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31
김지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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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의 신작이 오랜만에 나와, 작가 특유의 문체와 상상력을 오랜만에 느끼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다.
열일곱 살 남고생인과 열여섯 살 여고생 두 사람은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흘러가는 그림자 같은 거야.라고. 주인공은 어리둥절하지만 이내 소녀가 들려주는 도시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 이야기를 따라 도시의 모습을 상세히 기록해가던 나날, 돌연 소녀가 사라진다. 우연한 사고인지, 무언가의 암시일지 종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다가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소녀가 말했던 미지의 도시로 향한다.
소녀가 말한 도시는 견고하고 높은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곳 시계에는 바늘이 없지만 사람들은 자연히 시간을 감각 할 수 있다.
도시에는 도서관이 하나 있는데, 그곳 서가에는 책이 아닌 사람들의 꿈이, 달걀 모양으로 줄지어 놓여 있다. 그 꿈들을 관리하고 꿈의 내용을 해독하는 것이 도시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도시의 출입구는 단 하나, 그마저 우람한 문지기가 지키고 있어 아무나 드나들지 못한다. 도시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조건이 있다.
바로 자신의 그림자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자를 버리고 그 도시에 들어간 후, 도서관에 출근하며 꿈 읽는 사람이 되어 생활한다. 애타게 그리던 소녀와도 재회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중년이 된다. 오래 몸담았던 출판 유통업계 일을 그만두고, 산간 지방의 작은 도서관에서 신임 관장으로 일한다.
그곳에서 전임 관장, 사서, 노란 잠수함이 그려진 옷을 입고 매일 도서관을 찾아와 엄청난 속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M소년과 교류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미스터리한 비밀이 밝혀지고 M소년이 행방불명되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산간 지방의 한적한 도서관과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경계에서 부유하듯 살아가던 나는 이제 이러한 생활에도 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단 하나의 분명한 진실과 현상을 갈구하는 일이 무의미한 경계, 인간의 믿음이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그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한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내내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너무 어렵고, 작가 특유의 흡입력있는 느낌이아니라, 난해하게 느껴졌다.
이해가안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작품에 대해 알아보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사람들 사이에 경계심이라는 벽이 생기고, 그 벽을 허물어 정의롭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추구하는 일이 개인의 선택으로 떠맡겨지는 오늘날의 현상에 대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이러한 시대에 합치하는 작품이라고한다. 작품에 대한 내용을 보고 책속의 줄거리를 생각하니, 작가가 어떠한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난해하고 어렵지만, 현실과 비현실을 다채롭게 넘나드는 상상력은 대단한 작품이라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