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1
이인숙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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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851년부터 1931년까지를 살 다간 초대 총장이며 어류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흠모하는 과학기자이다.
책은 초반, 이 엄청난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글로 시작한다.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자서전 같기도 과학서적 같기도 철학서 같기도 하다.
저자는 유년시절 따돌림을 당하며 마냥 힘든 일상을 마주 쳐야 하는 현실에 자살시도까지 하는 등 순탄치 않게 성장한다.
무엇이든 살아갈 희망과 용기가 필요했던 저자는 신념 하나로 많은 사회적 학문적 업적과 명예를 이룬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데이비드의 삶의 자세를 통해 본인 앞에 놓인 장애물의 열쇠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삶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데이비드가 살았던 열정 가득한 삶이 사실은 자기기만의 위선적 행위들로 가득 찬 악행의 연속이었던 것을 깨닫게 된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살아있을 때 인류에게 알려진 물고기 가운데 자신과 제자들이 발견한 것이 2500종 이상, 비늘 덮인 생물의 거의 5분의 1을 발견했다고 한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모아 놓은 표본들이 다 쓸모없게 되어버리지만 특유의 끈기와 느긋함으로 극복해낸다.
데이비드는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었는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설립자인 제인 스탠퍼드를 독살한 유력한 용의자였다.
물고기 표본을 얻기 위해 사용하던 독을 먹여 죽였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제인이 죽고 난 후 수사 기록과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데이비드가 확실한 범인이었다.
하지만 본토에서 먼 하와이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매수된 의사의 증언 등으로 용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데이비드는 자기가 이름 붙이던 물고기를 살펴보다가 인간의 미래를 생각했다.
원래는 다른 물고기와 같았을 멍게가 퇴화되어 그런 모습이 된 게 아닐까 생각하다가 인간의 미래도 그렇게 될까 걱정하며 우생학에 심취하게 된다.
거리의 부랑자들, 범죄자, 게으르고 도덕성을 모르는 사람들을 가두고 강제로 불임 수술까지 하게 하는 일에 적극 가담하였다.
다른 곳도 아닌 미국에서 우생학이 널리 퍼졌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다.
우생학이라는 학문이 허술한 기초에서 출발하였고, 허무맹랑한 가설이었음이 드러난 이후에도 데이비드는 끝까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기 죄에 대한 벌을 받지 않고, 상처하나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전 생애를 받쳐 몰두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엄청난 얘기를 꺼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캐럴 계숙 윤이라는 생물학자가 쓴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따르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다.
조류, 포유류, 양서류 등을 분류하는 것과는 달리 어류라고 불리는 것들은 사는 곳이 물속이라는 것만 빼면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다.
계숙 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류학자들도 어류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로써 데이비드는 평생에 걸쳐 했던 일이 쓸모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데이비드에게는 이것이 최고의 형벌 아닐까.
저자는 언니에게 어류라는 단어를 포기할 수 있는지 묻는다. 언니는 그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므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출간되고 여섯 달 뒤, 스탠퍼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이 붙은 건물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두 학교 모두 학생들과 임직원, 교직원, 졸업생들이 편지와 기사, 온 오프라인 시위로 항의한 결과 내려진 결정이다.
책은 한 인간의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은 얼마나 틀리기 쉬운 존재들인가. 나도 틀릴 수 있음을, 네가 맞을 수 있음을 늘 기억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