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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24 김아정
    돈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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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돈에 대한 합리적인 지식보다 그것을 어떻게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가 재정적 성공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부를 이루는 데 있어 운과 리스크, 시간의 복리 효과, 소비욕구 조절, 겸손과 인내심, 그리고 자신만의 기준 세우기 같은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특히, 사람들은 돈을 숫자나 공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감정, 비교, 불안감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합리적 결정보다 심리적 대응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또한, 부자는 조용히 축적되고 과시적 소비는 오히려 부를 깎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돈에 대한 진정한 통제는 수입보다 지출을 조절하는 능력에서 오며, '충분함'을 아는 것이 심리적 안정과 장기적 부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결국, 자기만의 기준과 장기적 시각, 그리고 심리적 절제가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책에서 인상깊은 문구들을 정리하면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남는 것은 전혀 다른 기술이다." 축적보다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돈은 지식보다 행동이 좌우한다." 아무리 재테크를 배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진짜 부는 남이 모르게 조용히 쌓인다." 과시보다 절제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당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이 돈의 진짜 목적이다." 단순히 모으기보단 목적 있는 소비와 사용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가장 큰 돈의 기술은 충분함을 아는 것(finding contentment)이다." 끝없는 욕망 대신 만족을 배울 때 진정한 자유가 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는 지금 수입이 늘더라도 소비도 함께 늘어나는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책은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나 지혜롭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지금까지의 돈 습관이 미래의 재정 자유를 결정짓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충동적인 소비를 줄이며, 남과 비교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충분함을 아는 태도’는 중년의 불안을 줄이고, 퇴직 이후 삶의 질도 결정짓는다. 지금 가진 자산이 많고 적음보다, 그것을 유지하고 불리는 심리적 습관과 태도가 핵심이라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 2025-06-24 임명환
    엔비디아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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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제는 대 AI 시대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우선 공급하는 주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엔비디아의 프로세서 아키텍처는 거대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고 실행하는 데 필수적인 동시 대량 연산 수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AI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엔비디아는 AI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고, 지난 10년 이상 하드웨어 향상, AI 소프트웨어 도구 개발, 네트워크 성능 최적화 등을 포함한 선행투자를 해왔다. 이런 혜안 덕분에 엔비디아의 기술 플랫폼은 오늘의 AI 시대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완벽한 위치에 자리해 있다. -p.15 (2024년 6월 14일, 젠슨을 만나다) 나는 1990년대부터 직접 컴퓨터를 조립했던 PC 게임 마니아였다고 나를 소개했다. 처음 엔비디아를 알게 된 게 PC의 그래픽카드를 찾아보면서부터였고, 항상 엔비디아 제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커리어 초기에 월스트리트에서 운영되던 펀드에서 엔비디아에 투자한 선택이 나의 첫 번째 성공이었다고 했다. “잘하셨네요.” 젠슨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농담을 던졌다. “엔비디아는 저에게도 첫 번째 성공이었거든요.” -pp.18-1 디어크스는 흥분에 휩싸였다. 그는 다음날 바로 사표를 제출하고, 펠루시드의 최고위 임원에게 자신은 엔비디아로 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임원은 미친 듯이 화를 냈다. “네가 갈 수 있을 줄 알아! 너와 엔비디아에 소송을 걸 거야. 실리콘밸리에서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주지.” 그는 디어크스에게 엔비디아가 이런 법적 위협 때문에 겁먹고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당시 겨우 1살짜리 회사였던데다 자금 사정도 제한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디어크스가 이 위협에 대해 젠슨에게 전했을 때 엔비디아의 CEO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해보시든가.” 젠슨은 대답했다. 이 순간 디어크스는 자신이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다. 그는 엔비디아의 제안을 수락했고 이후 30년 넘게 엔비디아에서 일하고 있다. -pp.414-415 젠슨은 해당 직원이 회사에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에 따라 스톡그랜트(주식보상)로 성과를 보상한다. 전 인사 책임자 존 맥솔리는 말했다. “젠슨은 엔비디아 주식을 자신의 피처럼 여겼어요. 그는 주식 할당 보고서를 현미경 보듯이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주식보상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직원이 회사에 입사하면 증권사 계좌가 제공된다. 첫 1년이 경과하면 이 직원은 초기 스톡그랜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주식을 한 번에 받는다. 예를 들어, 전체 약속분이 1,000주였다면 직원은 이때 250주를 받는 것이다. 이후 직원은 자신이 배정받은 연간 스톡그랜트의 4분의 1씩을 매분기마다 정기적으로 받는다. -p.415
  • 2025-06-24 오진원
    사월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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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은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한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문학적으로 깊이 있게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나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국가 폭력과 이념 갈등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통과 상처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당시의 시대적 참혹함을 감정적으로도 체감하게 만든다. 작가는 4·3 사건을 거시적인 시선이 아닌, 철저히 개인의 삶과 시선에서 풀어낸다. 이념이 아닌 생존, 정치가 아닌 일상에 집중함으로써, 독자는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절망과 침묵, 그리고 꺼내지 못한 기억에 가닿게 된다. '빨갱이'라는 낙인이 한 개인의 인생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가족과 이웃, 공동체가 어떻게 분열되고 파괴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인간 존재의 문제를 묻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장 하나하나에는 절제된 슬픔이 배어 있고, 작가는 그 슬픔을 독자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독자 스스로 그 고통의 무게를 느끼도록 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감정의 과잉 없이도 강력한 공감과 사유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탁월하며, 문학이 갖는 힘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사월에 부는 바람』은 한국 사회가 외면하거나 왜곡해왔던 역사에 대한 정직한 응시이자, 문학을 통해 가능한 기억과 치유의 시도다.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작가의 시선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은 왜 잊혀졌으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이 작품은 바로 그 질문들 앞에 우리를 세워놓는다. 한편 이 소설은 단지 비극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 그리고 회복 가능성까지 담아낸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끝내 살아가려는 모습, 말 못 할 진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침묵은 단지 어둡고 무거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힘과 존엄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렇게 이 소설은 과거의 어둠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사회적 역할과 역사적 책임을 문학적으로 가장 밀도 높게 구현한 작품 중 하나다. 그것은 동시에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진실을 알고 있으며, 얼마나 그것을 기억하려 하는가. 이 작품은 그 기억의 무게를 감당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 2025-06-24 문정민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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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귀자의 '모순'은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봤던 삶의 여러 측면들을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로움이 느껴졌다. ‘모순’이라는 단어는 흔히 논리적 오류를 말하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는 모순은 인간관계와 감정, 삶의 구조에 스며든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이중적인 감정들을 가리킨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안진진은 그런 모순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 소설은 스물두 살 대학생 진진이 친구 정아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읽으며 이 점이 독특하고 흥미롭다고 느꼈다. 편지체는 진진의 감정을 더 가깝게, 더 솔직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녀는 가족, 연인, 그리고 스스로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이해와 오해’, ‘사랑과 미움’, ‘가깝지만 먼 거리’를 경험한다. 나는 진진이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통해, 어쩌면 나도 비슷한 고민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진의 가족관계이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모순이 깊게 와 닿았다. 어머니는 헌신적인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 헌신이 오히려 진진에게는 억압처럼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담’이라는 구절이 떠오를 정도로, 관계는 단순한 흑백논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또, 외할머니나 이복오빠와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반드시 피 한 방울로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연애에 대한 진진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감정은 진심이지만, 거기에는 조건과 자존심, 사회적 시선이 개입돼 있다. 진진은 그 모든 요소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계속해서 되묻는다. 나는 이 점에서 『모순』이 단순히 ‘청춘 성장소설’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정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어떤 명쾌한 결론이나 해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가 겪는 혼란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노력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진진은 여전히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곧 성장이고, 성숙이라는 메시지가 내게 크게 다가왔다. 책을 다 읽은 뒤 나는 나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모순을 품고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모순을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나 역시 삶의 수많은 갈래 앞에서 갈등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모순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 2025-06-24 이을용
    소년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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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으로 비극은 항상 되풀이되고 우리는 그러한 실수를 계속한다. 지금도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언젠가 5.18 광주 민주화 공원을 찾은 적이 있다. 그 곳에 잠든 평범한 시민들을 보면서 우리 일상에서 이러한 갈등을 풀어내지 못한다면 일상이 비극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2025-06-24 박정혜
    거꾸로읽는세계사-전면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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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정치인으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방송과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저서이다. ‘전면 개정’을 내걸었으니, 당연히 이전에 나왔던 책이라는 뜻이다. 원본인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책은 이미 독서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던 책이지만, 이전까지는 굳이 찾아 읽지는 않았다. 초판을 냈던 시절에는 그 내용 자체로도 시사적인 의미를 획득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는 그 내용도 시각도 ‘시사성’이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초판본을 보지 않고 ‘전면 개정판’만을 읽은 독후기이다. 역사는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사건을 나열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사건들은 모두 개별적인 ‘사실’이지만, 그 안에 숨은 ‘진실’을 탐구하고 해석해내는 일이 진짜 역사를 영ㄴ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예컨대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희극으로, 또 한번은 비극으로.’라는 격언에 숨은 뜻을 보자면, 특정한 사건의 경과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희극’ 혹은 ‘비극’으로 해석되는 상황의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20세기 세계사의 열한 가지 큰 사건을 다룬 보고서’의 성격을 띤 이 책이야말로 일단 역사서로서의 존재 의미를 상기시키고 있다고 여겨진다. 처음 책을 출판했을 때 저자는 ‘냉전 시대’를 살고 있었고, 그 시대에 ‘관제 역사’가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역사를 ‘거꾸로 보는’ 시각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독재자가 국정교과서와 신문 방송을 동원해 주입한 역사 해석과 싸우려고’ 초판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에는 ‘관제 역사’에 맞서 그것과 달리 역사를 ‘거꾸로 읽는’ 독법이 필요했던 까닭이라고 하겠다. 출간되자 그 책이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것도 아마도 당시의 ‘관제 역사’에 대항하는 논리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전면 개정판’인 이 책에서 초판의 ‘거꾸로 읽는 자세를 전부 버리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자인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들이 ‘거꾸로 읽는’ 역사가 아닌 ‘사실의 단순 나열이 아닌 진실을 탐구하는 자세’로 집필했다고 이해했다. 초판을 읽지 않았기에 서로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책에 수록된 11개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만으로도 20세기의 세계사를 어느 정도 훑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 11개의 사건을 연대순으로 배치하여, 해당 사건의 경과와 의미 등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서문에 이어, 예컨대 지식인의 사회 참여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하는 ‘드레퓌스 사건’이 ‘20세기의 개막’이라는 부제와 함께 서술되고 있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신문 기고문으로 촉발된 왜곡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당사자들에 의해 거센 저항을 받았으나, 결국 훗날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자신의 소신도 쉽게 내팽개치고 비난했던 정치세력에 투항하는 인간들의 작태가 자행되는 최근의 한국 사회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진실을 찾기 위해 항거했던 에밀 졸라의 행동이 빛나는 이유라고 하겠다. 1차대전을 촉발했던 ‘사라예보 사건’이나 ‘러시아혁명’, 그리고 1930년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공황’ 등에 대한 소개와 그 역사적 의미 등이 저자의 시각에서 조망되고 있다.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이끌었던 모택동의 ‘대장정’과 게르만 민족주의를 주창하며 2차대전의 원인을 제공했던 ‘히틀러’, 그리고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로 전쟁 상태에 놓여있는 ‘팔레스타인’ 등의 주제가 다뤄지고 있다. 거대한 제국주의 미국을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했다고 평가되는 ‘베트남 전쟁’의 성격을 설명하고, 미국의 인종 갈등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말컴 엑스’와 이후의 상황에 대한 진단도 내려지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어떻게 오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핵무기’가 제시되고, 마지막으로 20세기 끝자락에 펼쳐졌던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이르는 세계사의 주요 국면들이 저자의 시각에 의해 서술되고 있다.
  • 2025-06-24 김영국
    탐정 갈릴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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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경찰 친구인 쿠사나가와 함께 이상하고 불가사의한 사건을 과학적 추리로 해결해 나가는 단편소설이다. 각 장은 독립적인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재속의 죽음, 물속에 뜨는 시체, 초자연적 현상처럼 보이는 살인 등 과학과 논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형사 쿠사나기는 과학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한 사건들을 유가와에게 의뢰하고, 유가와는 냉철한 논리와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낸다. 그 과정에서 범인의 심리와 인간 내면의 복잡함도 드러내며 단순한 추리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억양(용의자 X의 헌신)의 기초가 된 에피소드 에서는, 한 남성이 연인과의 다툼 후 감전사한 채 발견됩니다. 사건은 담순한 사고처럼 보이지만, 유가와 교수는 전기회로의 비정상적인 흐름과 주변 정황을 분석해 인위적인 살인임을 밝혀 냅니다. 과학적인 추리를 통해 밝혀지는 진실과 범인의 의도가 절묘하게 얽혀,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크고 깊은 충격을 주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 이라기 보다는 과학과 인간 심리를 절묘하게 연결한 작품인 것 같다. 특히 유가와 교수의 캐릭터는 다는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탐정과는 달리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어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히가시노게이고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문체 덕분에 과학적 내용도 어렵지 않게 이해되며, 각 사건이 짧지만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겨 준다. 또한 과학이 '진실'을 밝히는 도구로 쓰이지만, 그 진실이 꼭 정의롭거나 행복한 결말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삶의 아이러니한 면을 느끼게 해준다. 과학적 추리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도 좋아 하겠지만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 보고 싶은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또한, 히가시노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로 우리나라에서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번 책을 통해 과학적 지식과 인간 심리의 접목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이야기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 2025-06-23 김은주
    작별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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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1980년 광주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그날 사라진 사람들과 끝내 작별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경하는 오랜 친구 인선의 실종 이후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개인의 슬픔을 넘어, 국가 폭력과 침묵의 역사에 맞서 싸우는 기억의 윤리를 다룬다. 이 소설은 광주라는 공동체적 비극을 개개인의 서사로 끌어오며, 사라진 자들과 살아남은 자들 사이의 관계를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잃었거나,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애쓴다. 경하는 인선이 실종된 뒤에도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 어머니와 함께 그녀를 기억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인선의 어머니는 끝내 말문을 닫은 채 살아가지만, 그녀의 침묵은 포기나 망각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저항이다. 이들의 시간은 멈춰 있지만, 그 멈춤 속에서 작가는 기억하고, 증언하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을 말한다. 한강의 문체는 늘 그렇듯 절제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도 그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차분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한 줄 한 줄이 마치 정지된 필름처럼 느껴지며, 장면마다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격렬한 묘사 없이도 깊은 울림을 주는 힘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특히 경하가 인선과 관련된 기억들을 따라가며 하나씩 복원해나가는 과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역사적 진실을 향한 집요한 시선을 함께 견디게 만든다. 작품 속 가장 인상 깊은 문장 중 하나는 “나는 그들을 놓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짧은 한 문장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자, 한강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의 집약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죽은 이를 잊지 못하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라진 존재들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윤리적 결단이다. 이 문장을 통해 우리는 작별을 유예함으로써, 진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게 된다. 이 소설은 죽음을 다룬 이야기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는 방식, 망각하지 않기 위해 남기는 기록, 침묵 속에서도 이어지는 관계가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한강은 이 모든 과정을 문학적으로 끌어올려, 말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되살려낸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가볍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문학으로서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광주에 관한 또 다른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기억의 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야기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잔잔한 파동처럼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결국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을 붙드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쉽게 지나갈 수도 있는 하나의 비극을 끝내 기억하려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기억이 만들어내는 연대와 회복의 가능성이 이 작품의 진짜 힘이다. 한강은 말없이 무너진 자리 위에 조용히 말을 얹으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사람들을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불러낸다. 그리고 독자는 그 부름에 응답함으로써,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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