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떠나는 도시산책 인문여행
이 책은 파리 인문여행을 위한 일종의 ‘종합선물세트’로 기획되었다. 인문학은 물론 미술과 건축, 도시계획과 만국박람회, 패션과 미식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의 전체상을 담아내고자 했다. 책 제목의 ‘인문여행’에서 ‘인문’은 문사철로 대표되는 학문분야를 지칭하기보다는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뜻한다. 앞서 제사로 인용한 프루스트의 말처럼 여행이란 지리적 풍경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 트이면서 내면적 풍경이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뜻하며, 인문학이란 바로 이런 쓰임새를 -만약 인문학이 어떤 쓰임새가 있다고 전제한다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파리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했다. 파리의 박물관과 미술관, 거리의 동상과 공공기념물, 공원의 조각상과 분수, 센 강의 다리와 광장, 오스만 식 대로와 아파트... 이 모든 장소에는 파리의 역사를 견인한 사건과 인물들이 마치 화석처럼 박혀 있다. 이들 ‘기억의 장소’에 각인된 화석의 의미를 해독하며 우리는 유의미한 ‘인문학적 경험’을 한다.
화석들이 몰여 레고블록처럼 조립되면 ‘나만의’ 파리가 만들어진다. 인문학적 경험을 통해 우리는 관광객에서 도시여행자로, 그리고 도시를 아는 만큼 사랑하는 도시 인문여행자로 변신한다. 파리는 인문여행을 위한 최적의 도시이다.
몇 년전 막내 아들과 같이 스페인 및 포르투갈 패키지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여행중 론다라는 도시에 드렀는데 헤밍웨이가 ‘누에보다리’를 바라보면서 “바람의 언덕‘이란 소설을 썼다고 들었다. 아무 감흥없이 누에보(영어로 new) 다리를 보는 것과 헤밍웨이의 추억이 담긴 인문학적인 누에보다리는 분명 다를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도시 인문학자가 되기란 쉽지 않다. 그 대신에 도시 인문학자의 도움을 받아 파리(어디라도 좋다)로 '인문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가? 여행의 내밀한 경험은 그 어느 지식이나 정보보다 값지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지리는 엄연히 존재한다. 고로, 인문학적 소양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