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
이선하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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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기조 아래 기존의 국제 협력을 등한시하고 고립주의적 성향을 강화했는데, 이는 미국이 주도하던 질서를 스스로 허물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 주요 국가들 사이의 균형을 흔들고, 세계 질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리더십 부재가 국제 금융 시스템에도 불안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다. 책에서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기존 국가 통화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본다. 국가의 통제 밖에서 운영되는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 특히 미국 달러 중심의 금융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저자는 비트코인의 등장이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적 변화와 맞물리며, 권력의 중심이 국가에서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말하는 ‘디지털 지정학’이라는 개념도 매우 인상 깊었다. 전통적인 군사력이나 외교력 중심의 국제정치에서 이제는 데이터, 네트워크, 블록체인 같은 기술이 새로운 권력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이 블록체인 기술을 자국의 전략 무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은 현실 세계의 흐름과도 잘 부합한다. 비트코인은 단지 투자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유도한다.
물론 이 책은 비트코인을 지나치게 이상화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아직까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통해 기존 권력 구조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과 비트코인』은 단순한 기술서나 정치서가 아니라, 21세기 국제 질서의 변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한 통찰력 있는 책이다. 트럼프의 정치,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 그리고 기술의 혁신이 한데 엮이면서 형성되는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된다. 글로벌 질서가 다시 요동치고 있는 지금,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