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 중 하나인 악령 1권을 읽었다.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소설을 읽었을 때, 엘리트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민중을 위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악령이 가장 그런 것 같다고 느껴졌다.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 그리고 신구세대에 널리 퍼져있는 각기 다른 사상과 그 충돌을 그리며 독자들로 하여금 생생한 공포(?)와 깨달음을 전해준다.
악령1권은 총3권으로 이루어진 소설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파트를 다룬다. 러시아소설 특유의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면,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작가가 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 매우 재미있다.
1870년대 후반의 러시아, 바르바라 부인과 그 부인의 친구인 스테판 베르호벤스키가 주인공인듯 그들의 관계가 매우 상세하게 그려지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하고, 바르바라의 아들 니콜라이 스타브로긴이 이 소도시에 등장하면서 진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타브로긴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물론 이 책의 화자가 객관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긴 한데(2인칭 관찰자 시점), 처음에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이 그려지고, 또 중간에 오랜기간 퇴장해버린다. 앞서 언급한 스테판의 아들 페트루샤는 작가가 가장 비판하고 싶어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는 사회를 전복하기 위해 일종의 조직을 꾸려 음모를 꾸민다. 페트루샤는 이 음모에 니콜라이를 끌어들이고 싶어하지만, 니콜라이는 '누구의 편'인지 명확하게 드러내질 않아 그의 속을 태운다.
아직 1권이기에 2권~3권을 계속 읽어봐야 하겠지만, 1권은 매우 재미있다. 등장인물들이 개성 넘치고, 실제로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 도스토옙스키는 1869년 '네차예프 사건'에 충격을 받아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 '악령'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악령에 씌인 것 같다'라는 표현히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더 집중해서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단순히 러시아 사회와 젊은이의 급진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것은 결코 아닌 게,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도 많이 담겨있어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