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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5.0
  • 조회 250
  • 작성일 2025-05-28
  • 작성자 장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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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를 읽고 – 우리가 끝까지 기억해야 할 이야기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소설이지만, 단순한 허구의 이야기는 아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그날을 살아낸 사람들의 감정과 몸의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어떤 장면에서도 과장하거나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문장과 조용한 서술을 통해 고통을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야기는 열다섯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시작되지만, 그는 단독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집단적인 기억의 문을 여는 상징적인 존재에 가깝다. 이후 각 장은 동호와 얽힌 인물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광주의 참상과 그 이후의 삶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시신을 수습하는 사람, 고문을 겪은 사람, 살아남았지만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무너지는 사람. 그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가 어떻게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체육관에 쌓인 시신들, 거리의 총성과 사람들의 울음,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의 흔적들은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작가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냄새, 온도, 숨소리 같은 감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독자가 그 순간에 함께 머물게 한다. 이 방식이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크고 깊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폭력 그 자체보다도, 그 이후의 시간이었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날에 갇혀 있었다. 누군가는 죄책감과 공포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고, 누군가는 오랜 침묵 끝에 서서히 무너져갔다. 외부로부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취급되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 깊은 상처를 안고 버텨야 했다. ‘살아남는 것’이 반드시 행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소년이 온다』는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책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자세로 과거를 대해야 하는지, 어떤 기억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잊지 않겠다는 말은 쉬워도, 기억을 유지하는 태도는 오랜 시간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소설은 그런 태도의 중요성을 문학의 언어로 전하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많은 장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하는 침묵과 회피,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소년이 온다』는 그것을 마주하게 만든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독서였지만, 반드시 필요한 독서였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남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를 외면하는 일이 더는 쉽지 않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기억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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