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슴벌레식 문답
나(준희 ), 부영, 경애, 정원 네 사람의 이야기. 시원시원하고 통이 커서 리더 엳할을 맡던 부영과 그런 부영을 특히 더 믿고 의지했던 정원, 친절하고 부드럽고 예의바르던 경애와 그리고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술만 마시면 아주 끝장을 보려하는 성격에 유악하고 변덕스러럽고 알콜 중독자처럼 살았다고.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표현이 너무 적나라해서 그런지 좀 슬프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너는 진짜 술 먹으면 궁중 비화에 나오는 이상한 내시나 상궁들 있지, 딱 그렇다. 갈등과 암투만 먹고 사는 인간 같다. 거기에 상관없는 우리까지 휘몰아 넣는다. 준희 너도 다 알면서 그런다. 어렸을 때 아무도 안 받아줘서 뒤늦게 응석 부리는 건 알겠는데, 한 일 년 반 했으면 됐지, 우리 이제 곧 3학년이 될 텐데 더 질질 끌래? 그래, 너도 뭐 언젠가는 질릴 날이 오겠지. 난 그래서 별로 네 걱정은 안 한다. 너는 잘 살 거다. (부영이 나에게 했던 말)
경애는 나쁜 짓을 할 성격은 아니지만 만약 나쁜 짓을 하게되면 스스로 절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중에 부영과 부영 남편, 경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그게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2. 실버들 천만사
채운씨와 반희씨의 여행. 이 이야기 너무 좋았다. 엄마를 생각하는 채운의 마음과 딸을 생각하는 반희의 마음. 애틋하고 다정한데 또 섭섭하면서도 미안하고. 너무 사랑하면 왠비 미안하고 슬퍼진다 했던가. 읽고나서 채운의 말들이, 그리고 반희가 채운에게 가졌던 미안함들이 내게 자꾸 맴돌았다.
그리고 그 새벽에 벤치에 앉아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이충만한 감정과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겠다 생각하던 반희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하다. 정말 좋았던 장면.
자꾸만 미래완료라고 생각하지 말라던 반희의 위로가 자꾸 생각난다. 채운의 이런 말들을 들을때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이제라도 이런 말들을 쏟아내주어 고마웠을까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안 힘들어도 되는데 왜 우린 사랑하고 있어?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라는 딸의 말에 그렇다면 나도 니가 꾸는 악몽을 함께 꾸겠다 다짐하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