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윤소희
연결하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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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에 일어난 대지진, 쓰나미,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일본이라는 국토는 물론 사회 인프라와 에너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그 이후 무너진 사회를 복구하기 위한 진지한 모색이 시작되면서 도시나 건축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부수는 것보다 다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건축계의 세계적인 선두주자 구마 겐고는 정치학 교수, 건축가, 도시계획자 생태심리학자, 연극 작가 등 각계 일곱 명의 논객과 앞으로 도시와 건축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깊이 고민하며 솔직한 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한다. 그 대화 아래에 흐르는 기조음은 ‘부숴라!’라는 고함이 아니라 낮고 조용한 ‘연결하라’는 건설적인 속삭임이다.
경제 성장을 이룬 공업화 사회에서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건축이었다. 공단은 앞장서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일본 경제는 철도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주택 단지는 똑같은 박스 형태의 건축물이었고, 속도만을 중시한 철도에서는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콘크리트를 이용해 거의 무한대로 층수를 올린 건축물들이 그 자태를 뽐내지만 이는 도심에 콘크리트가 늘어간다는 위기감을 동반한다. 이러한 막무가내식 도시 개발에 맞서 주민자치협의회를 구성해 도시를 지켜낸 ‘긴자’와 주민이 유지하는 지역의 문화를 이룬 ‘미쿠하리’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구마 겐고와 대화를 함께 한 논객들은 도시 정책과 도시 디자인을 재조정하지 않는 한 일본의 도시는 존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끼고 도시의 문맥에서 건축물을 어떻게 조정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의 탄생 이래 건축물은 항상 인간 곁에 있었다. 건축은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재, 사회와 사회, 도시와 도시를 연결했다. 또한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함께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연결하는 것은 물론 미래를 재창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시, 사회와 사회,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해주면서 미래를 재창조하는 건축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울러 한국어판에는 대표적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 공간 디자이너 임태희가 한국을 방문한 저자를 만나 서울뿐 아니라, 그가 현재 진행 중인 가부키자 설계 작업 등에 대해 나눈 대담 《사람, 건축, 환경이 빚어내는 도시 풍경》을 실었다.
정치학자, 도시계획자, 생태심리학자, 그리고 극작가 등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도시와 건축을 변화시킬 방향을 모색해나가고 있다. 무조건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색과 주민의 심리를 반영하여 지금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위해 변화를 곁들이는 것이야말로 '연결하는 건축'임을 보여준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구조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버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것'을 흉내내는 행동을 하기 쉬운 우리가 개성을 존중하고 애정을 품는 도시 계획을 진행하는 일에 동참하도록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