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사회적으로 꽤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실력, 노력 그리고 행운! 경쟁이 너무나 격렬한 우리 시대에 최종 승자 그룹 안에 끼기는 무척 힘들다. 당락을 결정짓는 실력 차는 1이지만, 그것이 안겨주는 경제적 보상은 100까지 벌어져 초기의 사소한 차이가 최종 결과에서는 엄청난 증폭을 보인다. 재능과 노력만으로 승리가 보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세 가지 중 마지막 ‘행운’은 없어선 안 될 요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의외로 ‘운’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실패를 설명할 때는 운이 나빴다고 말하는 반면, 성공의 요인을 짚을 때는 행운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정말 그럴까? 행운에 관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프의 말을 들어보자. “아낌없이 사랑해주고,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에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음악 레슨을 받게 해준 부모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당신들에겐 커다란 행운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운은 유전자와 환경이 버무려진 결과다. 당신의 부모가 따뜻하다면, 당신이 남들보다 머리가 좀더 좋다면, 외모가 썩 괜찮다면,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타고났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면 운을 타고난 셈이다. 왜냐하면 두둑한 보상을 받을 업무를 더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으니까(태생적으로 의지가 약하거나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 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경쟁사회에서 불운한 위치에 처해 있다).
행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미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말을 더 들어보자.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고도로 발달한 법 제도와 교육 시스템,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진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당신들은 운이 좋은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서 혼자 힘으로 부를 이룬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저 밖에 공장 하나를 지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여기 우리가 낸 세금으로 건설한 도로를 통해 시장으로 상품을 운반할 것입니다. 역시 우리가 낸 세금으로 가르친 직원들을 고용하겠죠. 여러분의 공장은 안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세금으로 유지하는 경찰과 소방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행운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우리 모두의 행운을 갉아먹는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좋은 환경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세금을 꺼리는 이유도 행운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사후 과잉확신 편향’이란 용어가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사는 의외로 사소한 우연들에 의해 이끌려왔다. 영화배우 알 파치노의 위상은 어마어마하지만, 그를 만든 건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캐스팅 결정 때문이었다. 로버트 레드퍼드나 워런 버티 등을 제치고 무명의 알 파치노가 「대부」의 주인공이 된 것은 진짜 시칠리아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30대 초반의 신출내기 감독이 영화사 간부들과 싸워 이긴 덕분이었다.
이는 마태 효과matthew effect라고 알려진 양성 피드백 회로(특정 시스템의 결과물이 시스템 자체의 작동을 촉진하는 활동)를 잘 보여준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의 파급 효과가 종종 한 사람의 경력을 어떻게 완전히 바꿔놓는지를 말하는 개념이다. 저자의 사례를 보자. 1971년 버클리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이었던 그는 코넬대와 위스콘신대에 면접이 잡혔다. 먼저 코넬대 면접을 봤고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학과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위스콘신대 면접을 보고 결정하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학과장은 “코넬대의 제안은 5일만 유효하다”고 답했다. 결국 그는 위스콘신대 면접을 포기하고 코넬대 교수가 되었다. 이후 채용과정에 참여한 교수에게 상황을 들어보니 그해 코넬대 경제학과는 유례없이 교수를 7명이나 채용했고, 그는 마지막으로 겨우 뽑힌 것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정말 가까스로 채용된 교수였다. 아울러 위스콘신대 면접에 응시했다면 합격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운이 참 좋았다.”
저자에 따르면 “수많은 예술적 노력이 성공으로 연결되는지의 여부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행운에 달려 있다.” 사회학자 덩컨 와츠 연구팀은 예술 분야가 ‘사소해 보이는 우연한 사건들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 수량화가 가능할까?’가 궁금했다. 그는 스타가 되려는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뮤직 랩Music Lab’이라는 실험을 구상했다. 연구진은 한 웹사이트에 인디밴드 48개의 이름과 밴드별로 노래 한 곡씩을 게시했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평점을 매기는 조건으로 48곡 가운데 아무 노래나 내려받을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평점의 평균을 냈는데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대다수가 높게 평가한 곡은 얼마 되지 않았고, 대다수가 낮게 평가한 곡도 얼마 되지 않았다. 높은 평가를 받은 곡과 낮은 평가를 받은 곡 사이에 상당한 점수차가 있었지만 방문자들의 평가에서 일관성은 없었다. 이어 연구자들은 8개의 독립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의 사이트에 이전처럼 밴드 이름 48개와 노래를 게시했다. 그런데 이때 방문자들이 각 노래의 다운로드 횟수와 평균 평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객관적 평가에서 26위를 했던 ‘52메트로’ 밴드는 방문자의 피드백이 포함된 8개의 웹사이트에서는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한 사이트에서는 1위에 올랐고 다른 사이트에서는 40위에 그쳤다.
결국 어떤 노래의 평가 결과는 처음 내려받은 사람이 어떤 평점을 부여했는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게 밝혀졌다. 만약 첫 다운로더가 마음에 들어해 좋은 평점을 남기면 후광 효과가 만들어지면서 다른 사람들도 그 노래에 좋은 평점을 매길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처음에 다운로드해서 감상한 사람이 그 곡을 좋아하지 않으면 순위는 계속 뒤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