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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2 진원석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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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유적을 따라 걷는 길” 이라고 어느 저명한 문학가가 이야기 했다. 그가 누구인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렵고 낯선 일본사를 도쿄, 오사카, 교토같이 친숙한 도시를 통해 살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일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13곳의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왕조 교체가 없었던 일본에서는 실권이 없는 천황을 대신해 여러 무사 정권이 권력을 잡았다. 그리고 정권이 교체할 때마다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이동하며 새로운 도시가 등장했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들은 모두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은이는 고대, 중·근세, 근대의 큰 흐름 으로 갈래지어 개별 도시가 겪어온 역동적인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정석적인 접근인데 ‘천황’이란 명칭의 유래(62쪽), 중국ㆍ조선과 달리 무사 정권이 지배했던 배경(100쪽) 등이 그런 류의 서술이다. 그런가 하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 만화 《슬램덩크》가 각각 오사카와 가마쿠라의 설명에 끼어드는 등 읽는 재미도 각별하다. 고대~근대를 꿰는 13개 도시를 살펴보자. 제1부 고대 편에서는 천황과 공경 귀족 등의 지배층이 거주하던 역대 ‘도읍’을 살펴본다. 일본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라 불리는 ‘아스카’, 일본 최초의 도성인 ‘후지와라경’, 사슴공원과 도다이사로 유명한 ‘나라’, 천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로 이어지는 도읍의 천도를 통해 천황 중심의 정치제도와 도성제에 입각한 도읍의 정비 과정을 꼼꼼히 정리해보았다. 고대 도읍에 이어 제2부 중·근세 편에서는 ‘무가’ 도시를 들여다본다. 이웃한 한반도나 중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12세기 후반 가마쿠라 막부가 성립한 이래 메이지 유신 직전까지 700여 년 동안 무사 지배가 계속되었다. 무가 도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가마쿠라, 오다 노부나가의 아즈치와 함께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건립한 에도, 오사카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동·서 지역의 대표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무사 지배의 오랜 전통이 도시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제3부 근대 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된 도시를 찾아간다. 지금은 지방 중소 도시에 불과한 하기와 가고시마는 메이지 유신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본거지이자 삿초동맹 이후 막부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도막운동의 중심지였다. 이에 반해 요코하마, 기타큐슈, 히로시마는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민국가의 수립, 산업화, 제국주의 팽창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패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흥망성쇠를 경험한 도시들이다. 개항 이후 여러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일본이라는 단일한 국가 내러티브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근대의 모습을 확인하고 근대화의 양면성을 보여줄 것이다. 일본 ‘여행’의 친절한 길라잡이인 이 책을 보고 일본여행 가면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신의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오해를 사거나 의를 상하기 쉽다. 그래서 가까울수록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상대방의 본심과 속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해외여행을 통해 직접 만난 일본의 도시는 한자와 가나로 쓴 간판, 에스컬레이터의 좌측통행 같은 것만 제외하면 서울, 부산 같은 우리나라의 대도시와 별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도시가 지나온 역동적인 역사를 이해하고 나서 거리를 나서면 도시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매력이 하나둘 새롭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책 머리에 연표와 지도를 삽입해 일본사의 전체 흐름과 각 도시의 위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이 책은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혹은 다녀온 이들이 단순한 관광객에 머물지 않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여행자가 되는 데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 2025-05-12 박영환
    초역 부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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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500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으며 회자되어 온 부처의 말을 코이케류노스케가 현대어로 재 해석해 책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책에 나온 여러 인생의 조언들은 마음의 안정을 갖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조언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종교가 없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살면서 알게 모르게 접하게 되는 각 종교가 던지는 메세지에 가장 공감하는 곳은 불교인 것 같다. 불교의 가르침 하나하나가 살아보니 굉장히 실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로부터 부처의 말에서 인생의 해답을 얻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펜하우어의 메시지도 어떻게 보면 불교의 가르침과 매우 흡사하다. 이 책은 읽다 보면 당연한 말 같고, 진부한 말 같지만, 막상 인생을 오래 살아온 나에게 어릴 적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글 귀들이 이제는 그 의미를 조금이나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무엇보다 내 자신, 나의 마음을 다스리라는 부처의 말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행복은 멀지 않고, 결국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 그리고 어떤 시각으로 인생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려놓아야 하고, 욕망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머리로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걸 보면 난 아직 많은 걸 배워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방이 화를 나게 해도, 불쾌한 상대 앞에서도 무조건 화를 일으키지 않고 친절함과 동정심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과연 요즘 사회에서 이게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는 보통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나 무례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냥 넘어가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들을 상대하지 않는 게 우리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책을 다 읽으며 아쉬운 것은 내용이 조금 재미없고 지루하고 틀에 박힌 듯한 문구가 많았다. 사례나 경험 위주로 각 글귀를 설명해 주면 와 닿는 부분이 더 많을 듯 한 아쉬움도 있었다.
  • 2025-05-12 김재철
    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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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책 제목만 보면 애뜻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일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판타지적 능력을 지닌 가족의 일생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머릿글은 나무의 이야기를 다룬다. 나무는 오랜 기간 살았다. 큰 나무 밑에서 보호를 받고 양분을 받아 먹으며. 그러다 큰 나무가 죽고, 주인공인 나무가 큰 나무가 되었다. 그들은 큰 나무처럼 작은 나무를 보호하며 수백년의 시간을 살았지만, 숲으로 들어온 벌목꾼들에 의해 결국 명을 다하고 말았다. 이 까지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인가 싶었고, 이후의 내용은 나무의 환생을 이야기 하는 책일까? 라는 궁금증을 자아 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그 다음장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화, 월화, 금화 그리고 쌍둥이 남매 목화, 목수가 등장한다. 어느날 꼬마 금화와 쌍둥이 목화, 목수는 는 홀린 듯 그 숲속으로 향한다. 산을 오르던 금화의 머리 위로 나무가 우지끈 기울고 금화는 나무에 깔린다. 목화는 어른을 부르러 산 아래로 뛰어가고 다시 돌아왔을 때 금화는 온데간데없다. 금화의 실종 후 가족들은 죄책감으로 고통 속에 살아간다. 목화가 열여섯이 되던 봄, 꿈인 듯 눈앞으로 투신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 죽음을 목도하다가 목소리를 듣는다. 가서 그를 구하라는 말. 망설이다가 목화는 달려간다. 그는 조금의 부상만 입은 채 살아난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재차 그 세계로 ‘소환’되고 나서야 이 일이 꿈이 아님을 안다. 깨어나 우는 목화를 보고 엄마인 장미수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다. 차라리 금화이길 바랐는데. 장미수는 열다섯부터 사람을 구했던 것. 장미수에게는 구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죽음에 비해 살릴 수 있는 단 한 사람은 ‘겨우’에 불과했다. 패배감과 무력감에 신을 저주한 장미수와 달리, 할머니 임천자는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둔다. 목화는 첫 소환에서부터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의 존재를 느낀다. 의심과 반항과 시험도 있었지만“무성한 생에서 나뭇잎 한 장만큼의 시간을 떼어 죽어가는 인간을 되살리는 존재”인 ‘중개인’의 정체성을 체화해간다. 소환하는 그 나무를 잘 알고 싶어 목공소에서 일한다. 그러던 중 일화의 딸인 루나의 자살을 막게 되고 중개 때 목화를 봤다는 루나의 말에 놀라 그가 이제껏 살린 ‘단 한 사람들’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살아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평범한 그들의 일상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의 삶과 죽음에 판단을 멈춘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을 한다. 임천자의 평온한 죽음 이후, 목화는 단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의 의미를 스스로 구한 것이다. 한 번뿐인 삶, 다시없을 오늘을 사는 한 존재, 그것은 신도 나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오직 인간의 몫임을 깨닫는다.
  • 2025-05-11 차정애
    퓨처 셀프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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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진다. 우리는 종종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방식은 지금의 삶을 극적으로 바꿔야 미래가 달라진다는 부담감을 심어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뒤집어 "미래가 현재를 결정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퓨처셀프: 나의 미래 버전과의 연결 책의 핵심 개념은 ‘퓨처셀프(Future Self)’다. 저자는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자신과 지금의 나를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를 비난하거나 짓누르는 존재가 아니라, 지혜를 제공하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언급되는 ‘끌어당김의 법칙’과 유사하지만, 이를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원하는 미래를 설정하고 그것을 현재의 행동에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원하는 미래에 100% 전념하고 최종 결과를 이미 얻었다고 생각하라”는 문장은 목표를 구체화하고 신념을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경험과 성장: 과거에 묶이지 말고 미래에 투자하라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당신이 경험의 주인이지, 경험이 당신의 주인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나 트라우마에 갇혀 변화에 소극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를 발판 삼아 미래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거는 단지 학습의 재료일 뿐이며,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행동이 미래에 대한 ‘비용’ 혹은 ‘투자’로 나뉜다는 관점은 강렬한 경각심을 준다. 지금의 작은 선택이 미래의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게 되면, 우리의 행동은 훨씬 신중해질 것이다. 측정 가능한 발전과 명확한 목표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 계획의 중요성도 다룬다. 특히 “미래의 나로 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측정할수록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한다”는 부분은 실용적이다. 저자는 측정 가능한 지표, 명확한 단기 목표, 그리고 생생한 비전의 결합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는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조직 내에서도 목표 설정의 중요한 원칙이 될 수 있다. 결론: 미래와 현재의 조화를 통한 지속적 성장 『퓨처셀프』는 단순히 미래를 꿈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꿈을 현재에 적용하고 구체화하는 실천적 방법론을 제공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성을 더했으며,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당신의 미래가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을 통해 증명된다. 지금 원하는 ‘퓨처셀프’를 상상하고, 그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보자.
  • 2025-05-09 성민제
    선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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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선악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선악의 기원에 이어 인간이 선하거나 악한 존재로 태어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폴 블룸이 이어서 논의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저자는 심리학 실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거나 무감각한 존재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도덕적 감각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특히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기들이 나쁜 행동을 하는 인형보다는 착한 행동을 한 인형을 선호하는 모습을 통해, 도덕성의 씨앗이 선척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도덕성이 교육이나 사회적 환경을 통해서만 형성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되뇌였다. 블룸은 우리가 타인을 공감하고 불의를 분노하며 정의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유아기부터 존재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러한 본능이 편향적일 수 있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도덕적 이중잣대를 지니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따라서 도덕은 타고나는 것뿐 아니라, 자라면서 훈련되고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주장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철학적 주제를 심리학과 뇌과학의 실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해 말하고 있어 설득력이 크다. 또한 도덕의 기원을 논하면서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점도 인상깊다. 우리는 도덕적인 존재로 태어났지만, 그 본능이 항상 정의롭거나 공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성찰과 교육의 중요성 또한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이 책 '선악의 기원'은 인간 본성에 대하여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학과 철학, 심리학이 어우러져 '도덕'이라는 주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나 자신이 가진 도덕적 판단이 어디서 왔는지, 왜 우리는 착한 사람을 좋아하고 나쁜 행동에 분노하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를 제공해주는 점에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2025-05-09 이창재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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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랜 시간 동안 천착해온 주제들을 집대성한 듯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중반 발표했던 동명의 중편소설을 바탕으로 새롭게 확장된 장편으로, 하루키의 문학 세계에 익숙한 독자라면 그의 오랜 팬들에게 일종의 귀환이자 회고처럼 느껴질 것이다.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며 ‘나’라는 인물의 내면 여정을 따라간다. 그 여정은 한 편의 몽환적인 꿈 같기도 하고, 끝없는 미로 같기도 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확실한 벽’이라는 상징이 있다. 이는 단순히 도시를 구획 짓는 물리적 장벽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감정, 현실과 비현실을 가르는 인식의 경계선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이 벽 너머에 있는 ‘도시’로 들어가 과거의 사랑과 마주하고, 자아의 파편들을 되짚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놓아버린 것들, 회피했던 진실, 상실의 고통과 마주하며 점차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하루키의 문체는 여전히 부드럽고 절제되어 있으며, 고독과 음악, 책, 꿈, 그리고 도시의 정서들이 촘촘하게 배어 있다. 그는 인물들의 말 없는 침묵 속에서도 감정을 드러내는 데 능하고, 작은 일상의 움직임조차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현실 세계에서 흔히 느끼는 단절감이나 외로움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 이를 철학적 사유로 연결시켜 독자에게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서사적 재미보다는 상징과 은유, 그리고 서정적 분위기를 통해 독자와의 내면적 교감을 중시한다. 때문에 하루키 작품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난해하거나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키가 평생에 걸쳐 던져온 질문—‘나는 누구인가’, ‘진짜 현실은 어디에 있는가’, ‘사랑과 상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다시금 곱씹고 싶은 독자라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로서 걸어온 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자, 그가 여전히 건너고자 하는 문학적 경계선에 대한 고백처럼 읽힌다. 혼란과 상실, 사랑과 회복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소설은 독자 각자에게 또 하나의 ‘불확실한 벽’을 마주하게 만든다.
  • 2025-05-09 박경순
    시간의 기원 - 스티븐 호킹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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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천체물리학자를 꼽으라면 많은 이가 스티븐 호킹을 떠올릴 것이다. 이어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물리학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살아 있었다면 시간의 시작과 끝에 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20년에 로저 펜로즈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받는 스티븐 호킹은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리학계에 많은 자취를 남기고 간 천체물리학자다. “우주는 왜 생명체에 우호적인 곳이 되었는가?” 평생에 걸쳐 답을 찾아 헤맨 질문만을 남기고, 2018년 3월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은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3년, 그 질문에 대한 답이자 호킹이 우주에 남긴 마지막 유산이 그의 공동 연구자인 토마스 헤르토흐를 통해 공식적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책 《시간의 기원》은 한마디로 스티븐 호킹이 세상에 남기고 간 최종 우주론의 결정판이다. 저자인 토마스 헤르토흐는 현재 벨기에 루뱅가톨릭대학교 이론물리학과 교수로, 1998년 케임브리지대학교 호킹의 박사과정생으로 들어가면서 호킹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20년간 저자는 호킹의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우주론을 연구하는 영광을 누렸다. 존스홉킨스대 자연철학부 교수이자 이론물리학자인 숀 캐럴이 “파격적인 우주론을 전개하는 데 조금도 거침이 없다는 점에서 헤르토흐는 스승인 호킹을 닮았다”고 이야기했듯, 저자는 호킹이 배출한 여러 걸출한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따라서 이 책은 토마스 헤르토흐라는 미래가 기대되는 물리학자의 대담한 연구 성과를 엿볼 기회인 동시에 우주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학자로서의 호킹의 삶, 더불어 고난 속에서도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호킹의 삶이 담겨 있는 과학서이자 에세이이자 그를 기리는 회고록이다. 저자를 필두로 하는 호킹의 연구팀은 빅뱅 연구를 시작으로 생명친화적인 우주의 탄생 비밀을 밝히고자 몇 년을 분투한 끝에 생명체의 존재를 허용하는 우주론을 내놓았다. 계속 논란이 되어온 다중우주 가설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홀로그램 우주holographic universe’라는 양자물리학의 극단을 탐험하고, 그 기원을 추적하고자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입자와 힘, 심지어 시간까지 사라지고 물리법칙이 극도로 단순해지는 깊은 수준의 진화를 발견했다. 이에 “물리법칙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주가 형성되면서 함께 진화해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 책의 제목에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떠올렸다면 우연이 아니다. 1988년, 호킹의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가 출간된 이후 25년이 흐르는 동안 연구를 거듭하면서 호킹의 우주론은 다윈의 진화론을 닮아 있었다. 생명친화적인 우주에서 지구의 관리인으로 살아가는 삶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 호킹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이 심오한 질문의 답을 찾으면서 보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가 남긴 마지막 저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 《시간의 기원》은 과학의 값진 유산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2025-05-09 박건도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제약 바이오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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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신체의 세포 구조, 면역 체계, 세포치료제, 백신 등과 같은 바이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빅파마의 투자 동향 파악도 중요하다. 세포는 우리 신체의 기본 구성 단위이며 연역체계는 외부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체계로서 면역세포와 항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자의 세포나 건강한 세포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를 이해하고 질병 예방을 위해 항원을 신체에 주입하는 백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노보 노디스크, 화이자, 아스트라 제네카 등과 같은 빅팜들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라이선스 아웃,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다. 이 책은 바이오 산업에 전문성을 지닌 저자가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교본으로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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