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8
김상국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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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즈음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3시간 분량의 장편으로, 인류 역사상 프로메테우스와 비교되는 한 과학자의 삶을 담고 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고 불리는 과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스크린 속에서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 깊은 영화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또는 어쩌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는 원자폭탄을 만들어내는 숙명적 시간을 긴박하게 그려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영화가 개봉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던 책이다. 이 책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소년기부터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부터 이슈가 되었고,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 수상과 퓰리처 상 수상작이라는 명예를 안고,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준 작품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지휘자였으며, 냉전 시대 매카시즘에 맞물린 피해자기도 하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오펜하이머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1부는 가족사와 어린시절, 2부는 오펜하이머가 만난 사람들, 3부는 맨해튼 프로젝트, 4부는 그 이후 오펜하이머의 행보, 5부는 보안 청문회 등 오펜하이머의 말년이 나온다.
다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으로 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읽기는 힘들었다. 두 사람의 저자가 25년 동안 답사, 인터뷰, FBI 문서 열람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쓴 평전이라 굉장히 세세하다. 오직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다루다보니 집중하기 힘들었다. 우선 1,05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페이지 숫자 외에도 책 속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인물과 사건 등이 '한 시대를 압축' 하여 보여준다.
책에 다루고 있는 사건은 상상 이상이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여겨지는 곳도 있고, 차라리 영화였으면 하고 바라는 지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책 앞 뒤 쪽에 수록된 오펜하이머와 관련된 사진을 보면 여러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천사와 같은 눈망울을 한 아이가, 인류를 위한 과학자로서 꿈을 꾸는 한 청년이, 무엇을 위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게 되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오펜하이머의 모습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짐을 진 사람처럼 보인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오펜하이머가 단지 희생자는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는 것. 오펜하이머의 말이나 연설, 행동을 보면 단순히 희생자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인물이었다. 필요에 따라 남을 고발하기도 하고, 발뻄을 하기도 하는.. 오펜하이머의 다면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쟁 전후의 모습과 냉전 시대의 모습도 잘 살펴볼 수 있다. 전쟁 이후의 모든 이슈는 사회주의자냐 아니냐로 흘러간 듯. 내 생각보다 냉전은 그 시대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전쟁, 과학자의 윤리, 냉전, 핵 확산 등 다양한 정치적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하지만 완독할 자신이 없다면 굳이 평전을 읽기보다 놀란 감독의 영화만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