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4
전명근
지구끝의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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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총 세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모스바나'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인물은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연구권으로 일하는 식물생태학자 아영이다. 그는 느리지만 멀리까지 뻗어 나가는 식물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놀라운 생명력과 기묘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이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학자로서의 원틱을 잊지는 않지만, 남몰래 괴담을 좋아하여 '스트레인저 테일즈'에 접속하는게 그의 취미다.
어느 날 아영은 폐허 도시 해월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증식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알 수 없는 푸른빛까지 목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노인 이희수의 정원에서 본 풍경을 떠올린다. 방치된 잡초가 무성한 한밤의 정원, 그 위에 마법처럼 떠 있던 푸른빛들을, 대체 왜 갑자기 모스바나가 이상 증식하기 시작한 걸까, 그리고 푸른빛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모스바나를 채집하여 분석하는 한편, 스트레인저 테일즈를 통해 이 식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수소문한다. 마침내 그는 더스트 시대에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랑가노의 마녀들'이라고 불려온 아마라, 나오미 자매에게 닿게 된다. 아영은 그들로 부터 어떤 이야기를 반드시 듣고자 한다. '2장 프리 빌리지'에서는 독자가 만나는 인물은 2058년 더스트로 멸망해버린 세계를 헤매는 아이 나오미다. 붉은 안개와 함께 찾아오는 더스트는 살아 있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든다. 사람들은 돔을 씌워 그들만의 도시를 만들고, 유지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탓에 피를 원하는 사냥꾼들에게 쫓기고, 실험대상이 되어 고통받아온 나오미는 언니인 아마라와 함께 소문 속 도피처를 찾아 숲으로 향한다.
마침내 자매는 돔 없이, 내리는 비와 불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고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프림 빌리지에 도달한다. 이 곳은 거창한 이념이나 명분 없이 그저 사람들의 충실한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리더인 지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언덕 위온실속에 사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건네는 작물들과 더스트분해제가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었다, 나오미는 믿을 수 없이 생기로운 숲속의 마을에 점차 스며든다. '3장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독자들은 아영을 다시 만난다. 세계가 재건된 이후를 살아가는 아영은 멸망의 시대 한복판을 지나온 나오미의 증언을 들으며, 이제껏 머릿속에 따로 존재해왔던 수맣은 퍼즐들이 하나의 온전한 그림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오미의 증언을 정리하고 데이터들로 뒷받침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아영은 묻혀 있는 진실을 찾아야 하는 과학자로서, 또 내밀한 기억과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서 각각 뚜렷한 결론에 도달한다, 독자들이 아영과 함께 이 결론에 다다랐을 때 마음속에서는 어떤 작용들이 일어날까.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의 모습에도 결국 인류애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 끝에 우리는 결국 나와 주변의 사람들을 서투름을 인정하고, 다시 그들을 가슴에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