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8
김연임
해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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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섭 작가의 『해리엇』은 단순한 동물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175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낸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의 생애를 통해 자연과 인간, 공존과 생명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해리엇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거북의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바로 해리엇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해리엇은 인간의 손에 의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영국으로, 다시 오스트레일리아로 옮겨진다. 그리고 그녀는 17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쟁, 문명의 발전, 환경 변화 등을 묵묵히 지켜본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눈빛과 느림 속에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지구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인간은 종종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자신들의 호기심과 필요를 위해 동물들을 포획하고 옮긴다. 해리엇 또한 그런 인간의 행위로 인해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다. 다행히 해리엇은 자연사 박물관과 동물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생을 마감했지만, 모든 동물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인간을 비판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자연과 생명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해리엇의 오랜 생애를 통해 우리는 ‘시간’의 가치, ‘느림’의 지혜, 그리고 ‘관찰’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가? 해리엇은 그 느림 속에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주변의 자연과 생명을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길가의 작은 풀꽃, 하늘을 나는 새들,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들… 그들 모두에게도 이름이 있고,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인간과 자연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리엇』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생명의 소중함, 자연에 대한 존중, 그리고 공존의 가치를 이토록 조용하고도 강하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드물다. 해리엇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지 동물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삶 자체를 대하는 태도다. 우리 모두가 해리엇처럼, 오래도록 자연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