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8
최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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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인문학을 함께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존 뮤어는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에는 봄과 여름, 두 계절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1월이면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는” 봄이 시작되지만, 5월 말이면 모든 식물이 “생기를 잃으면서 마르고 버석버석해져” 오븐에 구운 것처럼 되기 때문이다. 카리브해 지역도 두 계절밖에 없어서 시인 데릭 월컷은 계절이 가뭄과 비라는 두 가지 직접적인 힘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카네이션은 러시아와 포르투갈에서 혁명을 의미하고, 사프란은 인도의 민족주의 이야기를 담은 꽃이 되었다. 아일랜드에서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상징하는 백합이 따로따로 있고, 중국의 나이 든 세대는 해바라기를 보면서 아직도 마오쩌둥 시대를 떠올린다.
반 고흐처럼 긴즈버그도 해바라기가 가장 환한 모습으로 그저 한순간의 기쁨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바라기는 꽃이 시들면서 맺힌 수많은 씨앗 안에 빛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간직하고 있다.
가을이 죽은 사람을 위해 꽃 축제를 벌이는 때라면, 봄에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한다. 이게 고대의 보편적인 관습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봄 축제는 대부분 기념행사와 관련이 있어서 그 계절에 자연스럽게 피는 꽃이 아닌 상업적으로 재배한 꽃을 사용한다.
여름에는 꽃이 너무 ‘흔하기 때문에’ 선물하지 않는다. 매발톱꽃, 동자꽃, 인동꽃, 블루벨, 물망초, 선갈퀴꽃, 히아신스 같은 꽃들이 야생적으로 여름에 경의를 표하면서 뒤섞인다
장미를 지상에서 찾을 수 있는 신성한 아름다움, 인간 쾌락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보았던 중세 페르시아의 시도 그런 조화를 추구한다. 페르시아에서는 장미가 늦봄에 피지만, 다른 많은 곳에서는 한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므로 이 책에서는 여름 편에 포함했다.
연꽃은 중국과 일본에서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꽃이다. 나긋나긋한 잎사귀, 짙은 향기를 풍기는 꽃, 연못에 담근 뿌리는 먼지와 더위에서 벗어난 상쾌한 세상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연꽃은 장마철에 핀다. 연꽃도 장미도 북극권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밸런타인데이에는 2018년 미국에서만 하루 2억 송이 장미가 팔렸고, 샤넬 넘버 5 향수 30미리리터 병 하나를 만드는 데 캐비지 장미 12송이가 필요한데, 장미는 구닥다리일 뿐 아니라 선물하는 사람이 “제발 날 좋아해 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사랑에 굶주려 애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예절 안내서는 설명했다.
사프란은 단순히 비싸고 귀하기만 한 식물이 아니다. 사프란은 스페인의 파에야 발렌시아나, 프랑스의 부야베스 마르세예즈, 이탈리아의 리소토 알라 밀라네세, 인도의 조드푸르 라씨, 스웨덴 빵들, 이란의 쌀 푸딩과 독일계 펜실베이니아인의 고기 파이 등 여러 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또 사프란은 중세 유럽의 필사본과 페르시아 양탄자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였다.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사프란을 사용했고, 로마인은 사프란으로 아이섀도를 만들었다. 인도에서는 사프란색이 힌두 탁발승이 입는 옷의 신성한 색깔이다. 수천 가지 약, 그리고 염색 재료이기도 하다.
이처럼 4계절로 분류하고 그 안에 속한 4가지의 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세계의 역사, 문학, 미술, 종교는 물론이고 인간의 삶에 모두 들어있는 사랑, 죽음, 예술, 계층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꽃 하나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여러 가지를 함께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루하루 물을 주고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만개했을 때의 즐거움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더욱 즐거움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 관심있다면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