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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5.0
  • 조회 228
  • 작성일 2025-06-24
  • 작성자 이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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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비극은 항상 되풀이되고 우리는 그러한 실수를 계속한다.
지금도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언젠가 5.18 광주 민주화 공원을 찾은 적이 있다. 그 곳에 잠든 평범한 시민들을 보면서 우리 일상에서 이러한 갈등을 풀어내지 못한다면 일상이 비극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들을 지켜본다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불쑥 바람의 형상이 드러나기라도 할 것처럼.
공기 틈에 숨어 있던 빗방울들이 일제히 튕겨져나와,
투명한 보석들같이 허공에 떠서 반짝이기라도 할 것 처럼
너는 눈을 크게 떠본다. 좀 전에 가늘게 떴을 때보다 나무들의 윤곽이 흐릿해 보인다.
언젠가 안경을 맞춰야 하려나.
네모난 밤색 뿔테 안경을 쓴 작은형의 부루퉁한 얼굴이 떠올랐다가,
분수대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묻혀 희미해진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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