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8
정운섭
개인주의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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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를 읽으며 어릴 적부터 이기적이라고 치부하고 억누르려 했던 내 감정들과 저자가 표현한 개인주의의 특성들이 일치해 흥미로웠다.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는 회식을 피하고 명절을 싫어하는 개인을 보고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의 이기주의는 자기만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입장을 뜻한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존재와 가치가 국가와 가회 등의 집단보다 우선이라 생각하며, 개인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사상, 사고방식, 가치관, 신념, 태도, 기질을 말한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이기주의는 오직 자기만 생각하고 옆에 다른 순위를 두지 않는 반면, 개인주의는 개인을 ‘우선’ 생각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라는 선택지 옆에 있던 집단을 고려하는 경우도,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저자의 언어로 간단히 책을 정리하자면 ‘개인주의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여러 얼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개인주의의 의미를 바로잡는다. 적어도 상위 20퍼센트 내에 드는 장점을 가졌고, 큰 경제적 성장을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은 개인주의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적한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는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집단이 개인을 영원히 보호해 주지 않는다. 개인 자신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타협하며 연대해야 한다. 개인이 주체가 되어야 서로를 존중할 수 있고, 집단 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문유석 판사처럼 남한테 폐 끼치지 않고 나 자신의 인생만 똑바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할 일이 생긴다. 이름 모를 비서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짐을 넘기는 의원을 보고 분노하고, 타인과 함께 누군가를 위해 기부에 동참하기도 한다. 한국의 성향에 부합하지 않고 그저 개인 공간을 조금 더 필요로 하는 개인주의자들을 이기적이라고 칭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길어야 100년, 어찌저찌 발 붙이고 살다 떠날 이 사회에,모든 게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일이 나쁜 것일 리 없습니다. 시장 통에 처음 마주친 사람이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말에사색이 되어 모르는 아이를 찾아나선 저자는 개인주의자였습니다.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그럴싸한 이유로 둘러 만든 공동체의 가치보다는,가장 개인적인 배려 아닐까요? 다정한 개인주의자들이 모여 만드는 따뜻한 세상, 개인주의자 선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