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7
홍보라
B주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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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딱딱한 수치와 어려운 이론을 떠올릴텐데 이 책은 그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순다. 토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 제작진과 이재용 회계사가 함께 가볍게 경제를 풀어냈다. 과거에 비주류라고 여겨지던 콘텐츠나 상품이 어느새 주류를 형성하고, 소비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젊은 층이 트렌드를 이끌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 『B주류경제학』은 그 흐름을 재무제표라는 렌즈로 포착해낸 책이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의도가 읽힌다. ‘B주류’란 앨범의 뒷면(Side B)처럼 소비문화의 이면에 숨겨진 경제학을 뜻한다. 저자는 “얕게 보면 소비, 깊게 들어가면 문화”라는 시각으로 두 단어를 합쳐 ‘소비 문화’라 부르고, 그 이면에 있는 경제학을 다루는 콘텐츠로 이 책을 기획했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한 트렌드 소개가 아니라, 숫자로 뒷받침된 실제 시장의 논리를 접할 수 있다.
책은 콘텐츠(웹툰, 음악, 팝업스토어), 스타일(패션, 웰빙, 명품, 뷰티), 여가(캠핑, 항공, 러닝, 스포츠, 페스티벌), 음식(베이커리, 와인, 라면, 커피, 디저트)의 네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비 현상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그 뒤에 어떤 경제적 구조가 작동하는지를 꼼꼼히 짚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교하는 대목이었다. 나이키의 스니커즈 원가율은 55%대, 아디다스는 45%대이지만 최종 영업이익률은 나이키가 늘 앞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마케팅 효율로, 매출 대비 마케팅비 비중이 아디다스는 12%, 나이키는 8% 수준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나이키가 잘 팔린다”는 수준을 넘어서, 왜 그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는지를 재무 데이터로 설명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제로 콜라와 저당 열풍, 명품 소비 붐, 러닝 크루의 확산, 팝업스토어 앞 긴 줄 — 이처럼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들이 실은 모두 돈이 오가는 곳이며, 그 중심에는 MZ 세대가 있다. 이 책은 그들의 취향을 단순히 ‘요즘 것들의 유행’으로 치부하지 않고, 시장을 재편하는 실질적인 경제 행위로 진지하게 다룬다. 그 시각이 이 책을 단순한 트렌드 보고서와 구별짓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튜브 콘텐츠를 책으로 재구성한 탓인지 각 챕터의 깊이가 다소 고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는 충분히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반면, 어떤 주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지는 않는다. 책의 주요 타깃인 ‘호기심 많은 제너럴리스트’, 즉 스니커즈 한 켤레를 사면서도 리셀 시장의 원리와 매출원가 등 회계적 사실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 에게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인 입문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결국 『B주류경제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취향은 개인의 것이지만, 취향이 모이면 시장이 된다는 것. 경제를 어렵게만 느껴온 이들에게, 이 책은 일상의 소비 속에 이미 경제학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반가운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