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권현진
80일간의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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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 작. 혁신클럽에서 화두로 등장한 ‘80일간의 세계일주’ 가능 여부에 대해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가능하다.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급작스런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날 아침 고용된 프랑스 하인 파스파르투는 갑자기 떠나게 된 이 세계 일주에 전폭 지원하고, 반면에 비슷한 시기 영국은행에서 5만5천 파운드를 훔친 도둑의 인상착의가 필리어스 포그와 비슷하다는 심증으로 그를 뒤쫓는 형사 픽스는 이 신사의 기품과 침착함에 점점 빠져들면서도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상충한다. 마지막까지 과연 80일만에 일주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모험극이다.
직장인에게 이 소설의 교훈이란?
하나의 프로젝트(80일 동안 세계일주를 한다)를 두고 필리어스 포그가 보여주는 꼼꼼한 시간관리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회복탄력성이 돋보인다. 파스파르투나 픽스형사, 중간에 합류하게 되는 아우다 부인을 팀원으로 치환하면 강렬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게 되는 리더십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 닥칠 때마다 예산을 펑펑 써버리는 모습은 단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제일 잘하는 휘스트 게임에만 집중하는 모습도, 혹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요소들만 뽑아내어 직장인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면 책이 주는 시대적 의미는 잘 와닿지 않는다.
2025년에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872년, 19세기로 인류가 이 세계를 계량화, 소유화하고자 기술진보와 혁신으로 박차를 가했던 시대다. 이 책의 해설에서 나온 표현 그대로 “80일간의 세계일주란 세계라는 공간적 넓이를 80일이라는 시간으로 환원한다.” 거리 관념은 후퇴하고,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이 곧 여행이다. 세계가 작아져 가는 만큼, 독자와 여행자는 그 공간을 잘 정비해서 (시간으로 표시해서, 카탈로그에 나온 각 국의 역사를 훑어 읽으면서) 소유한다. 이 과정에서 돈은 필수불가결하다. 시간을 단축하는데 쓰인 사람의 노력은 돈으로 환산된다.
2025년 지금, 전 세계를 방문하는데 80일도 걸리지 않는다. 세계를 제3자의 시선으로 관통하기 보다, 그 현장에 직접 경험하고 상호작용한 주관적 시간들이 더 중요시된다. 80일 동안 전 세계를 일주했다는 이동력, 그 과학기술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고,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 나라는 사람이 80일 동안 한 지역에서 머물면서 그 문화를 익히고 사람들 간 소통한다는 시간적 여유가 더 각광받는다. 필리어스 포그의 개척자 정신 만큼이나, 아우다 부인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도와주려는 따듯한 마음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릴 때 읽고, 만화 영화로도 보았기에 이미 결론의 반전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읽었을 때 여행 중간중간 겪어가는 과정들이 예전과 또 다르게 다가왔다. 그 이유는 지금의 나는 어릴 때 알지 못했던 세상 – 싱가포르의 호랑이 숲, 미국의 철도 여행, 런던의 정경 –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책이 우리에게 여러 번 읽히는 이유는 이런 매력에 있다. 몇 년 후에 다시 읽었을 때 나는 이 책에서 또 무엇을 깨닫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