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기에 가장 현생과 이질적인 직업 3가지는 정치인과 대기업 CEO 그리고 판사라고 생각한다.
나쁜 뜻은 아니고 그냥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느낌
그런데 약 23년 경력의 전직 부장 판사의 이 책은
마치 초등학생이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적은 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글의 수준이나 분위기, 문체 등이 초등학생 같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그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과 애정이 글에 듬뿍 담겨있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 몰입도 잘 돼서 술술 읽혔다.
책의 전체적인 틀은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작가님이 판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들에 작가님의 생각을 한 스푼씩 얹으면서 진행된다.
- 시어머니를 독살하려 했던 외국인 며느리
- 절도 전과 n 범의 재판
- 패싸움의 한복판에서 자신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폭력 전과자
이 글만 봤을 때는
"사람을 죽이려고 해? 무조건 15년 이상의 처벌은 필수지!"
"절도 전과가 이미 여러 번 있으니 당연히 가중처벌해야지!"
"저게 말이 되는 건가.. 당연히 거짓말이지!"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이러한 사건들을 접했다면 당연히 저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과, 판례, 모든 법을 검토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와 기구한 사연, 가정 환경 등
언론에서 단 몇 줄의 기사로는 보지 못하는
이 모든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기에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과 법조인과의 괴리가 자주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 중에 국민 참여 재판의 경우 배심원단이 더 큰 양형을 제시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다양하다고 하다.
물론 요즘처럼 성범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끊임없이 나오고 흔히 말하는 솜방망이 처벌이 자주 내려지는 것에는
본인 또한 항상 강하게 분노하고 판사들을 욕했지만
결국 판사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 텐데 그런 선고를 내리면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냐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그런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판사님들이 많을 테고
우리는 지금처럼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좋은 판결이 있을 경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면
세상은 매일 조금씩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한줄평]
볼 때는 가볍게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 점점 많은 생각이 드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