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3부작의 마지막 권인 사자의 영생은 거대한 우주라는 곳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본 작품이다. 1부에서 과학적 경이로움과 신비함을 느꼈다면 2부에서는 문명 간 충돌과 생존의 갈등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3부는 그 모든 이야기를 넘어 시간과 공간, 차원을 초월한 절막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복잡한 과학 이론과 상상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이야기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책 속에서 송멸과 윈타, 그리고 벽람도가 마주한 선택들은 단순히 SF적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이 아니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현실에서도 무거운 책임감 앞에서 흔들리고 주저하는 순간이 많기에 그들의 선택과 고뇌에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절망과 무력감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고 인간다움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진실되고 감동적인 모습들이었다.
전 권을 일고 난 뒤에는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에 비하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또다시 깨닫게 되면서도, 그 작은 존재가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각자가 사는 평범한 일상도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이 일깨워주었다. 과학 소설이라 어렵고 딱딱할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사람 냄새나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책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소설의 스토리는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해서 쉽게 지루해지지 않았다. 과학과 철학,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엮어낸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에도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떠나지 않는 질문들과 생각들이 계속 맴돌았다. 사자의 영생은 그야말로 삼체3부작의 완벽한 마무리이자, 인류와 우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이었다.
드라마 삼체는 아직 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드라마도 꼭 보고 싶다. 드라마 버전 삼체 속에서 이 깊이 있는 작품을 어떻게 구성하고 묘사했는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