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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5.0
  • 조회 228
  • 작성일 2025-06-24
  • 작성자 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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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모순'은 내가 그동안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봤던 삶의 여러 측면들을 되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로움이 느껴졌다. ‘모순’이라는 단어는 흔히 논리적 오류를 말하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는 모순은 인간관계와 감정, 삶의 구조에 스며든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이중적인 감정들을 가리킨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안진진은 그런 모순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 소설은 스물두 살 대학생 진진이 친구 정아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읽으며 이 점이 독특하고 흥미롭다고 느꼈다. 편지체는 진진의 감정을 더 가깝게, 더 솔직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녀는 가족, 연인, 그리고 스스로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이해와 오해’, ‘사랑과 미움’, ‘가깝지만 먼 거리’를 경험한다. 나는 진진이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통해, 어쩌면 나도 비슷한 고민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진의 가족관계이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모순이 깊게 와 닿았다. 어머니는 헌신적인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 헌신이 오히려 진진에게는 억압처럼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담’이라는 구절이 떠오를 정도로, 관계는 단순한 흑백논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또, 외할머니나 이복오빠와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반드시 피 한 방울로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연애에 대한 진진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감정은 진심이지만, 거기에는 조건과 자존심, 사회적 시선이 개입돼 있다. 진진은 그 모든 요소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계속해서 되묻는다. 나는 이 점에서 『모순』이 단순히 ‘청춘 성장소설’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정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어떤 명쾌한 결론이나 해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가 겪는 혼란과 갈등,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노력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진진은 여전히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곧 성장이고, 성숙이라는 메시지가 내게 크게 다가왔다.


책을 다 읽은 뒤 나는 나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모순을 품고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모순을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라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나 역시 삶의 수많은 갈래 앞에서 갈등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모순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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