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31
구형준
사피엔스
0
0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 이어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오류를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약간의 아이러니 같기는 하지만 인간중심적 사고로부터 탈피함으로써 나를 압박하던 인생의 목표, 삶의 의미 등과 같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들 진화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간도 수 많은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하나의 생명체로, 환경에 적응해가며 살아갈 뿐인 한 동물에 불과하다. 이는 사피엔스 1부 첫 절의 제목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인간은 그저 여러 동물 중 그다지 중심에 있지도 않았던 그런 동물에 불과했다. 그리고 수만년을 거치며 겪은 진화의 과정에서 여러 행운이 겹치며 지금과 같이 지구의 지배적인 종이 되었을 뿐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인간의 존재적 규정을 이룬 후, 인간, 즉 사피엔스의 특성에 대해 시간순서로 하나씩 논해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설명되는 인간은 인간중심적 사고, 즉 '만물의 영장'이라거나 조물주의 특별한 창조물이라거나 하는, 인간 스스로의 가치가 투영된 편향된 시각으로부터 탈피해서 객관적 관점에서 설명되는 인간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무엇이든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유발 하라리가 설명하는 인간은 치부도 굉장이 많다. 야만적이고 파괴적이며 상호약탈적이므로 인간의 미래가 어두울 것으로 예상하게 만드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에도 인간은 그 다양성과 소통력 등으로 실시간으로 변화(진화의 맥락에서 보면 매우 작은 변화겠으나)하고 있다. 즉, 인간의 특정에 따른 문제상황의 발생 속도를 앞서는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속도 간의 아슬아슬한 대치가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다만 지금이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에는 주변 환경들이 인간, 즉 사피엔스의 외부에서 형성되고 있었던 것에 반하여 지금은 사피엔스 자체가 그런 환경을 좌우하고 있다. 예컨대 정치는 당연하고, 언론환경이라거나 사회 내의 유대감 혹은 신뢰감 등이 어떤 계기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그렇게 조성된 환경에 걸맞는 이들은 흥하고, 그렇게 않은 이는 망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 계기, 몇몇의 판단이나 선택으로 그 환경의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즉, 개인의 책임 있는 선택이나 발언 몇 가지가 그 환경을 바꾸고, 흥할 이들을 선택하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