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8
원정연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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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 에세이이자 자전적 이야기, 그리고 철학적 성찰이 교차하는 독특한 책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다소 도발적이고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여서 선택한 것이었지만, 제목만 보고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제목이 단순한 과학적 주장 이상의 것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엇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며,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였다. 이 책은 19세기 말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는 분류학에 열정을 쏟으며 세상의 질서를 밝히고자 했다. 룰루밀러는 그가 겪은 혼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집요함에 매료되었고, 자신의 삶의 혼란을 그 안에서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조던의 삶을 파고들수록, 그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었고, 질서에 대한 맹신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책의 백미는 과학적 사실과 개인적 고백이 자연스럽게 엮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과학적 서술 속에 자신의 심리적 혼란과 정체성의 문제를 투영한다. 특히 그녀가 성정체성과 가족사로 겪은 내적 갈등은, 조던이 추구한 분류의 한계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이 책은 분류란 인간이 불확실성을 견디기 위해 만든 틀에 불과하며, 세상은 우리의 규칙을 무시한 채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물고기라는 존재가 과학적으로는 유효한 분류가 아니며, 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물고기보다 인간이 어떤 물고기와 더 가깝다는 사실이었다.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본느 방식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불완전한지 깨닫게 해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은 결국, 세계에 대한 오만한 확신을 내려놓고,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룰루밀러는 이 책을 통해 삶의 혼란을 정리하려했지만, 오히려 혼란 속에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낸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명확히 규정하려는 시도보다는 흐트러짐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남는다.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 밖의 세계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전하는 진짜 메세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