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2
진한아
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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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기술 발전이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다. 하라리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우리의 노동 시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의사결정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와 자동화는 단순한 반복 노동뿐만 아니라, 고도의 창의적 업무에도 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그는 ‘쓸모없는 계층’의 등장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기술 혁신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하라리는 이러한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기술의 사용과 발전 방향을 민주적으로 논의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철학적, 정치적 문제임을 상기시키며, 인간 정체성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한다.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진실’과 ‘정보’에 관한 논의다. 하라리는 오늘날의 정보 환경이 가짜 뉴스, 허위 정보, 그리고 각종 음모론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이러한 정보의 왜곡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흥미롭게도, 하라리는 이 문제의 핵심이 기술 자체에 있지 않다고 본다. 기술은 단지 도구에 불과하며, 이를 악용하는 정치적, 경제적 권력과 개인들의 무관심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우리에게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배양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단순히 ‘어떤 정보를 믿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시민적 책무로 이해된다.
하라리는 오늘날의 글로벌 위기에 국가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후 변화, 테러리즘, 사이버 공격과 같은 문제들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고립주의’와 ‘국수주의’의 부상이 국제 협력의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오늘날의 정치 현실을 예리하게 꿰뚫는다.
그는 해결책으로 국제적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라리는 진정한 글로벌 협력을 위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특히, 팬데믹과 기후 변화 같은 글로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하라리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메시지는 개인적 성찰과 실천이다. 거대한 글로벌 위기와 기술 발전 앞에서 개인은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하라리는 개인이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명상과 자기 인식, 그리고 감정적, 지적 성숙이야말로 21세기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본다.
그는 우리가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고, 자신의 욕망과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러한 접근은 다소 추상적이지만, 기술과 정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개인이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복잡하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하라리의 통찰은 비단 학문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울림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하라리가 제시한 21가지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