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8
한수경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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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내면의 불꽃을 일깨우는 괴테의 시, 그리고 김종원의 문장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는 단순히 괴테의 시를 해설하거나 소개하는 시집이 아니다. 이 책은 괴테의 시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 내면의 갈등과 치유에 대해 탐구하는 철학적 에세이이며, 동시에 우리 일상 속 고요한 사유를 촉발시키는 조용한 성찰의 장이다. 김종원 작가는 괴테의 시 한 편 한 편을 삶의 물음으로 끌어와, 그 위에 자신의 통찰과 감정을 더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괴테는 독일 문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시인이며, 그의 시에는 인간 내면의 미묘한 감정선과 자연에 대한 경외, 운명과 자유의 긴장 등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만나는 괴테는 어떤 거대한 상징이나 고전으로서가 아니라, 마치 조용히 곁에 앉아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선배 혹은 친구 같은 존재이다. 이는 전적으로 김종원 작가의 해석 덕분이다. 그는 괴테의 시를 단지 의미론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지으며 그 감상을 풀어낸다.
책의 구성은 간결하지만 깊이 있다. 각 장은 괴테의 시 한 편과 그 시를 통해 김종원 작가가 끌어낸 사유로 이루어져 있다. 시는 짧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예를 들어 「방황하는 자에게」라는 시에서는 인간의 끊임없는 불안과 갈망, 그리고 결국 그 갈망조차도 인생의 일부임을 이야기한다. 김종원 작가는 여기에 “방황하는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것이다”라는 위로를 덧붙이며, 우리 모두의 삶이 완벽할 필요는 없음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또한, 「때가 되면」이라는 시를 통해서는 자연의 섭리와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다루면서도, 작가는 그것이 단지 허무함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 문장은 읽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그러니 조급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큰 위안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김종원 작가 특유의 문체와 시선이다. 그는 절대 독자에게 설교하지 않으며, 괴테의 시를 자기 해석에만 가두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서서, 독자가 시와 함께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유도한다. 그의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단단하며,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특히 문장 끝에 자주 등장하는 여백의 미학은 독자에게 사유의 여지를 준다. 마치 괴테의 시가 그러했듯, 이 책도 독자의 내면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건넨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하나의 내면 여행이다. 감정이 혼란스러울 때, 삶의 방향이 흐릿해질 때, 이 책을 꺼내어 괴테의 시 한 편을 읽고 김종원 작가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돈되고 시야가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괴테의 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그에게 아주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감정과 순간들을 괴테의 시는 붙잡아주고, 김종원 작가의 문장은 그 감정을 조명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단지 문학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 존재론적 위안과 실존적 통찰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는, 한 편의 시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괴테라는 고전을 통해, 그리고 김종원이라는 동시대적 해석자를 통해, 우리는 다시금 ‘사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히 따뜻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