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6
연문흠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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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순종 황제, 이은 황태제, 발렘 신부의 모습이 번갈아 이어지며, 공간적으로는 하얼빈을 향해 나아가는 지리적 위치가 좌표처럼 이동하여 운명적으로 하얼빈에서 만나게 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그 만남의 순간은 1909년 10월 26일 아침 6시의 체가구 역이냐? 아침 9시의 하얼빈 역이냐?에 대해 긴박하게 묘사되는데, 깊은 내면이나 갈등을 최대한 생략한채 오직 권총과 탄알만 가진 젊은이들의 선택에 맞춰 담백하게 묘사한다.
작가가 이루고자 하는 역사의 단면을 적지 않은 나이에 완성했다는 것에 책에 빠져들게 되는 묘한 매력으로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그 승전의 발자취를 따라 대련, 여순,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일본 제국주의의 달콤한 과실을 서방에 내보이고 싶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몸에 세방의 총알을 정화하게 쏜 안중근의 거사는 짓밟을 수록 저항하는 한민족의 DNA가 죽지는 않았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비록 일본에게 나라가 침탈되었으며, 합병은 당했었을지어도 저항하는 우리의 긍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는 세례 받은 천주교 신자인데 빌렘 신부, 뷔텔 주교와의 갈등도 인상적이었다. 젊은 안중근의 마음속에 어떤 부분에서 권총을 접고 가격을 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한다며, 우리의 삶이 비록 어렵다 할지라고, 하얼빈에서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만큼의 인생 무게는 아니라고 느낀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소설이 감당하지 못할 일들을 부록처럼 후기로 남긴 것이다. 안중근 의사 거사 후 이토 히로부미의 명복을 빌었던 박문사 사찰 이야기, 안중근 의사의 동생인 안정근, 안공근, 조카 안명근의 등 그의 직계가족과 문중의 인물들이 겪어야 했던 박해와 시련과 굴욕, 그리고 유랑, 이산, 사별에 관한 이야기를 안중근이 일으킨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어져간 그 비극을 후일담 형식으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소설과는 다른 묘한 울림을 준다..
책을 접은 순간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면서 푸념적으로 힘든 세상이라고 말하지만, 저 당시 안중근 의사만큼의 결연한 의지로 살아가고 있는지 자조섞엔 반성을 해가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