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5
김상진
노랜드(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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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밤과 푸른 달
커다란 세상에서 의지할 대상이라고는 오직 서로 뿐이었기에 명월의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앞둔 강설의 마음은 복잡하다. 훈련소에서 만난 채은의 도움으로 마음을 정리해가며 명월을 우주로 보내준다. 그냥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다. 강설의 외로움이 전해져 마음이 먹먹해지고, 그 또한 헤쳐 나가는 모습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바키타
지구를 정복했던 인간은, 외계 생명체인 바키타에게 정복당한다. 하지만 인간이 정복당한 후 지구의 모습은 번영에 가까웠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바키타의 짐승이 되었는데, 진화한 인간 모습의 묘사가 늑대에서 애완견으로 진화한 개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어찌됐든 살아남기 위해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각각 진화한 인간의 모습에 어떤 것이 더 적합한 진화였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축소시켜 보면 어떻게 살든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 남는 삶에 답이 없듯이.
푸른 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떠나야 하는 인간들. 역시나 작가가 그린 미래는 인간이 스스로 파멸을 불러 온 디스토피아였다. 토성 근처에서 지구와 영원한 작별을 하게 되는 여행자들에게, 이미 지구가 멸망했다는 암울한 진실과 푸른 별 지구에서 살았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기 위한 거짓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시에나는 어릴 적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 되뇐다. ‘가끔은 진실보다 믿음이 더 중요하니까’
옥수수밭과 형
소설을 읽는 순간 기묘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백혈병으로 죽은 형이 추억의 장소인 옥수수밭에 다시 나타나고, 그러던 중 집에는 또 다른 형이 찾아와 있다. 영화 AI와 아일랜드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푸코의 기억과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 애를 푸코라고 생각할 거 같아. 사람이든 로봇이든 강아지든 기억이 같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맞닥뜨릴 것 같은 오싹한 스토리이다.
제, 재
주인공은 해리성 인격 장애를 겪고 있고, 한 몸 안에 제와 재, 둘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재가 제라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일까, 제가 재라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일까? 다수의 인격 하나 하나의 주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어 준다. 장애로 여겨지는 파생된 인격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치료라는 미명하에 인격을 줄이게 되면 없어지는 인격의 존재성은 어떻게 되고, 사람을 죽인 것과 같은 것인가?
이름 없는 몸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들과 한마을에서 살며 의지할 친구라고는 하나 밖에 없던 주인공. 서울에서 만난 직장 사람들은 대조되는 인간미 넘치고 친절한 사람들이지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을 씻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엄마의 죽음으로 다시 찾게 된 고향 마을은 원래부터 인간 같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된 마을 사람들로 가득하다. 물린 상처로 그들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 가면서, 그 와중에 죽었지만 살아난 그리운 친구를 만난다. 외부에서는 있는지도 모르는 마을에서, 사람 대접도 못 받으며 살아온 주인공과 친구 내면에 있는 분노가 마음을 매우 무겁고 어둡게 한다.
우주를 날아가는 새
역시나 황폐해진 지구를 인간들이 떠나가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황폐한 지구와 대조되게 효원을 향한 효종 스님의 기른 정은 따뜻하다. 저어새는 어떻게 멸종 된 건지, 우주를 날아 다른 행성으로 간 건지. 대웅전에 들어와 다친 다리를 치료 받고 다른 무리들과 날아가는 저어새는 효종 스님을 만나 치유 받고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효원을 떠오르게 한다. 버려졌다는 것이 그 사실 이상의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효종 스님의 깊은 마음이 울림을 준다.
두 세계
이 곳은 내가 태어났어야 되는 곳이 아니었다는 생각. 지금 이 세계 밖에 다른 세계를 향한 바람. 인공지능 캐릭터가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계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밖에도, 알 수는 없으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우울증보다 더 큰 개념으로 보인다. “네가 나를 억지로 이해하려는 그 모든 과정이 내게는 폭력이니까. 그러니까 나에 대해 다 안다는 식으로 떠들지 마.” 보통 사람으로서 이 세계에 잘못 오게 된 또는 잘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했을 강압적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반성하게 된다.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
죽음이 늘 곁에 도사리고 있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말하고 있다. 미래를 그리던 벤은 사실은 살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고, 외계인의 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인은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삶의 의지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