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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2 위경란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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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형식이 아닌 희곡 스타일의 글이라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자 그의 상상력이 부럽기도 한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라서 그의 명성을 믿고 집어 든 책인데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은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하자고 하는 것인가? 라는 회의였다. 물론 심판의 대상인 아나톨에게 일어난 일을 통해 작가의 나라인 프랑스 사회의 여러 사회 문제를 언급하고자 했던 면도 약간은 보인다. 의료 체제의 부족함, 윤리 의식의 결여, 심지어 사법 체계까지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모습은 조금 보인다. 또한, 심판의 장소인 천국 법정마저도 혼돈과 감정 싸움에 휘말리는 모습을 통해 최고의 권력 기관까지 비판적인 언급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약간 엿볼 수는 있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나라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에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서도(책이 연극 대본의 형식이어서 비교적 읽기에 부담은 없었다) 공감을 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천국 법정에서 적용하는 벌의 내용을 보면서 의아했다. 아무리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책이라도 나에게는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용이었다. 죽음 이전의 삶에 대한 심판의 벌로써 환생이 주어지다니. 그것도 인간으로서의 환생. 내가 알고 있는 불교에서의 윤회 사상에 의하면 이생에서의 우리 삶에 따라 내생에서의 우리 환생의 등급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인간으로의 환생은 제일 높은 등급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벌’로써 인간으로 환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으로 여러 번의 환생을 거친 다음 천국에 머물 수 있는 자격을 얻을 때까지 고귀한 죽음으로써 영혼 등급을 높여가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 한국과 정서가 다른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서 나온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고 쳐도 마지막에 아나톨이 환생을 거부하자 천국의 심판장인 가브리엘이 아나톨 대신 환생하는 장면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틀에 따르면 가브리엘은 ‘상’으로 묘사되고 있는 천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벌’로 묘사되고 있는 인간으로 환생을 한다고. 이건 이 책의 전체적인 틀을 부정하는 내용 같아서 책을 덮으며 조금 허탈했다.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펼쳐본 책이라 실망도 더 컸으리라. 그러나 단지 이야기는 이야기로만 바라본다면 그렇게 실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단순한 구조와 간단한 주제의 글이라서 금방 읽었다. 또한, 제목이 심판인데 ‘벌’이 인간으로의 환생이라는 발상 때문에, 내용이 궁금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최단 기간에 마무리 지은 책이다
  • 2022-06-21 김용훈
    이어령의마지막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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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최초 문화부장관을 역임했던 이어령씨가 후배인 김지수작가와 삶과 죽음에 대한 대화를 인터뷰형식으로 나눈 이야기 이다. 그날 그날 생각나는 단어를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이다 보니 체계적인 내용이 아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해 서로의 진솔한 생각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간결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전부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행운이라는 단어를 인생에 빗대어 나눈 이야기 가운데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가 엄청난 운을 타고난 것이며, 운이 나빳으면 이세상에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나온 후에는 제 각자의 운명의 길을 성실히 열심히 걸어가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거 같다. 크게보면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지능과 덕으로 최선을 다해도 우리는 다가올 운명을 바꿀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데카르트처럼 모든 것을 회의하면서 끝까지 가도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과 만나게 될 때가 있기 때문에 끄때는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운명론이라는 것이다. 운명을 느낀다는 것은 한밤의 까마귀를 보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밤의 까마귀가 안 보이더라도 한밤에 까마귀는 어딘가에서 울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귀 기울여서 한밤의 까마귀 소리를 듣는다면 우리는 그 순간 우리의 운명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짐승중에는 웃는 짐승이 없고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고 이것은 신이 준 커다란 선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이 선물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현재 한국은 밀물의 시대에서 썰물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 시대가 좋든 싫든 한국인은 지금 대단히 자유롭게 풍요롭게 살고 있기 때문에 만조라 할 수 있는데 역사라는 것은 민물과 썰물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또 썰물이라고 절망해서도 않된다. 갯벌이 생기니까, 썰물 후 갯벌이 생긴다는 말처럼 두려울 것 없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인 거 같다. 예전에 대학시절에 축소지향형의 일본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 뛰어난 분석력으로 사물을 바라본다는 생각을 들었기 때문에 이어령이라는 이름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 2022-06-21 명지현
    악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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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 중 하나인 악령 1권을 읽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소설을 읽었을 때, 엘리트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민중을 위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악령이 가장 그런 것 같다고 느껴졌다.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 그리고 신구세대에 널리 퍼져있는 각기 다른 사상과 그 충돌을 그리며 독자들로 하여금 생생한 공포(?)와 깨달음을 전해준다. 악령1권은 총3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파트를 다룬다. 러시아소설 특유의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면,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작가가 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 매우 재미있다. 1870년대 후반의 러시아, 바르바라 부인과 그 부인의 친구인 스테판 베르호벤스키가 주인공인듯 그들의 관계가 매우 상세하게 그려지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하고, 바르바라의 아들 니콜라이 스타브로긴이 이 소도시에 등장하면서 진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타브로긴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물론 이 책의 화자가 객관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긴 한데(2인칭 관찰자 시점), 처음에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이 그려지고, 또 중간에 오랜기간 퇴장해버린다. 앞서 언급한 스테판의 아들 페트루샤는 작가가 가장 비판하고 싶어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는 사회를 전복하기 위해 일종의 조직을 꾸려 음모를 꾸민다. 페트루샤는 이 음모에 니콜라이를 끌어들이고 싶어하지만, 니콜라이는 '누구의 편'인지 명확하게 드러내질 않아 그의 속을 태운다. 아직 1권이기에 2권~3권을 계속 읽어봐야 하겠지만, 1권은 매우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이 개성 넘치고, 실제로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 도스토옙스키는 1869년 '네차예프 사건'에 충격을 받아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 '악령'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악령에 씌인 것 같다'라는 표현히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더 집중해서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단순히 러시아 사회와 젊은이의 급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것은 결코 아닌 게,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도 많이 담겨있어서 흥미롭다.
  • 2022-06-21 박은지
    천개의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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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조금만 더 자신을 남들처럼만 대해준다면 은혜는 사이보그 따위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몇천만 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보다 더 필요했던 건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탈 수 있는 안전함이었다. 휠체어를 끌어주는 휴머노이드나 사이보그 다리가 아니라.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지구가 너무 많이 바뀌어야 했다. 다수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몇몇 아이들이 상아 없이 태어나기 시작했어요. 설령 있다 하더라도 아주 짧죠. 흔적만 남아 있는 정도로요. 이 녀석도 상아 없이 태어났을 거예요.” “…좋은 진화인가요?” 복희는 묻고서 멍청한 질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진화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의 결과물일 뿐이다. 심지어 상아의 탈락은 오로지 인간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것이 좋은 진화일 리가. 관리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들의 종족을 없애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만을 바라야죠.”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 보경의 눈동자가 노을빛처럼 반짝거렸다. 반짝거리는 건 아름답다는 건데, 콜리 눈에 그 반짝거림은 슬픔에 가까워 보였다. “행복이 만병통치약이거든.” “….” “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을 읇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개의 파랑이었다."
  • 2022-06-21 이상진
    그림의 힘(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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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그림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림이 그렇게나 비싼 값에 팔리는 것도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되지 않는다. 모나리자의 가격은 1조가 넘는다고들 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초상화는 이 비싼 가격으로 여러번 수난을 당해 직접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불가능 하다. 하지만 그림에 '힘'이 있다는 것은 믿는다. 색채의 힘, 구도의 힘, 공간구성의 힘.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것이 '그림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미술치료사가 지은 책으로 각 그림을 설명해주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좋은지 말해준다.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이 아니라 '느낌'과 '분위기'를 말해주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 없이 쉽게 그림을 접할 수 있다. 설명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그림을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가지 않는 설명도 많았다.​ 그림의 감상이라는 것이 개인적 심상이 아닌가? 가령 프레데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의 경우 '쉼'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는데 난 그냥 지쳐보였다. 쉰다기 보다는 지쳐 쓰러졌다는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었달까. 암리타 쉐어 길의 '옛이야기꾼'은 가장의 짐을 내려놓고 가족의 일원으로 편하게 마음을 나누는 그림이라고 했으나 난 그보다는 옆에서 혼자 밥을 짓고 있는 안쓰러워보이는 여인만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이렇듯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림을 앞쪽에 배치하고 그 다음 설명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 하고 비교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설명을 한 후 그림을 보여주고 추가 설명을 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림을 오로지 나의 시선으로 즐기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그림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그림을 보며 잠시 머릿 속을 비우고 새로운 생각을 채워넣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2022-06-21 박지나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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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농업혁명에서 농경을 배웠을 때, 집단으로서 이들이 환경을 바꾸는 힘은 커졌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개인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농부들은 수렵채집인보다 열심히 일해야 했지만, 먹는 음식은 영양가도 더 적었고 근근이 버틸 양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질병과 착취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유럽제국의 확대는 아이디어와 기술과 농작물을 이동, 순환시키고 새로운 상업로를 개척한 덕분에 인류의 집단적 힘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 아메리카 원주민, 호주 원주민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일부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과 행복 사이에는 역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며, 인류가 점점 더 많은 힘을 갖게 될수록 우리의 진정한 욕구와는 동떨어진 차가운 기계적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진화의 결과 우리의 마음과 신체는 수렵채집인의 삶에 맞도록 주조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에 농업으로, 그 다음에 산업으로 이행한 탓에, 우리는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타고난 성향과 본능을 모두 표현할 수 없으므로 가장 깊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삶이라는 것이다. 도시 중산층의 안락한 삶을 이루는 어떤 것도 매머드 사냥에 성공한 수렵채집인 무리가 경험한 흥분의 도가니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근접할 수 없다. 새로운 발명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는 에덴의 낙원으로부터 몇 킬로미터씩 멀어질 뿐이다. 지난 몇 시기 동안 인류는 스스로의 능력을 더욱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현대 의학의 승리는 한 예에 불과하고, 이외에도 전대미문의 성취가 많다. 폭력은 급격히 줄었고, 국제전은 사실상 사라졌으며, 대규모 기근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이 또한 과도한 단순화다. 첫째, 낙관적 평가의 표본으로 삼은 기간이 너무 짧다. 최근 몇십 년이 인류에게 전대미문의 황금기였지만,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을 대변하는 현상인지 아니면 단명할 행운의 회오리바람에 불과한지 말하기는 이르다. 둘째, 지난 반세기는 짤막한 황금기였는데 이것조차 미래에 파국을 일으킬 씨를 뿌린 시기였다는 사실이 나중에 확인될 지도 모른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는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수없이 많은 새로운 방법으로 교란해왔으며, 이것이 끔찍한 결과를 빚고 있는 중인 듯하다. 우리가 무모한 소비의 잔치를 벌이면서 인류 번영의 기초를 파괴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가리키는 증거는 많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다른 모든 동물의 운명을 깡그리 무시할 때만 현대 사피엔스가 이룩한 전례 없는 성취를 자축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질병과 기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물질적 부를 자랑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실험실의 원숭이, 젖소, 컨베이어벨트의 병아리의 희생 덕분에 축적된 것이다. 지난 2세기에 걸쳐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이 산업적 착취체제에 희생되었으며, 그 잔인성은 지구라는 행성의 연대기에서 전대미문이었다. 가족과 공동체는 우리의 행복에 돈과 건강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행복이 부와 건강, 심지어 공동체 같은 객관적 조건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은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기대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아주 조그만 위험을 무릅쓰는 것도 몹시 싫어하게 될 것이며, 배우자나 자녀, 친한 친구를 잃은 데 따르는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행복이란 불쾌한 순간을 상쇄하고 남는 여분의 즐거움의 총합이 아니라, 그보다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행복에는 중요한 인지적, 윤리적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는 스스로 ‘아기 독재자의 비참한 노예’로 볼 수도 있고, ‘사랑을 다해 새 생명을 키우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 큰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체계다. 니체가 표현한 대로, 만일 당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이든 견뎌낼 수 있다. 의미 있는 삶은 한창 고난을 겪는 와중이더라도 지극히 행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의미 없는 삶은 아무리 안락할지라도 끔찍한 시련이다. 우리가 중세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 전체에 대해 만족하십니까?”라고 물었다면, 이들은 주관적 행복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세 조상들이 행복했던 것은 사후의 삶에 대한 집단적 환상 속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환상에 구멍을 뚫어 파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다. 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내일 아침 지구라는 행성이 터져버린다 해도 우주는 아마도 보통 때와 다름없이 운행될 것이다. 중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내세의 의미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혹은 민주주의적 의미보다 더 심한 망상이 아니었다. 어떤 과학자가 자신은 인간의 지식을 증가시키므로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어떤 병사는 자신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싸우므로 삶에 의미가 있다고 하고, 어느 기업가는 새로 회사를 세우는 데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하자. 이들이 찾는 의미가 중세 사람들이 경전을 읽거나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고 새로운 성당을 짓는 데서 찾았던 의미보다 더 환상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행복의 관건은 의미에 대한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퍼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데 있을지 모른다. 내 개인적 내러티브가 주변 사람들의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한 나는 내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며, 그 확신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꽤 우울한 결론이다. 행복은 정말로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인가? 많은 정통 철학과 불교를 비롯한 종교는 행복을 얻는 비결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자신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지적설계 방법은 세 가지인데 첫째가 생명공학, 둘째가 사이보그 공학(사이보그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하나로 결합시킨 존재다), 셋째가 비유기물공학이다.우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했는데 그 약이 건강한 사람의 기억력을 극적으로 증진시키는 부수효과가 있다면 어떨까? 누가 그와 관련된 연구를 중단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때 그 약을 알츠하이머 환자만 사용하도록 하고 건강한 사람은 이를 복용해 천재적 기억력을 얻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2005년 시작된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3년 유럽연합은 이 프로젝트에 10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인간 유전체 지도를 처음 만드는 데는 15년의 세월과 30억 달러의 자금이 소요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몇 백 달러만 들이면 몇 주일 안에 한 사람의 DNA 지도를 만들 수 있다.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저자는 과학혁명의 후속편인 생명공학 혁명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길가메시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이다) 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 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매우 미숙하다. 우리가 전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녔는데도 더 행복해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022-06-21 이재기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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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가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쓴 입문서 겸 조언서다. 그렇다고 어떤 종목을 사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구체적으로 '찍어' 주는 것은 아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좋은 물고기가 많은 강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투자 전 기초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와 주식이 생겨난 배경부터 설명해 사전지식을 제공한다. 2장에서는 투자의 시작인 '저축'을 비롯해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거래소와 중개인의 역할 등 투자의 기초를 이야기한다. 기본적인 5가지 투자방법으로 저축예금, 골동품 등 수집품, 아파트나 주택 구입, 채권, 주식으로 나눠 장단점도 소개했다. 이어 3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사 등을 모델로 기업의 탄생부터 쇠퇴기를 인간의 일생에 빗대어 살펴보고, 4장에서는 코카콜라, 리글리, 캠벨 스프, 리바이스 등 성공한 유명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기업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 원리를 파고든다. 마지막 5장은 '피터 린치처럼 재무제표 분석하기'다. 초보에게 권하는 그의 현명한 투자 전략은 간단하다.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한 뒤 장기 보유하라는 것. 전설적 투자가인 린치 자신도 "주가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고백하면서 "주가를 예측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망하지 않을 좋은 기업을 골라 주식을 산 뒤 장기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현명한 투자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타이밍을 재어 한 번에 올인하거나 감정에 휩쓸려 조급하게 결정하는 단기 투자방식보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장기분산 투자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투자에 앞서 재무재표 및 기업의 실적, 투자방향 등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기업의 기초체력이 손상되지 않는 한 주가가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기업에 투자한다면 노후에 충분한 보상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2022-06-21 김도근
    100년 투자 가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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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존 로스차일드가 공동으로 저술하였기 때문에 저자에게 끌려서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로스차일드 가문은 그 이름만으로도 모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이 지난 100년 동안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시장의 부침에 따라서 이 가문이 대처한 방법과 자세는 단기적 사고가 아닌 장기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의 내용을 보면 부친 셀비 데이비스가 아들에게 검소한 삶의 태도와 주식에 대해서 가르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매우 인상이 깊게 각인되었다. 호황과 불황에 상관없이 시장의 사이클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금융자산을 고집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었고 주가 폭락으로 인해서 받은 타격이 크지 않은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더욱이 적절한 분산투자로 인해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부분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늦은 투자보다는 이른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책에서 저자는 투자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빠르게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투자는 자신이 잘 아는 부분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무시하고 투자를 메가트렌드 혹은 지엽적 선호에 의해서 결정하는데 이 부분은 꼭 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는 보험업을 관리하는 뉴욕주의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그 반대로 행동하였다. 일단 기업 보고서를 해석하는 방법을 터득한 저자는 큰 투자처를 발견하게 된다. 1940년대 후반에는 많은 보험회사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숨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당시의 거래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업 투자 자문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고객들이 자문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점에 실망하였고 직접 자신이 투자를 시행하게 된다. 이처럼 훌륭한 투자는 독립적 태도가 항상 뒤 따라야 한다. 또한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할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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