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8
이승은
나는 왜 쓰는가
0
0
*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우리에게 소설 <1984>, <동물농장>의 작가로 알려진 조지오웰이 그의 인생 전반기에 쓴 에세이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 교본으로 추천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며 정독했는데 역시 탁월한 문장력과 다양한 소재, 그리고 정말 스펙타클한 경험들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
영국의 작가, 저널리스트로 알려진 조지 오웰은 본명이 에릭 아서 블레어로 인도 아편국 관리였던 아버지의 근무처인 인도에서 1903년 6월 25일 태어났다. 첫돌을 맞기 전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명문 기숙학교와 이튼을 졸업한 뒤 대영제국의 경찰간부로 식민지 버마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양심의 가책'으로 경찰직을 사직한 후에는 파리와 런던의 하층 계급의 삶을 체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발표한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잉글랜드 북부 탄광촌의 현실을 책으로 내고 이어 스페인 내전에 민병대소속으로 참가하여 자신의 정치적, 예술적 입장을 정리해 나간다. 앞서 언급한 두 소설을 집필하기 전, 그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수많은 에세이를 썼다. <나는 왜 쓰는가>에 담긴 에세이들은 가장 탁월하면서 중요한 29편의 에세이들로 그이 삶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교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하여 작법에 대한 지침서라고 생각했는데 살아있는 경험치의 다채로운 소재로 구성된 그의 에세이 선집이 그 자체로 글쓰기 교본이 됨직하다.
* 교수형
작가가 식민지 버마의 경찰간부로 재직중이던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눈앞에 그려지듯 다이나믹한 표현들로 스케치된 유명한 에세이다. 힌두인 죄수가 사형집행이 되기까지 단상을 간결한 표현으로 정리한 에세이로 군더더기 없는 짧은 글이 인상적이다
* 과학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의심도 비판도 할 줄 모르는 당시(1945년)의 주류과학계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작가나 예술가에 비해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며 자국 정부쪽에 줄을 선다고 표현하고 있다.
* 정치와 영어
언어생활이나 글쓰는 사람들의 문장 특성에서 드러나는 부조리를 작가다운 해석과 날카로운 비평으로 정리한 에세이다.
(죽어가는 비유) 뜻도 모르고 쓰거나 어울리지 않는 비유들을 자주 섞어쓰는 경우를 빗대어 이는 글 쓰는 사람이 자기 말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기능어, 또는 언어적 의수족) 적절한 동사나 명사를 찾아내는 수고를 덜고 다목적 동사에 명사나 형용사를 붙여 구를 만드는 습성을 꼬집고 있으며 특히 능동태보다는 수동태를, 동명사보다는 명사구를 , 간결한 접속사와 전치사보다 'with respect to', 'having regard to' 'the fact that' 심오한 인상을 주는 표현을 즐긴다.
(젠체하는 용어) 외래어는 교양있고 고상을 느낌을 주는 데 사용하고 과학이나 정치, 사회학과 관련에 글에 라틴어나 그리스어를 사용한다. 또한 적당한 영어 단어를 찾아내는 대신 라틴어나 그리스어 어근에 적절한 접사를 붙이고 필요하면 '~ise' 꼴을 사용하는 등 단어를 만들어내어 글이 더 너저분하고 막연해진다.
(무의미한 단어) 특정 종류의 글에서 특히 예술비평이나 문학비평의 경우 불필요한 단어나 구절, 과장된 문체등을 상용한다.
이 에세이의 말미에 작가는 자신만의 글쓰기 원칙을 정리해두었는데 이 부분은 글쓰기에 진입한 사람들이 꼭 명심해두면 좋을듯하다.
- 익히 봐왔던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뺀다.
- 능동태를 쓸 수 있는데도 수동태를 쓰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한다.
- 외래어나 과학용어나 전문용어는 그에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 너무 황당한 표현을 하게 되느니 이상의 원칙을 깬다.
* 나는 왜 쓰는가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나름 재주도 있다고 판단한 작가는 일찌기 생계 때문에 글을 쓰는 걸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를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고 제시한다.
-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욕구 등이다. 작가의 이런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특성이다. 나는 진지한 작가들이 대체로 언론인에 비해 돈에는 관심이 적어도 더 허영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미학적인 동기가 약한 작가도 많지만 매력과 애정을 느끼는 낱말들과 문구, 혹은 글꼴이나 여백의 아름다움에서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 (정치적 목적)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조지 오웰은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며 자신의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라고 실랄하게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