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권현진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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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한 이유
이 책, 사피엔스는 첫 1판이 나온 2015년 이래 여러 차례 추천을 받았다. 특히 “총, 균, 쇠”를 읽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찾은 사람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는 주변의 추천사가 인상 깊었다. 책의 방대한 양에 선뜻 시작할 생각을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신청하게 되었다.
책의 개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부제 그대로, 인류의 기원인 유인원에서 현 인류의 위기인 사이보그의 출현까지 인간 역사를 통찰력있게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류의 발전을 크게 1) 인지 혁명, 2)농업 혁명, 3) 과학 혁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제1부) 첫 번째 인지 혁명Cognitive Revolution은 약 7만 년 전부터 여러 유인원(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20여종의 인류의 기원들) 중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발생한다. 인류는 인지 혁명 이후 언어와 개념을 통해 서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고, 추상적 사고를 하며, 상징적인 표현을 시작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갈등하는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다. 이때부터 시작된 인간의 상상력은 오늘날의 신화와 종교, 법률, 경제 체제를 구성한다.
(제2부) 두 번째 농업 혁명Agricultural Revolution은 약 1만 2천 년 전, 인류가 농업을 통해 생산을 확대하고, 정착을 하게 되며, 사회가 계층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 농업 혁명으로 인해 인류는 (수렵채집 시절과 비교해서) 점차 불행해졌지만, 이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농업 혁명을 통해 인류는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하고, 그로 인해 인구가 늘었지만, 그 때문에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여야 했고, 폭력으로 식량을 갈취하는 방식과 이를 막는 방식,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자원의 불균형이 시작되는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또한 농업 혁명에서부터 등장한 “쓰기”라는 기술은, 이제 인류의 생각 방식을 라벨링하도록 전환하게 한다.
(제3부) 또 다른 혁명으로 넘어가기 전에 인류의 대통합, 보편적 질서에 대해 한 챕터로 설명하는데, 화폐(경제적인 것), 제국의 질서(정치적인 것), 그리고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은 종교적인 질서이다. 이는 제1부에서 다룬 인지혁명의 “개념”의 기술이 좀 더 유기적으로 진화한 느낌을 받았다.
(제4부) 세 번째는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으로 인류가 자연을 (인류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킨 시점이다. 과학 혁명을 통해 인류는 신이라는 개념 대신 스스로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개념이 확립되었고, 이로 인해 존재에 대한 이해와 세계를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점에서, 책을 관통하는 “진화”가 생태계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그 현장에 내가 관찰자로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의 서문은 챗GPT가 연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는 출간 10주년 특별 서문을 쓰기 전에 챗GPT에게 사피엔스의 서문을 써보라고 했고, 챗GPT는 특유의 모호한 말투는 유지했지만 제법 잘 써내려갔다. 이 독후감에서는 거의 한 문단을 들어낸,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또는 국민국가)에 대한 저자(정확히는 챗GPT)의 경고...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그 충격요법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책을 읽어나갈 때는 미쳐 생각하지 않고 적어두었던 메모를 독후감으로 정서할 때 신경이 쓰였다. 그럼에도 독서를 마무리하고 독자가 독후감을 작성하는 이유는 저자가 그 챗GPT의 서문을 보고, 비록 충격은 받았지만, 다시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것과 동일했다. 저서를 통해 독자와 저자가 함께 고민한, 현 시대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은 이 책을 읽었기에 가능한 소통이었다. 좋은 책이었고, 도전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