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7
최모세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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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가 중 한명인 유시민이 직접 배우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엮어낸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엮어낸 책이다. 1959년은 작가가 태어난 해이고, 기존 초판에서는 2014년까지의 역사를 다뤘고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19 사태 등을 추가하였다.
이 책에서 작가는 '모든 역사는 주관적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사실 가운데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선택하여 자신의 시각대로 해석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작가 본인의 주관적 평가에 따르면, 2014년의 대한민국은 1959년의 대한민국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다를 뿐 아니라 훨씬 더 훌륭하다. 그리고 작가는 어떤 점이 더 훌륭하고 어떤 점이 아직 부끄러운지, 어떻게 이 나라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우리의 현대사를 통해 펼친다.
우리 현대사는 크게 두 세력의 분투와 경쟁을 통해 펼쳐져왔는데, 하나는 산업화, 보수세력이고 다른 쪽은 민주화, 진보세력이다. 그 둘 간의 역사 인식은 서로 판이하지만, 한 쪽의 인식만으로 우리 현대사를 온전히 이해하긴 불가능하다.
1959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지만, 2020년에는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국으로 성장했다. 거기다 정치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유래가 없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안보국가에서 출발해 발전국가, 민주국가를 거쳐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작가가 그 변화의 원인을 대중의 욕망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결국 국가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4.19는 미완의 혁명이었다. 민중의 힘으로 독재자를 몰아냈지만 혁명을 완성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주체가 없어 결국 박정희의 군부독재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는 민생고 해결과 혁명의 과업을 완수한 뒤 본연의 임무 복귀 두 가지를 약속했으나, 전자는 이루었지만 후자는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한 점에서 그는 크게 성공한 독재자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민족중흥을 이룩한 위대한 지도자, 그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상태를 보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풍요로웠던 적은 없었다. 다만 한쪽에서는 이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송하며 높게 평가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우리나라를 불평등과 반칙이 난무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라고 비판한다. 한국 경제가 수출을 기반으로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선진국을 모방하며 빠르게 추격하고 몇몇 분야에서는 선도자가 되었다. 이 추세로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서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살벌한 경쟁 풍토, 재벌대기업의 횡포, 심각한 고용불안과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 등 부정적인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경제 성장 외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룩했다. 구체적으로는, 평화적 권력교체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고 그에 맞는 시민의식과 행동양식을 발전시켰다. 우리의 민주화 역사는 자유에 대한 욕망과 꿈, 정의를 향한 열정과 헌신, 존엄을 지키기 위한 분투와 희생으로 엮은 여정이었다. 산업화를 이룬 동력이 결핍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면, 민주화를 이룬 힘은 부당한 외적 강제와 제도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존엄을 누리려는 욕망이었다.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처절한 폭동, 반란, 혁명과 반혁명 끝에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며 욕망과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과 도지사, 지방의회 의원을 다 직접 선출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어디서든 거리낌없이 비판한다. 이는 우리가 우리의 뜻과 힘으로 시련을 견디고 이루어낸 자유이므로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바로 북한과 국가보안법이다.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와 북한에 대한 제제 완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의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
작가의 의견으로는 우리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초고령사회에 맞게 경제구조와 사회구조를 조정하는 일, 그리고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비하는 일이다. 거기에 더불어 경제적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법도 찾아가야 한다. 이는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 민주화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과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각 시민들이 자신의 욕망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면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가 일관되게 역사 변화의 가장 큰 원인, 동력을 국민의 욕망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부터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배웠고, 나도 모르게 특정 인물 몇몇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역사가 변해왔다는 인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물론 그런 인물들의 영향도 지대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항상 국민이 욕망하는 대로 역사가 발전해왔고 따라서 앞으로의 역사도 나를 포함한 국민들이 욕망을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하는데 달려 있다는 작가의 통찰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