서도 성적 평등을 강조한다. 그는 여성들이 결혼을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하며, 그 선택이 단지 경제적, 사회적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결혼을 자유로운 계약으로 보았고, 이를 통해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시 사회는 결혼을 단지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정하는 방식으로 바라보았지만, 밀은 결혼이 반드시 강제적인 관계일 필요는 없다고 보고, 양쪽 모두의 자유를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중요한 점은, 밀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평등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깊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의 자유가 보장될 때, 남성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성평등이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촉진한다고 보았다. 결혼 제도의 개선이 결국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밀의 주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의 주장이 모두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결혼 제도의 변화가 과거보다 큰 변화를 겪었고, 여성들의 권리가 상당히 증대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문화적,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 또한, 밀의 시대에 비해 여성을 둘러싼 법적,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었지만, 결혼이 여전히 불평등한 구조로 남아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의 주장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성평등을 이루는 데 있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결혼과 도덕》은 단지 결혼에 대한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당대 사회의 여성에 대한 억압적 구조를 해체하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상적 가치를 지닌다. 밀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사회의 핵심 가치로 삼았고,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이 동등한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었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며, 성평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