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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23 이주송
    소년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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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폭력과 죽음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를 그린 소설이다.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폭력의 한가운데를 통과한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상흔과 고통. 그리고 꺼지지 않는 인간정신의 불꽃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광주 금남로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중학생 동호의 시선으로 시작되는데 동호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을 관리하고 시체 썩는 냄새와 피로 얼룩진 공간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훼손되는지 목격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함께 일하는 다른 시민들과 깊은 연대감을 느끼지만 결국 자신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동호의 이야기는 5. 18 당시의 참혹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넘나들며 광주 학살이 남긴 트라우마가 각자의 삶에 어떻게 각인 되었는지 추적한다. 동호의 친구 였던 정대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갑니다. 그는 꿈속에서 동호와 죽은 자들의 모습을 보며 살아남은 자의 비애를 절절하게 보여준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검열에 맞서 싸우는 김은숙은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일상생활조차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기록하고 폭력에 저항하는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녀의 고통은 억압적인 시대속에서 예술가와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상징한다. 고문 당했던 경험을 가진 소년의 영혼은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 인간 적일 수 있는 지를 고발한다. 이 영혼의 시점은 소설에 환상적이고 초월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자에게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5.18 당시 고통을 겪었던 인물들의 현재 삶을 조명하며 그들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떻게 고통 받는지 보여준다. 폭력은 단순히 한 시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전이되고 개인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등장인물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환영에 시달리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러나 절망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극한의 폭력속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연대하고 보듬으려 노력한다. 동호와 시민들이 함께 고통을 나누는 모습은 인간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잊혀져서는 안될 역사의 비극과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 정신의 강인함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에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한번 진실 규명의 필요성과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역사임을 상기시킨다. 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역사책과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세대이다. 소설속의 인물들의 고통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와 한장 한장 넘길때 마다 그 아비규환의 한복판에 서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5.18이 단지 며칠간의 사건이 아니라 폭력이 남긴 트라우마가 얼마나 끈질기고 파괴적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갈등과 차별 그리고 무관심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또다른 형태의 폭력을 방관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아픈 역사를 마주하고 그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의 가치를 되새기게 했다
  • 2025-06-23 김종철
    리플 빅뱅(개정판으로 보내드릴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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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훈 저자의 리플 빅뱅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급격한 성장, 그리고 금융 혁신의 방향을 빅뱅에 비유해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순히 리플이라는 한 가지 코인이나 투자 수단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플을 비롯한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금융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어떻게 주도할지를 넓은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선 현재 국제 금융시스템이 직면한 문제점을 짚는다. 오랜 세월 거의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온 SWIFT 기반의 은행 간 송금 체계는 여전히 비싼 수수료, 느린 전송 속도, 높은 불투명성 문제를 안고 있다. 리플 빅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플 네트워크가 어떻게 초고속 결제, 낮은 수수료, 투명한 트랜잭션을 구현해나가고 있는지를 기술적,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를 통해 리플의 가능성과 차별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저자가 블록체인 기술을 단순히 미래의 화폐로 치부하기보단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서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 관점 덕분에 독자는 디지털 자산의 본질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또한 리플이 어떻게 대형 금융기관들과 협업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협업을 통해 금융의 구조적 변화를 어떻게 촉진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뜬구름 잡는 전망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지 않고 규제, 변동성, 기술적 한계, 탈중앙화에 대한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명확히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홍보나 예찬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게 해주며, 독자로 하여금 비판적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리플 빅뱅을 읽은 후, 블록체인과 리플의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단순히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금융 체계의 새로운 축을 준비하는 거대한 변화를 바라보며, 미래의 금융 환경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블록체인이 단순한 유행이나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앞으로 금융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통찰을 주는 유익한 독서였다.
  • 2025-06-23 이승엽
    미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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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기 시작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1,800년이 되서야 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고, 이전에는 인간은 철저한 계급사회로 노예(노비) 신분의 사람들은 가축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 그럼 1,800년대 이후는 과연 인간이 평등해졌는가? 여전히 인종차별, 성차별, 최근에는 자본주의에 따른 빈부격차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인권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자리잡았고, 이제는 동물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강아지에게 쇠로된 목줄을 채워서 다녔으나, 이제는 부드러운 쿠션감 있는 하네즈(가슴에 끼우는 줄)를 사용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식용으로 사용되는 소, 돼지의 자연권 또한 최대한 지켜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등 점차 발전하는 시민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미키7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위와 일맥상통한다. 복제인간이라는 새로운 종(?)의 자연권이 보호되어야 하는가? 복제인간은 소모품인가? 이러한 철학적 논쟁을 sf로 풀어낸 책이 미키7인데, 복제인간들 또한 자유롭게 사고하고 싶어하고 권리를 찾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복제인간의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하는가에 대한 전 국민 투표를 붙이면? 이라는 가정을 했다. 결과를 확답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제인간은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계속 기술이 발전하여 2~30년 뒤에 복제인간이 정말로 우리사회에 등장한다면? 그들로 인해 삶을 위로받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생기다면? 그때는 투표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내 결론은 시대가 발전해가며 복제인간의 인권 또한 보장받는 날이 결국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철학적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여러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번외로 나는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넘어 이러한 세상이 온다면 과연 진짜와 복제인간은 구별이 가능할까? 인권 문제에 앞서 윤리문제, 복제인간이 진짜 인간을 살해하는 범죄문제 등이 야기되지 않을까? 라는 무서운 생각을 하였다.
  • 2025-06-23 김현정
    아비투스(양장)-인간의품격을결정하는7가지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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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즐기고 생각하는가?” 습관(habit)보다 강한 아비투스(habitus)의 힘 누구나 한 번쯤 습관과 관련한 책이나 영상을 보고 자기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금연, 다이어트, 영어 공부, 말투 등 우리가 바꿔야 할 습관 목록은 끝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심은 오래 가지 못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 같지도 않기에 금세 좌절하고 포기하고 만다. 습관만 바꾸면 된다는데, 그 습관을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저자인 도리스 메르틴은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것이 아비투스다. 아비투스는 프랑스 철학자 부르디외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의 본성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내가 속한 계층,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즐기는 취미, 내가 해내는 모든 과제가 나의 아비투스를 만들기 때문에, 단순히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만으로는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다. 습관보다 근본적인 개념인 아비투스를 바꿔야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다행히 아비투스는 돌에 새겨지지 않았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알고, 올바른 노력을 한다면 아비투스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 책 『아비투스』는 우리 삶에 중요한 7개의 자본(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지만, 결국 나를 조금 더 나은 나로 만드는 궁극적인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습관보다 강한 아비투스의 진짜 힘을 깨닫고 나를 나로 만드는 많은 것들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보다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우리를 정상으로 이끄는 건 습관이 된 탁월함이다” 언어와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과 개인에게 컨설팅과 강연을 해오며 20년 넘게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비투스』의 저자 도리스 메르틴이다. 그는 인간의 언어 안에 담긴 내밀한 코드를 분석하여 각자의 태도와 개성을 잠재력 및 성공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그 탁월한 통찰력으로 발표하는 책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아비투스』는 막연하게 느끼고는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았던 삶의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 전 세계 독자들에게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상류층과 하류층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구분하고, 대학 졸업장의 가치와 외모가 가지는 힘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설명한다. 부와 성공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침없이 전개하는 저자의 재능에 독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까지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각 장 말미에는 심리학자, 사회학자, 헤드헌터, 미래연구가 등 다양한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해 앞에서 설명한 내용에 신뢰를 더하고 7가지 자본을 한 번 더 요약한다. 이를 통해 여러 의문을 해소하고,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팁도 얻을 수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수많은 인물의 사례는 전에 없던 희망까지 갖게 한다.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는 자기계발적 메시지와 철학과 사회학의 사례 및 개념을 사용한 인문학적 분석의 결합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동시에 ‘지금 당장’ 변화하게 하는 강한 힘을 제공한다. 당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재구성해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때가 왔다. 사회 초년생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인생에 필요한 모든 전략이 담긴 7가지 무기 아비투스는 사소한 차이로부터 결정된다. 예를 들어 딸이 다쳤을 때 태연하게 반응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차가운 양육방식이 아니라 딸의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상류층의 아비투스다. 아버지의 태연한 태도를 통해 딸은 ‘모든 시련은 별거 아니며 어떤 상황에서든 비극적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빛나는 금시계, 화려한 외제차로 과시하는 대신 은은한 문화적 취향으로 품격을 드러내는 태도 또한 성공하는 이들의 아비투스로 기능한다. ‘저 높은 곳’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사람이 지나치게 열심히 하거나 눈에 띄려 하는 대신 그곳의 코드를 읽어내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때, 성형이나 명품 가방 뒤로 초라함을 숨기지 않고 꾸준한 관리로 자연스러운 광채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일원이 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일시적인 지위상징에 불과하며 결코 아비투스로 치환될 수 없다. 하지만 질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행동은 품격을 만드는 고급 아비투스로, 이를 사치로 여기는 건 자신의 한계를 폭로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처럼 나를 완성하는 아비투스의 코드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저자는 이 미묘한 차이들을 날카롭게 간파해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우리는 이런 복잡한 코드 사이에서 고군분투할 각오만 갖추면 된다. 당신이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한 신입이든, 좀 더 높은 곳에서 헤매고 있는 관리자이든 품격 있는 아비투스는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저 높은 곳에서 빛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 2025-06-23 박시은
    파친코1-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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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 1』 은 일제 강점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와 일본을 배경으로,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한 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탐구한다. 작품은 주인공 선자를 중심으로, 그녀의 가족이 겪는 고난과 선택들을 통해 개인의 삶이 역사적 현실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준다. 주로 선자가 일본으로 이주하게 되는 배경과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선자는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자라지만, 젊은 시절 한 남자와의 관계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다. 이후 그녀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단한 선택을 하며, 일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선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겪었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선자와 가족은 일본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고, 끊임없이 소외와 억압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살아간다. 학창 시절 국어책에 실려있는 한국 장편소설의 일부를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은 한국 소설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서 수난이대,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오발탄, 메밀꽃 필 무렵 등의 소설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책의 일부를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교과서를 읽고 나서 소설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소설의 전문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 본문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좋은 소설을 접했다면 더 강한 동기를 갖고 책을 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파친코를 읽으면서 그때 그 작품들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감정은 치열하다 못해 끈적하게 열악한 현실을 드러내는 책을 읽을 때 주로 떠오릅니다. 좋은 소설은 열악한 시대 상황을 때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때론 인물의 삶에 듬뿍 적셔 전달하기도 합니다. 독서를 하다 보면 책은 필연적으로 시대의 모든 장면이 아닌 한 장면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모든 매체가 비슷한 특징을 갖습니다. 이런 생각은 실제 사회 모습은 책에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모습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보통은 책에 담기지 않은 그 너머의 세계를 그려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한국 소설을 읽거나 오늘 리뷰할 파친코와 같은 책을 읽을 때면, 글에 표현된 지독한 가난과 시대적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질까 봐 상상하는 것을 잠시 보류합니다. 책을 읽어 보면 일제강점기 시절 어촌에 살던 소시민의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삶과 설움, 고통, 사람들의 사고방식, 남성주의적 문화가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또한 그 시절 일본으로 이주해 살아가던 재일교포 디아스포라의 모습도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파친코는 시대상을 인물에 삶에 담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노골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표현된 사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 속에 인물들의 생각과 삶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 시절을 상상하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이 기분은 TV 화면 너머로 유니세프 광고를 볼 때 드는 기분과 비슷합니다. 특히 파친코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계층 관계,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계층 관계를 통해 조선인 여자의 삶의 비극을 더 처절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 2025-06-23 박정환
    랭스로 되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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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형 디디에는 가족을 버린 호모일 뿐이잖아.” 제수씨가 했다는 이 한마디만큼 에리봉의 정체성을 적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다. 그는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발명’해야만 했다. 전통적인 노동자 집안에서 벗어나 성공한 지식인이 되고 싶었다.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는 사르트르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후원은 한계가 있었다. 용을 써서 학계가 요구하는 과정을 거쳤으나 박사논문 쓸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학술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었고, 명성을 떨쳤다. 가난과 노동과 폭력과 교양없음의 상징인 랭스에서 파리로 존재 이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인된 만큼 보존되어 있는” 자신의 계급성을 끝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에리봉은 부르디외 추종자였다. 청소년 시절부터 그가 모욕감을 느끼고 공포마저 느꼈던 욕설은 “호모 새끼들!”이었다. 그는 “항상적인 고발과 그것이 선고하는 저주에 영원히 굴복해야 하는 운명”에 맞섰다. 또다른 발명의 삶을 펼쳤으니, 도시로 떠난 전형적인 게이답게 새로운 관계망에서 발견한 게이의 특수문화나 하급문화를 통해 성정체성에 걸맞은 삶을 배워나갔다. 그가 왜 푸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푸코가 소수자의 낙인찍힌 삶을 “배제, 이방인 지위, 부정성, 강요된 침묵, 심지어 추락과 비극성이라는 어휘”로 표현하면서 “사회적 판결의 자의성, 그 부조리”를 예리하게 밝혀내지 않았는가. 에리봉의 두 갈래로 나뉜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모욕의 산물, 수치심의 아들”이 될 법하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소수자의 도덕>이나 <게이 문제에 관한 성찰> 같은 성적 모욕과 수치심을 다룬 책을 써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정작 사회적, 계급적 모욕과 수치를 다룬 글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과제를 마치려고,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그는 랭스로 돌아가 가족사를 톺아보고 자신의 성장과정을 되돌아 보며 자서전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이 알튀세르의 자서전처럼 정신분석적이지 않고 푸코의 저술처럼 계보학적이지 않되, 부르디외의 업적처럼 지배 구조가 재생산되는 “구조의 평행이동”을 보여주는 빼어난 사회학적 자기(가족) 성찰의 자리에 오른 이유다.
  • 2025-06-23 우경민
    서울 도시 계획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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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보면 20대 후반의 나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정보 수집이라면 모를까, 도시 계획의 역사라니 잘 와닿지 않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오히려 나라는 사람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흔적을 담고 있다. 특히 5권에서는 특정 시기의 서울 도시 계획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이루어지는데, 저자의 방대한 자료 조사와 해박한 지식은 마치 내가 그 시대의 도시 계획 담당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빽빽한 아파트 숲과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의 서울이,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갈등, 그리고 크고 작은 실수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 속에는 개발과 보존, 효율과 삶의 질이라는 끊임없는 딜레마 속에서 최적의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탁상공론에 그치는 정책이 아닌, 실제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얼마나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시 계획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미래를 형성하는 거대한 틀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동산'이라고 부르며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기던 서울의 건물들과 땅들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꿈이 스며든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퇴근길, 익숙하게 지나치던 건물과 거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역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단순히 서울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모습은 무엇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금융이라는 좁은 시야에 갇혀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도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앞으로 서울의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바쁜 도시인들에게 서울이라는 도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2025-06-23 배수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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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며 한 인간의 사상과 고뇌, 결단의 순간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많은 이들에게 안중근은 교과서 속의 위대한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지만 김훈은 그를 신화적 인물이 아닌 피와 뼈를 가진 한 인간으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안중근이 어떤 생각과 감정 갈등을 품으며 역사적 결단에 이르렀지를 문학적 시선으로 추적한다. 이책은 영웅 서사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안중근은 단순한 복수자도 무모한 이상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제국주의와 폭력의 논리에 저항하며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전딘다. 그러나 그 결단은 단순하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작가는 안중근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며 겪는 내면의 번민과 사색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묘사한다. 암살을 위해 역으로 향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깊다. 총구를 들고 걷는 그의 걸음은 단ㄷ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생명을 걸고 정의를 행한다는 것 그 무게는 안중근의 짧은 삶을 통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듯하다. 작가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단단한 문장들은 그 비장함을 더욱 극대화 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시대와 대면해야 하는가 작가는 그런 물음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지만 오히려 침묵과 사유속에서 더 큰 울림을 전한다. 또 단지 역사소설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과 책임 시대의 불의와 맞서는 개인의 용기에 대한 깊은 문학적 성찰이다. 안중근의 삶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와 이상을 말하고 있으며 작가는그 진실을 무겁거도 단호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써내려갔다. 한 인물의 죽음을 넘어 그가 남긴 정신을 되새기게 만드는 이 책은 존재자체가 하나의 묵직한 증언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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