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5
김지인
노르웨이의숲(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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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은 단절과 소통, 고독과 사랑, 과거와 기억, 삶과 죽음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거의 모든 국면을 생생한 감성으로 묘사한 한 장의 소묘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기성세대가 이끌어 낸 화려한 고도성장, 그리고 새로운 세대가 불러일으킨 저항 문화가 공존했던 1960년대 말 일본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와타나베라는 젊은이의 시선을 통해 사랑과 죽음이라는, 개인의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줘.”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막 착륙한 비행기 안에서 울린 비틀즈의 노르웨이의숲을 듣고, 주인공 와타나베는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 간절한 부탁과 그 부탁을 남긴 여자를 추억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와타나베는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 기즈키, 그의 여자 친구 나오코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러나 잘 어울리는 친구들끼리의 행복한 시간은 친한친구 기즈키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끝나 버리고 만다.
열아홉 살이 된 와타나베는 도쿄의 한 사립 대학에 진학하여 슬픈 기억이 남은 고향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 역시 도쿄로 올라와 둘은 슬픔을 공유한 사이만 알 수 있는 특별한 연민과 애정을 나눈다.
하지만 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어느 날, 나오코는 자신이 요양원에 들어가 있다는 편지를 보내고, 와타나베는 요양원으로 그녀를 찾아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게 된다.
한편 같은 대학에서 만난 미도리는 나오코와는 전혀 다른 매력의 소유자로, 와타나베의 일상에 거침없이 뛰어 들어온다. 발랄하고 생기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의 미도리와 소소한 매일을 함께하고 이따금 기즈키의 죽음을 미처 극복하지 못한 나오코를 찾아가며 와타나베는 아름답고 위태로운 스무 살의 시간을 살아간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와타나베와 나오코, 와타나베와 미도리, 기즈키와 나오코가 그랬듯 서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언어를 갖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 새겨진 그들의 언어는 어느덧 읽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와 젊음, 사랑, 기억, 그 순간들을 되살려 주었다.
1960년대 일본에서 일어난 어느 청춘의 아픔이 오늘날 같은 울림으로 감동을 준다는 것,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이 보여 주는 보편성과 불변성은 만남을 설레며 기다리기에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구와 비틀스의 명상적이고 우수 어린 멜로디, 감각적인 도시 생활의 풍경과 서정적인 숲 속의 풍경, 구원받지 못한 사랑과 사랑을 통한 구원이 공존하는 스무 살의 어느 날. 모든 장면과 담긴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